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간을 갖고 싶었다. 내 시간을 갖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이에게도 선한 영향을 주고 싶었다. 책방지기를 꿈꾸게 된 시작은 이 세 가지 이유였다.
공간이 필요한 나는 먼저 네이버 부동산을 뒤졌다. 검색어는 ‘인천 서구 상가’였다. 첫 번째 후보지는 내가 사는 청라동, 두 번째 후보지는 검암동이었다. 인천에서 책방이 모여있는 창영동, 부평동은 제외했다. 책방끼리 모이면 같이 축제를 기획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있겠지만 이런 든든함은 포기하기로 했다. 집에서 멀기 때문이다. 차로 20분 이내의 거리였으면 했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이면 더 좋고. 검색하면서 월세 조건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손에 떨어지는 수익은 없을지라도 월세까지 못 내는 상황은 없어야 하니까. 상한선 70만 원으로 잡았다. 거리와 자금 조건을 설정하니 내가 둘러볼 곳은 많지 않았다.
1번 후보지, 검암동 신축상가. 1층 신축상가이고 17평이어서 깨끗하고 공간 여유가 있었다. 같은 월세 조건이면 꽤 탐나는 곳이었다. 단, 운전하여 출퇴근해야 하는 곳이었다. 차로 20분 거리 이내 조건에는 부합하나 삼 남매가 엄마 책방에 자주 찾아오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2번 후보지, 청라동 오피스텔 상가. 역시 1층이고 15평, 깨끗하고 아담했다. 오피스텔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니, 차량을 이용하여 책방을 드나들 잠재적 고객을 생각하면 최상의 조건이었다. 단, 오피스텔 건물에 공실이 꽤 많은 점이 마음에 걸렸다. 비어있는 곳은 많지만, 월세를 내릴 수 없는 사정과 불경기라는 경제적 상황 때문이리라. '임대문의'라는 정사각형 현수막이 자꾸 눈에 밟혔다. 3번 후보지, 청라동 주택 상가. 역시 1층 17평.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라는 지리적 장점과 월세 예산을 초과한다는 경제적 단점이 있어 고민되는 곳이었다. 현재 운영 중인 그릇 가게는 두 개의 점포 자리를 튼 다음 하나의 가게로 넓게 쓰고 있어, 내가 계약하게 되면 가벽을 칠 예정이었다. 가벽을 치면 소음은 괜찮을까, 옆자리에는 무슨 가게가 들어올까 걱정하다가 머리를 저었다. ‘제일 큰 문제는 돈이지 뭐. 월세를 감당할 수 있을까부터 계산 하는 게 맞지.’ 역시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 다 좋을 순 없으니 차근차근 따져봐야 한다.
나의 머릿속 계획은 1월 말에 계약하여 2월 중순까지 실내장식, 책 입고 및 큐레이션을 거쳐 학기 시작 전 2월 말에 짠하고 문 여는 것이 목표이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둘러봐도 될 만큼의 시간이 있는데, 자꾸 지금 당장 결정해야만 할 것 같은 조급증이 든다. 조급증이 들 땐 책방을 상상한다. 계산대 왼쪽 옆으로는 독서 모임을 할 수 있는 독립적 공간을 위해 칸막이를 친다. 칸막이 앞쪽 양 벽엔 원목 책장을 둔다. 책방 가운데에는 우드 슬랩 탁자와 긴 의자를 배치하여 책방에 들른 손님이 책을 읽을 자리를 마련한다. 커피를 내릴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더 좋겠다. 아직은 덜 다듬어진 미완성의 상상일지라도 기분은 좋다. 벌써 사장님이 된 듯하다. 물론, 원목 책장과 우드 슬랩은 이** 표 조립식 가구로 바뀔 가능성이 크지만.
막연하게 책방을 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 목표는 이러했다. 건물주가 되어 책방을 낸 후,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장애인 직원을 고용한다. 책방 옆에 세차장도 인수하여 장애인 취업 기회를 늘려간다는 꿈이 있었다. 건물주 꿈을 포기하니 책방 시작하는 시점이 당겨졌다. 하지만, 월세에 쫓겨 직원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책방 옆에 세차장은 소음으로 두 가게를 나란히 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또한, 나는 음료를 만드는 일에는 적성과 흥미도 없고, 재능도 꽝이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꿈을 꾸었으니 이제 계획을 바꾸어야만 한다. 여러 가지 벽에 벌써 마음이 작아지지만, 나의 자리를 만드는 일, 내 공간이 동네에서 자리매김하는 일에 마음을 다할 예정이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상상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용기도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