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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콘텐츠의 비즈니스화

마을이 콘텐츠다(4)

by 윤준식


#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등장 배경


마을 콘텐츠가 비즈니스로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등장이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삶의 방식과 가치를 제안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1. 공급 과잉 시대의 차별화 전략


현대 사회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공급이 과잉된 상태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공급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공급 과잉 상황에서 차별화된 공급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중 하나가 '큐레이션'입니다. 큐레이션은 방대한 정보와 제품 속에서 특정 기준에 따라 선별하여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큐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맞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됩니다.


2. 큐레이션과 스토리텔링의 결합


큐레이션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특정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별하여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은 단순한 제품 구매를 넘어 하나의 세계관이나 삶의 방식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은 스토리텔링과 결합되어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됩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내는 스토리텔링은 현대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3. 셀럽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확산에는 셀럽(유명인)과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의 역할이 큽니다. 유명인이나 영향력 있는 인물의 라이프스타일을 모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커졌고, 그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인식됩니다.


예를 들어 TV에서 나오는 '이영애의 하루', '누구의 하루' 같은 콘텐츠는 유명인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킵니다. 소비자들은 이런 콘텐츠를 통해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고, 그것을 모방하기 위해 관련 제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4.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대표 사례


이런 배경 속에서 이케아, 무인양품, 스타벅스와 같은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가구, 생활용품, 커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그에 맞는 공간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숍이 아니라 '제3의 공간'(집과 직장 외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특정한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핵심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타인에게 제안하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은 마을 콘텐츠의 비즈니스화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을만의 고유한 생활 방식, 문화, 가치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재해석되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 마을 콘텐츠의 상품화 유형과 전략


마을 콘텐츠가 비즈니스로 발전하는 유형과 전략은 다양합니다. 몇 가지 주요 유형을 살펴보겠습니다.


1. 로컬푸드 기반 상품화


로컬푸드는 마을 콘텐츠의 상품화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널리 활용되는 방식입니다.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식품 개발, 전통 음식의 현대적 해석, 농산물의 스토리텔링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로컬푸드 기반 상품화의 핵심은 단순히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 문화, 환경 등과 연결시켜 스토리텔링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단순한 식품이 아닌,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함께 소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의 특산물인 밤을 그냥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요즘 사람들이 밤을 잘 안 먹으니 어떻게 소비를 늘릴까? 빵을 만들자! 요즘 사람들은 빵을 좋아하니까. 그리고 카페에 디저트 메뉴로 밤빵을 입점시키자!" 이런 방식으로 지역 특산물을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2. 마을 역사와 문화 기반 상품화


마을의 역사, 전설, 인물 등을 콘텐츠로 활용하여 관광 상품, 문화 체험,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4장에서 살펴본 진주 의암 사례처럼, 지역의 역사적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축제, 공연,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유형의 상품화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방문객들에게 깊이 있는 문화적 경험과 교육적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지역 주민들에게는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됩니다.


3. 마을 공간 기반 상품화


마을의 특색 있는 공간, 건축물, 자연환경 등을 활용하여 숙박 시설, 문화 공간, 체험 장소 등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입니다. 빈집이나 폐교, 폐공장 등 유휴공간을 창의적으로 재활용하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공간 기반 상품화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분위기와 문화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마을만의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4. 마을 커뮤니티 기반 상품화


마을 주민들의 일상, 공동체 활동, 주민 간 교류 등을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 마을 주민의 일상을 공유하는 미디어 콘텐츠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유형의 상품화는 도시민들이 농촌이나 작은 마을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공동체 문화와 인간적 교류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이는 점점 개인화, 파편화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가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 세 가지 비즈니스 사례


앞서 설명한 상품화 유형들이 실제로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는지, 세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1. 로컬푸드 기반: 춘천 감자빵


'밭에서 만든 춘천 감자빵'은 지역 특산물인 감자를 활용한 대표적인 로컬푸드 비즈니스 사례입니다. 이 감자빵의 시작은 이미소 대표의 아버지가 핑크 감자를 과잉생산하면서 비롯되었습니다. 생산해 놓은 감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빵 제품을 연구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재고 처리를 위한 제품이었지만, 수년간의 연구와 실험을 통해 감자 모양을 한 빵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개발되었습니다. 단순히 감자를 재료로 쓴 것이 아니라, 감자 모양 자체를 본뜬 이미테이션 빵의 형태로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이 제품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어 춘천의 새로운 명물이 되었고, 150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춘천 감자빵의 성공 요인은 단순히 맛있는 빵을 만든 것이 아니라, 지역의 특산물과 정체성을 스토리텔링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제품 디자인,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한 효과적인 마케팅이었습니다.


