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준식 Apr 28. 2023

선언한다! 변방과 변방을 연결하겠노라고...

[자기혁신공작소(1)] 1st concept: 연결(Connect)

최근 개인브랜드의 리브랜딩을 놓고 지난 10년, 이전의 10년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10년 전, 이전 10년 전에도 개인브랜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리브랜딩의 고민은 두 번의 10년과는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그간의 일들을 진술한 문장들 속에서 모든 수식어를 탈탈 털어내고, 주어와 서술어만 남기고 나니 제 자신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정리가 나왔습니다.     


빠른 진퇴... 

빠른 흥망...     


어느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오래 머물러 있었다 하더라도 지정학적 위치만 그랬을 뿐, 제 자신이 했던 직업, 업무, 속성 등이 동일과정의 반복이었던 적이 없었답니다.


저도 못 느끼고 있었지만 여러분 보기와는 달리 심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던 겁니다. 뭐 수많은 인생 중에 이런 인생도 있는 거죠. 제 자신의 잘못이나, 남들의 잘못도 아니고 그저 타고난 팔자, 제 운명일 뿐입니다.     



이런 저이기에 항상 정체성 논란을 겪습니다. 청년기에는 혼란과 방황으로 세월을 낭비했고, 이후에는 주변에서 오는 정체성 논란을 겪었죠. 초소 앞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인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암호!"와 같은, 적인지 아군인지 식별절차를 겪었고 정체가 판명되지 않아 진영 내로 들여 보내주지 않는 일들이 여러 번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북방 유목민처럼 여기저기 떠돌아 다녔던 게 지난 10년, 이전의 10년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노마드'라며 뭔가 멋진 듯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안락한 땅에 정착한 이들에게 '오랑캐' 취급 받는 그런 존재들입니다. 물론, 뭔가 서생같은 이미지를 지닌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방외인'이라 생각들 하십니다. '방외인(方外人)'의 1차적 의미는 "거, 외부인은 빠지쇼!"에서 말하는 외부인처럼 범위 밖 인물을 말합니다만... 2차적으로는 조선시대의 생육신 김시습처럼 지배체제에 반발해 이념적 이단을 추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방외인 취급을 받는 제 자신이 이상하기도 하고, 싫었습니다. 그렇지만 진영 속에 들여 보내주지 않는다고 가짜 신분증을 취득하거나 담을 넘는 건 싫고, 그렇다고 그 진영을 파괴하겠다는 몹쓸 생각을 지닌 채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스스로 이념적 이단을 추구할 만큼 지혜롭고 명민한 사람도 아니고 말입니다.     



카프카의 소설에는 저와 같은 사람이 잘 묘사되고 있습니다. <변신>과 <성>을 통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의 고독, 동경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들어갈 수 없는 공동체에 대한 좌절 등등이 말이죠. 글의 문맥을 통해 짐작하셨겠지만, 이미 저는 저를 둘러싼 상황에 단련이 되었고, 어쩔 수 없는 것은 없을 수 없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동일한 고민과 과정을 겪고 있는 이들이 이리저리 조리돌림 당하다가, 혹은 정처없는 길을 떠났다가 제 주위에 머무는 것을 보게 되면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그가 위험인물이라고, 그와 함께 하면 평판에 영향이 있다고 조언해주기도 합니다. 틀리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들 눈에는, 그들끼리 유통시킨 정보만으론 그것은 사실입니다.(그들만의 팩트) 하지만 제가 파악한, 사실 이면의 진실은 그 또한 방외인이라는 겁니다. 그 또한 진영 내로 들어가고 싶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때론 이들이 불편한 진실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진영 내에서 방출되는 때가 있습니다. 사실과 진실은 같은 듯하지만 때로는 충격을 받을 정도로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기에, 그 진실을  불편하지 않은 사실로 만들고자 할 때, 멀쩡한 그들이 방출 당하고 방외인의 낙인을 받을 때가 있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단 말씀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들은 광야로 나설 용기가 있는 자들입니다. 그랬기에 불이익과 불편을 감수하며 오늘을 살아내면 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고 변방을 떠돌고 있는 겁니다. 변방과 변방을 연결하면 새로운 영역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런 발상이 가끔은 먹혔던 것 같습니다.     


요 태조 야율아보기,

금 태조 아골타,

원 태조 징기스칸,

청 태조 누르하치...

거란족, 몽골족, 여진족 등 오랑캐라 불리던 변방 유목민을 모아 제국을 건설한 인물들입니다.     


아아... 오해는 마십시오. 저는 이런 위대함에 이르는 성정을 지닌 뛰어난 자가 아닙니다. 오늘도 어디선가 맛난 거 먹을 일 없을까 궁리하는 지극히 졸렬한 소인배에 불과하니까요... 다만 변방과 변방을 연결하는 노력을 해보겠다는 그것 하나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일 뿐입니다. 위대한 이는 그 후에나 나타나실 거니까요... 이렇게 저는 오늘도 혁명을 꿈꿉니다. 이제 오늘 저녁 같이 술 한 잔할 사람이나 찾아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자신이 협업을 위한 플랫폼이 되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