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시작되면서 아이들과 함께 올해의 목표에 대해서 적어보았다. 일본 국적의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야구에 대한 목표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적었다는 만다라트 기법을 우리도 해보기로 했다. 내가 비록 야구에 대해서는 무지하나, 메이저 리그에서 아시아 최초의 홈런왕이 된 그의 8×8 목표 달성법을 따라 해볼 만했다. 아이들만 하라고 할 수 없으니 나도 이면지에 쓱쓱 네모를 그렸다. 다른 해 같았으면 고민하여 신중하게 적었을 테지만, 올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목표가 뚜렷하다. 가장 중심 네모 칸에 ‘책방활짝’이라고 썼다. 주변의 8개 네모 칸 중에 2개의 하위 목표만 커다랗게 채웠다. ‘1번 책방 매출 100만 원, 2번 즐겁게 책방 꾸리기’.
1번 매출액 100만원은 일견 적지 않아 보일지 모르나 월세와 공과금, 90만 원+α를 제하고 나면 수익은 제로다. 각오했던 일이다. 목표가 크지 않다. ‘제발, 월세만 밀리지 않게 해주세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고정적인 월급이 없다면 책방을 길게 꾸려나가지 못할 테지만, 일단 올해의 목표는 소박하게 잡는다. 2번 즐겁게 책방 꾸리기라는 목표는 1번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월세를 내지 못할 만큼 소득이 없다면 괴로울 게 뻔하니까.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니 희망 회로를 돌린다. 작가와 연락하여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닌데 3월~12월까지 1달 1회 북 토크, 작가와의 만남을 위한 명단을 죽 적어 내려가며 혼자 행복에 빠진다.
이렇게 큰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하위 목표와 세부 계획을 세워본다. 책방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책으로 문화를 만들고,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 하고 싶은 모임을 머릿속에 그린다. 크게 3가지이다. 읽기, 쓰기, 마음수련. ‘활짝 열린 책’, ‘활짝 열린 글’, ‘활짝 열린 마음’으로 모임명을 정했다. (‘활짝 꽃 피운 책’, ‘활짝 꽃 피운 글’, ‘활짝 꽃 피운 마음’은 후보)
읽기 모임에서 청소년 모임을 꾸리겠다는 희망은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 마친 후 학원 갔다가 과제하고 잠자기에도 빠듯한 일상이겠지만, 함께 하고 싶은 아이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과 함께 읽는 ‘청소년 책 읽기 모임’을 꾸릴 예정이다. 청소년의 부모,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엄마들이 주 대상층이 될 ‘청소년 책 읽기 모임(성인 대상)’도 함께 운영한다. 작가초청 북 토크를 위한 작가 주간(작가의 전작 읽기와 같은)도 같이 운영해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작가 섭외를 해야 하나. 그런데, 아직 아무것도 없는 책방에 누가 와줄까 하는 걱정이 따라온다. 각각의 모임명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나의 과제이니 메모장에 형광펜으로 표시해둔다.
내가 글쓰기 모임 참여만 해봤지, 운영해 본 적은 없다. 내가 운영할 자신은 없으니 꼭 좋은 분으로 섭외해야 한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모임을 원할까? 어떤 글쓰기를 하고 싶을까? 자유롭게 쓰고 싶을까? 주제가 있는 글쓰기가 좋을까? 몇 회로 구성해야 글 쓰고자 하는 사람이 모일까? 내 머릿속에서 물음표 여러 개만 떠다닌다. 청소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모임은 아직 엄두가 안 난다. 빨간펜 선생님처럼 첨삭, 수정 후에는 그럴싸한 결과물을 바랄 학부모의 얼굴이 둥둥 떠다닌다. 일단, 성인 대상 글쓰기 모임부터 열 생각이다. 이건 지인 찬스! 글쓰기에 일가견이 있는 선생님에게 상담 받아야겠다!
마음공부는 꼭 해보고 싶은 모임이다. 하지만, 마음공부 하겠다고 같이 으샤으샤하며 모임에 참여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콕 찍어 둔 두 명의 기획 및 진행자가 있다. 그들에게 아직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제 실내장식을 시작하고 사업자등록을 한 후 그들에게 내 의향을 밝힐 생각이다. 청소년 문학으로 내면 소통하기,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평온함 가지기가 목표이다. 이 모임만큼은 비용을 받지 않고 운영하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제 사업자등록을 막 마친 책방이지만, 열심히 지역사회 문화지원 사업 공고문을 들여다본다.
글로 쓰면, 하나씩 떠도는 생각이 정리되고 자리잡힐 줄 알았는데 아직 뜬구름처럼 부옇고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 오타니 쇼헤이처럼 네모를 꽉꽉 채우지 않아서 그런가. 밥 먹으면서 생각하고, 걸으면서 고민하면서 사장님, 아니 책방장이 되기가 쉽지 않음을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