이 사례는 로컬푸드가 단순한 식품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 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선순환 모델을 만들어낸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2. 농촌 마을 기반: 청주 마동리 '촌스런'


청주의 마동리에서는 '촌스런'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는 '촌스럽다'는 부정적 의미가 아닌, '촌(村)은 달린다(run)'라는 의미로, 농촌의 활력을 상징하는 이름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안재현 대표는 마동리에 정착하면서 마을 이장과의 만남을 통해 중요한 통찰을 얻게 됩니다. 이장님은 "지금 기후변화가 심해져서 농촌이 옛날 농촌이 아니야. 그래서 너는 농작물을 판매하려고 하면 안 돼. 너 같은 청년은 미래의 농촌은 어떻게 해야 되냐면, 농촌을 팔아야 돼"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조언을 받아들인 안재현 대표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마동리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청취자들에게 마동리를 '정서적 고향'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마동리에 꽃이 폈어요",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어요" 같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민들은 마동리에 대한 친근감과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활동 덕분에 마동리는 체리 체험 농장 등의 행사에 충청권 전역에서 방문객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고, MBC 충북과 협업하여 '촌스러운 떡국'이라는 시트콤을 제작하는 등 마을 자체를 콘텐츠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사례는 농촌 마을의 일상과 생활 방식 자체가 도시민들에게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미디어를 통한 지속적인 스토리텔링이 마을의 인지도를 높이고 관계 인구를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3. 마을 자체 상품화: 시흥 '공적여행 동네봄'


경기도 시흥시의 '공적여행 동네봄'은 지역 협동조합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시흥이라는 도시 전체를 여행 콘텐츠로 발전시킨 사례입니다. 이들은 처음에 '우리 자녀들에게 시흥을 고향으로 물려주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점차 시흥을 전국에 알리는 활동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공적여행 동네봄'은 시흥의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여행 콘텐츠로 재구성했습니다. 특히 시흥이 오랜 기간 쌀 생산지였다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시흥 쌀'을 활용한 청주 개발 등 지역 특산물의 상품화를 시도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관광 안내가 아니라, 시흥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담은 여행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관광객들이 시흥을 방문한 후 귀가할 때 시흥의 청주를 가져가 마시면서 시흥에 대한 기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중요시했습니다.


이 사례는 마을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시키고, 다양한 상품과 경험을 통해 그 브랜드를 강화하는 전략을 보여줍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접근법이 성공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 지속가능한 마을 콘텐츠 비즈니스의 조건


마을 콘텐츠를 비즈니스화할 때는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마을 콘텐츠 비즈니스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역 주민의 주도성과 참여


마을 콘텐츠 비즈니스의 첫 번째 조건은 지역 주민들이 그 비즈니스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부 기업이나 개인이 주도하는 비즈니스는 초기에는 성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과의 괴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비즈니스의 계획, 운영, 평가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할 때, 그 비즈니스는 지역의 필요와 특성을 더 잘 반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즈니스의 이익이 주민들에게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지속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 진정성과 고유성 유지


마을 콘텐츠 비즈니스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상업화 과정에서도 마을의 진정성과 고유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외부의 트렌드나 상업적 이익만을 쫓다 보면, 마을 고유의 특성과 가치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마을 축제가 상업화되면서 원래의 의미와 가치를 잃고 단순한 관광 상품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초기에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독특함과 매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경제적 자립성 확보


지속가능한 마을 콘텐츠 비즈니스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초기에는 공적 지원이나 외부 투자가 필요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계절이나 트렌드에 덜 의존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지역 내 다른 비즈니스와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4. 환경적, 사회적 지속가능성


마을 콘텐츠 비즈니스는 환경적, 사회적으로도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환경 부담, 지역 주민 생활 침해, 주택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방문객 수를 제한하거나, 친환경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하거나, 비수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환경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5.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


마을 콘텐츠 비즈니스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이 필요합니다. 시대와 소비자의 요구 변화에 맞춰 콘텐츠를 갱신하고,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내외의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 지속적인 교육과 역량 강화, 그리고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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