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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뭇잎 Aug 10. 2024

여전히 글은 쓰기 싫지만

나만의 글럼프 극복 방법

글이 쓰기 싫다. ‘글은 쓰고 싶은데 쓸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글 쓰지 않는 시간이 더 편안함을 알아버렸다. 내가 비록 작가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글 한 편씩은 쓰고 합평한 후 브런치에 글 올리는 재미에 빠진 지 1년이 넘었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도 알기 어려웠던 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되는 경험을 했다. 감정을 알게 되니 화가 났던 마음도 정리하였다. 좋았던 느낌도 다시 쓰면서 기억을 떠올리니 일상에 윤기가 흘렀다. 글은 확실히 치유의 기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이 좋은 걸 왜 몰랐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의 마음만 가득하다. 글을 안 쓰니 이렇게 편한데, 왜 끙끙거리며 글을 쓰고 있나. 내가 작가도 아니고, 글을 쓴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시간을 투자하는 건 괜한 일 아닌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가득하니 글이 써질 리 만무하다. 


한동안 내가 업으로 삼았던 곳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썼다. 무슨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집안 환경은 어떠한지 교실에서 아이들의 눈빛은 이랬으며,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은 무엇이었는가 주요 내용이었다. 에세이 형식으로 몇 편을 썼고, 브런치에서 글을 묶었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지적장애’,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화를 써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가 지내는 교실을 배경으로 친구의 시점으로 짧은 그림책 원고를 쓰기도 했다. 청각장애 학생이 엄마와 겪는 갈등을 원고 30매 분량으로 작성했다. 합평의 결과는 처참했다. 물론 잘 쓴 원고라는 칭찬을 받기를 원한 건 아니었다.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는 엄연히 다른데, 장애의 특성을 잘 알고 써야 할 것 같아요.”

댕! 내가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 학생을 만난 세월이 짧지 않은데, 이 정도 평을 받는다는 건 그냥 못 쓴 정도가 아니라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소리 아닌가. 동화를 쓸 처지가 못 되고 깜냥도 안 되는데 덤벼본 거였다. 이젠 장르를 불문하고, 그냥 글 쓰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잘 쓰지는 않아도 기본이 안 되면서 이렇게 쓰기만 하는 건 시간 낭비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빠졌다.


한 번 글태기에 빠지니 강력한 마감의 효과도 미미했다. 마감 시한 전, 출퇴근길에 급하게 핸드폰을 두드리며 쓰던 내 모습은 이제 없다. 그런데, 난 왜 글쓰기 모임방에서 빠지지 않고 서성거리나. 매번 늦게 제출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원고를 쓰고 합평받는 루틴은 어찌어찌 이어가고 있다. 나를 가두리에 두지 않으면 영영 글 쓰는 이로 사는 걸 포기하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이 있다. 그렇게 글을 쓰는 게 싫다면 그만두면 될 것을 미련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를 당최 모르겠다. 


무언가 신나게 하다가도 재미가 주춤해지는 시기가 온다. 이름하여 슬럼프. 글쓰기라고 슬럼프. 권태기가 없으리라는 법이 있나. ‘글럼프’, ‘글태기’로 검색어를 넣었다. 글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글이 많다. ‘잘 쓰겠다는 마음을 버려라, 환경을 바꾸면 좀 더 낫다’는 조언이 가득하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좋다. 나는 나의 글태기를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끌어올릴 마음을 먹었다. 돈이다. 여기저기 공모전에 글을 내서, 가장 작은 상이라도 받는다면 상금 10만 원 정도는 득할 수 있다. 물론, 이건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상을 받을 때의 이야기이다. ‘글을 쓴다고 돈이 되나?’ 이 물음에서 출발하여 ‘글을 쓰면 소소하게라도 돈을 벌 수 있다’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악착같이 써내리라는 자기 암시를 걸었다. 아직 글로 돈은 벌어 본 적이 없어서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글 모임도 내려놓지 못하고, 글쓰기도 포기하지 않는 내 마음을 알 수는 없다. 그냥 아직 쓰는 일을 마냥 싫어하는 것은 아니구나라고 자체 결론을 내렸다. 글쓰기가 싫다면서 마냥 싫어하는 게 아니라니 무슨 뚱딴지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평가를 나쁘게 받으면 한동안 마음이 침체하여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글쓰기가 싫지만 언젠가는 다시 좋아하며 ‘이렇게 좋은 걸 하지 않고 손 놓고 있었을까?’ 웃으며 자판을 두드리는 날을 상상하며 ‘제출’ 버튼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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