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혁신공작소(2)] 2nd concept: 동맹(alliance)
한동안 스타트업 씬에서 '느슨한 연대'라는 말을 종종 듣곤 했습니다. 심지어 2020년에는 <느슨한 연대>라는 제목의 책이 나오기도 했어요. 여기서 말하는 느슨한 연대는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1차 집단으로서의 관계보다는 SNS처럼 보다 가볍고 손쉬운 연결을 의미했습니다.
보다 자기 중심적인, 개인화된 소통과 운명공동체가 아닌 붙었다 떨어졌다하는 행위가 손쉬운 합리적 연결로서의 동료개념을 말하던 거였죠.
저 또한 이에 편승해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며 전국을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그러나 느슨한 연대는 알고 지내는 사람만 늘릴 뿐이었습니다. 어느 틈엔가 페이스북 친구가 2,750명으로 늘어났지만, 이중 서로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됩니다. 서로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관계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그보다 더 적습니다. 여기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 겁니다.
느슨한 연대를 타파해 혈연, 학연, 지연 못지않은 끈끈한 연대를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엔 형동생 커뮤니티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서로 확장된 개념의 가족이 되고, 살뜰하게 보살펴준다는 점에서는 참 좋았습니다. 특히 심정적으로 공감해준다는 점에서 힘이 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물질로 구성이 되어 있어, 물질을 축적하거나 교환하거나 순환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습니다. 즉, 돈이란 것, 경제적인 이익이 없이는 제대로 된 연대를 이룰 수 없었습니다.
순박하게도 이전까지는 연대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연대 자체에 대해 고민하기만 했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려서 느슨한 연대가 되었고, 그런 상황 속에서 서로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연대를 구동시켜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까지 생각을 확장시키다 보니 연대의 깊은 의미를 더욱 깊게 되새기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원대한 포부를 실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상호의 이익을 서로 도모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입으로만 개입하거나 심정의 공유로만 끝나지 않더라는 겁니다. 특히 저에게는 유무형적으로 후원의 손길을 보내주는 분들이 있는데, 이들을 위한 보답이랄까 이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선 느슨한 연대를 초월한 '강력한 동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제 자신이 아니면 불가능한 서비스, 나라는 사람만의 킬러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강력한 동맹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나와 동맹관계인 분들에게는 뭔가 특정하긴 어렵지만 특별한 것을 제공하고 있다. 이게 참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며, 그때그때 다른데요... 강력한 동맹을 꿈꾸며 해왔던 여러 행위와 생각을 종합해보면, 제 자신이 제공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모멘텀'을 제공하는 것 같은데... 지나친 과장일까요?
또한 2022년에는 연습 수준이었다면, 2023년에는 동맹에게 실전에서 없어서는 안될 강력한 힘이 되어드리고 있습니다. 제 나름의 성의 표현이긴 한데, 이를 구체화하면서 어떤 분께는 시간, 어떤 분께는 노동, 어떤 분께는 서비스, 어떤 분께는 물자 등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시간과 노동과, 서비스와 물자 제공의 가치 이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강력한 동맹의 의미는 동맹의 안전과 이익에 대한 보장이며, 이를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자동참전하여 함께 싸워 나가고 있습니다. 동맹이라는 게 자동참전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동맹임이 입증되고 동맹의 효과가 작동되는 것이라, 항상 상황은 예기치 않을 때 발생하고 돌아갑니다.
각각의 상황에 대응하려 나의 시간과 정성을 쏟다보면 정작 내 일이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사실 전부 다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로만 동맹이라 하지 호혜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엔 나중에 동맹을 끊을 때도 있습니다. 그냥 수준을 낮춰 다시 느슨한 연대로 돌아가면 된다고 여기며 받은 만큼 갚으라고 강요하지도 았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냉엄한 태도에 살짝 놀라는 분도 있지만, 그런 온도차로 인해 동맹일 경우의 특별함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기 시작했고, 겉으로는 티를 안 내지만 더욱 강고한 강철대오를 형성해 가는 곳도 있어 제 의도가 잘 먹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저는 동맹인 한 분을 응원하러 전주에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동맹과 동맹의 해소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이유로 어제오늘 잠 못드는 시간과 함께 속을 썩고 있기도 합니다. 때로는 응징보복도 있어야 동맹의 가치가 돋보이기도 하고요... 어찌되었든 연대나 동맹이나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내가 잘 되어야 합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이니까요...
그럼 저는 또 강력한 동맹을 꿈꾸며 어디론가 표표이 나아갑니다. 거기서 만나요.
덧)
동맹을 한영사전에서 찾아보면 alliance 또는 partnership이라 표기하고 있는데, 각각의 의미는 같은 듯 다릅니다. 전자는 군사적인 의미가 강하고, 후자는 비즈니스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죠. 제가 주장하고 싶은 동맹은 전자에 해당합니다. 후자는 느슨한 연대라고나 할까요? 이 이야기는 또 언젠가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