[자기혁신공작소-프롤로그(3)]
어쩌다보니 프롤로그가 길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나 자신의 다짐을 정리하기 위해 시작한 글이었는데, 어느 틈엔가 협업자, 느슨한 연대, 강력한 동맹으로 함께 할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내용을 구성하기 위해 나의 머릿속과 내면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주절거려보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이번 편의 제목인 "협업으로 협업하기"는 지난 편 후반부에 소개했던 협업 메뉴와 관련있다. 그간 20년차에 걸친 이런저런 실패와 실패, 가끔씩 거둔 작은 성공 사이에서 얻은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는 이종 업무 경험... 하나하나 뜯어보면 별 것 없는 것들인데, 이런 것들을 두루 겪었거나 경험해 본 사람은 별로 없다. 이게 하나의 희소성이리라.
둘째는 이종 업무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다. 다양한 성격, 성향, 취향의 사람들과 어울렁더울렁해본 것도 경험이라면 경험,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울고 웃고, 다투고 화해해보았으니까. 참고로 여기서 핵심은 앞의 2가지가 아니라 뒤의 2가지다. 서로 웃으며 행복하게 일을 잘하는 건 누구나 열심히 요령껏하면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일이 엎어진다든가, 부러지는 경우엔 어떻게 할 건데? 뭐... 그렇다.
세번째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다. 이를 조금 더 좋게 표현하면, 다양한 비즈니스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이왕 좋은 표현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김에 세련되게 가보자. 인사이트! 그거다. 20년차의 경력 덕에 나도 모르는새 평범성 속에서 타인의 비즈니스에 필요한 훌륭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런 능력이 있는 건 매우 행복한 일이지만, 슬프게도 이런 모든 일은 나 혼자 스스로 자주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거다. 좀 더 슬픈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뭐든지 혼자 잘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소위 '오사마리'를 잘 못해낸다. '사람 인(人)'자가 둘이서 서로 기대어 서로를 지탱하는 글자라고 하는 말은 나를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이런 의존적 존재라서 소시적부터 협업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을 정도다.
사실, "협업으로 협업하기"라고 운율좋게 표현하긴 했지만, 이와 관련한 업종이 존재하긴 한다. 바로 '브로커리지 비즈니스(brokerage business)'다. 최근에는 증권사나 금융플랫폼에서 투자상품이나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것을 두고 일컫는 듯하지만, 본래는 일반적인 중개업을 의미했다. 어감상 '중개업'이니까 공인중개사처럼 생각하거나 브로커리지 비즈니스니까 '브로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본래의 의미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수요와 공급을 원활하게 연결하고, 그 대가로 적절한 중개수수료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3자가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애매한 점이 2가지 존재한다. 우선 우리나라에는 봉사료라 부르는 팁 문화가 없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통념화된 용역 외엔 비용을 청구하기 애매할 때가 많다. 먹는 문화가 발달하다보니, 거한 한 끼, 술 한 잔과 같은 물물교환의 개념으로 전환되는게 대부분이다. 문제는 가치교환시 등가교환이라 하기엔 매우 서운한 경우가 대부분이란 거다. 예를 들어 함께 한우 20만원 어치 먹고 헤어졌다 하더라도 이 비용은 서비스 제공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눠 먹는 것인데다, 한우를 먹기 위해 오가는 시간, 식사하는 시간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음으로 첫 협업 때는 3자가 함께하지만 이후에는 중개자가 배제되기 쉽다. 함께 비즈니스를 하며 영리를 추구하기는 커녕 술 한 잔 얻어 먹고 사람 소개해주고 끝나버리고 마는 거다. 좋게 끝나면 다행인데 중개자가 빠진 상태에서 갈등이 발생하거나 실망스런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모든 관계마저 소원해질 때도 있다.
따라서 "협업으로 협업하기"는 분업과 협업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는 업계의 비즈니스를 응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떠오르는 건 건설회사, 콘텐츠 분야나 엔터테인먼트 산업, 시스템 통합 작업을 하는 IT 업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