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4일 목요일의 다짐
드디어 브런치를 만들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글을 쓸 만한 새로운 플랫폼을 개척했다는 데 또 의의를 둔다. 다른 사람들은 함께 온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간단히 커피를 마시러 들어온 카페 구석에 앉아 첫 글을 쓴다. 카페에서는 연신 재즈를 틀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또 얼마 있지 않아 자리를 뜬다. 아무튼 초대받지 못한 손님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다. 요즘엔 어딜 가나 그렇지만.
취직 준비를 시작한 지 어느덧 3개월이 됐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열심히 공개 채용 정보를 모으고 하루에 몇 개씩 자기소개서를 쓴 건 아니다. 퇴사를 하고 목적 없이 놀아 만료된 몇 개의 어학 자격증 시험을 치고 유명한 중소기업에 이력서를 넣었다가 서류 탈락을 했다. 그외에는 오후에 일어나 끼니를 챙기고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개는 집안일을 마치면 집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거나 하는 평온한 하루들의 연속이었다. 백수가 이렇게 속 편해도 되는 건진 모르겠는데, 또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나 싶어 스스로를 닦달하길 관뒀다.
대신 시작한 게 하나 있다. 요약하자면 매일 15분만 집중하기다. 내가 집중하기로 한 종목은 운동과 글쓰기인데, 여기엔 이유가 있다. 올해 초 잠시 회사를 다닐 때 매일 12시간씩 모니터 앞에 앉아 생전 하지도 않던 군것질이 늘어 아랫배와 하체를 중심으로 살이 많이 붙었다. 회사를 관둔 뒤에도 놀고 먹고 자는 생활 패턴이 이어졌으니 살이 찌면 더 쪘지 빠지진 않았다. 널널한 여름 옷을 새로 살 때는 몰랐는데 계절이 바뀌고 옷장 정리를 하며 두꺼운 바지를 꺼내 입었더니 얼마나 살이 찐 건지 제대로 감이 왔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가, 몸에 옷을 맞춰야지 옷에 몸을 맞추려고 구는 게 또 웃겨서 청바지 앞에서 울다가 웃다가 했다. 배가 많이 나오니까 앉아 있는 게 힘들고 원래도 안 좋은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아 아무튼 집에서 하루에 15분만이라도 운동을 하기로 했다. 유튜브에는 따라 하기 쉽도록 올라온 운동 영상이 아주 많았다. 적당히 따라 하기 쉽고 인기가 많은 영상을 골라 구독을 해놓고 매일 따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오늘은 하루에 15분 운동을 시작한 지 육일째 되는 날이다. 딱히 몸에 느껴지는 변화는 없고 운동이 좋아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는 데 또 다시 의의를 둔다.
한편, 단편 소설 하나를 쓰기 시작했다. 작년 이맘때쯤 소설 하나를 완성해 책을 엮은 걸 일 년째 우려먹으며 아무것도 쓰지 않은 것을 한탄만 하는 게 지겨워졌다. 뭐라도 써야 한다는 걸 쓰기 전에 정말 뭐라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매일 딱 15분만 집중해서 글을 쓰기로 했다. 어제는 친구들과 와인을 먹는다고 하루 빠트렸지만 오늘은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삼일째다. 단편 소설이고 아직 사건을 제대로 서술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여섯 페이지나 썼다. 분명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적은 탓이겠지. 소설의 배경은 공교롭게도 또 바다다. 쓰면서 자꾸 작년에 썼던 소설이 떠오른다. 비슷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더 낫다는 생각도 안 든다. 그렇지만 아무튼 써야 하니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쓴다. 애매한 재능이 준 불행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언젠가 다시 여기에 글을 남길 때, 매일 15분 동안 운동을 시작한 지, 그리고 글을 쓴 지 한 달 그리고 두 달이 되었다고 적고 싶다. 그때가 되어도 내가 계속 24시간 중 15분을 운동과 글쓰기에 내어줄 수 있을까. 고작 삼십 분인데 마음을 먹지 않고는 도무지 이 일들을 해내기가 어렵다는 게 우습다. 오늘은 이쯤 하고, 나머지는 내일의 내게 부탁해보기로 한다. 여전히 뭔가를 해내고 싶은 내가 안됐지만
뭐, 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