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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뭇잎 Aug 10. 2024

6개월 차 책방지기에게 어려운 일

2024년 7월 29일, 책방 문을 연 지 150일째 되는 날이다. 만 5개월을 꽉꽉 채웠고, 6개월 차로 들어간다. 

“여름방학 지나면 금방 가을 오고, 또 겨울 되겠네. 당신이 책방 1년 해보고 앞으로의 승산을 논해보겠다고 했잖아.”

아, 이 사람아. 내가 그런 말한 것 나도 알지, 알아. 승산은 뭣이 개뿔. 전망은 모르겠고, 책방을 5개월째 이어오면서 내가 참 책방 주인 노릇을 못 한다는 것은 정말 잘 알겠다.      


손님 대하는 일은 어렵다. 특히나 책방 책을 자신의 소유물로 아는 사람을 대하는 일은 고난도다. 꼭, 책을 훔쳐 가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가 아니다. 옷도 사기 전에 몸에 대봐야 하듯이, 책도 목차와 짜임새를 훑어봐야 자신에게 맞는 책인지 알 수 있다. 당연히, 책을 만지고 보면서 물성을 느껴봐야 한다. 그래야, 내 책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 느낌이 팍 온다. 그런데, 책을 좌르르 보다가 맘에 드는 구절이 나오거나 몇 쪽까지 읽었는지 표시하기 위해 책날개를 활용하는 사람이 꼭 있다. 책 표지 앞에 있는 날개 부분을 책 중간에 끼워놓는 것이다. 그럼 책날개는 물론, 책 전체가 구겨지면서 자국이 남는다. 누가 봐도 이건 읽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게끔. 이건 그이의 책 읽는 습관이라고 치자. 왜? 왜! 책 읽은 부분의 한쪽 구석을 세모 모양으로 접어놓는 것인지. 그런 책은 팔려던 마음을 접고 나의 소장용 책으로 만든다. 내가 읽으면 되지 뭐. 마지막에 ‘열람용’이라는 스티커를 붙인다. 책방을 시작하기 전, ‘책은 구매하신 후 읽어주세요.’라는 문구를 보고 고개를 갸웃한 적도 있었다. 사기 전에 살짝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이젠 그 문구를 써 붙인 주인장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있다. 


정확한 공지와 안내를 하는 일도 쉽지 않다. 공지는 보통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한다. 인스타가 대세라고 하여 그렇게 하는 중이다.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혹시 오타는 없는지, 중요한 안내 사항을 놓치지 않았는지 본다고 보는데도 허를 찔리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책방 북 토크 신청비는 ‘작가님의 책 구매로 대신합니다,’라고 했는데, 가족끼리 같이 신청하는 일 같은 경우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럴 때는 같은 책으로 살 필요가 없으니, 다른 책으로 고르면 된다고 안내해야 한다. 말이 참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솔직히 말해야 한다. 마음이 정말 복닥거리는 경우는 이런 일이다. ‘책 모임에 필요한 책은 개별지참입니다.’라고 쓴다. 빨간색으로 강조하면서. 물론, 깜빡하여 책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땐 책방지기인 내가 보던 책 또는 책방에 비치된 책을 빌려준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참석자가 매번 안 가져올 때에 관한 대비를 하지 못했다. 책방이니까, 책이 늘 항상 있는 곳이니까, 빌려주니까. 안 가져와도 늘 괜찮았으니까. ‘안 가져오는 게 어떤 문제도 되지 않아.’라고 여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건 순전히 나의 생각일 뿐일까? 물론, 사실은 알 수 없다. 항상 깜빡했을 수도 있다. 사정이 있어서 못 가져오는 걸 내가 확대해석했길 바랄 뿐이다. 하여튼, 몇 달간 계속 독서 모임 책을 내가 마련하는 일은 영 불편하다. 어떨 땐, 책방 책이 판매되었을 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내가 직접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온 적도 있다. 이번에도 책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슬며시 꺼내놓으려고. 아, 이것도 내 탓인가. 공지는 여전히 어렵다. 빨간색 강조만으로는 안 되는 거였다. 말로 정확히 또박또박 한 번만 더 했으면 되었을 일을. 


책방을 시작하면서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은 애당초 버렸다. 이 마음을 각종 기관에서도 아는지. 여러 단체 또는 지역 사회에서 마련하는 지원 사업 정말 땡큐다. 하고 싶은 일, 시도해 보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니 말이다. 세금으로 또는 다양한 분야의 지원 혜택으로 책 또는 독서 관련 행사를 준비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런데, 정말 이 돈으로 사업만 딱 할 수 있다. 뭐가 더 필요하냐고 반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을 진행하다 보면 일 외적으로 드는 돈이 쏠쏠치 않게 많다. 강사비, 홍보비, 재료비를 쓰고 정산하는 일, 행사 진행하는 일에 들어가는 내 시간과 노력에 대한 대가는 0이다. 인건비는 나오지 않는다. 음, 이것까지 바라는 건 도를 넘어선 일인가. 회계처리하고, 보고서 작성한 후, 기관에 제출하는 일에 드는 비용은 그냥 열정페이로 쳐야 하는구나. 지원 사업에 당신이 열의를 가지고 신청했으니,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할 몫이라는 뜻이었나보다. 내가 바라는 게 많은 것일 수도 있다. 가끔 허탈하다. 많은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물론, 독서 기반 확대에 이바지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수입 기반 확대에도 조금 도움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6개월 차 책방지기. 잘 모르고 떠드는 꼴이 될까 봐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썼다. 그렇다면, 질타해주길.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게 될 테니. 가장 두려운 일은 어떤 말도 듣지 못한 채, 이런 상태로 1년, 2년 시간이 흐르는 것이다. 이런 상태의 답습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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