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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뭇잎 May 26. 2024

폐업? 임대문의? 속 시끄러운 책방 주인

  책방에서 퇴근했다. 집까지 가는 빠른 길을 두고 돌아서 가는 방법을 택했다. 집으로 가는 길, 주택 상가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일을 좋아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주황색 간판의 학원, 공부가 잘될 것만 같은 스터디 카페, 맥주도 팔아서 퇴근 후 들렀다가 가고 싶은 분식집을 둘러본다. 어떤 가게는 새로 시작했고, 다른 가게는 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네 글자 ‘임대문의’. 텅 빈 가게 앞에 부동산 연락처와 함께 얼마나 오랫동안 안내 종이가 붙어 있을지. 가게가 오랫동안 공실로 있으면 상가 주인의 속은 속이 아닐 게다. 하지만, 나는 조물주보다 더 탐나는 자리, 건물주가 아니다. 세입자이다. 가게를 비우는 결정하기까지 운영하던 이의 쓰디쓴 마음을 읽게 된다. 물론, 확장해서 더 좋은 자리로 가는 경우는 부럽기 그지없지만.


  나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책방지기로 오래오래 지낼 수 있을까? 문을 열 때만 해도, 혹시 1년을 채 못 버티고 문을 닫는다 해도 괜찮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시작했다. 이제 다음 달 초면 문을 연 지 딱 3개월이 된다. 지금까지의 3개월처럼 책방에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1년도 무리겠다 싶다. 3월, 4월은 개업 효과, 지인 찬스, 운 좋게 했던 납품 건으로 버텼다. 이제 6월이 되니, 스스로 힘으로 이젠 잘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에 통과해야만 한다. 책방이 잘 안 되는 이유, 골똘히 생각해본다. 꼭 있어야 할 것이 없다. 3가지의 부재. 세무와 회계 프로그램의 부재, 홍보를 위한 플랫폼의 부재, ‘책방활짝’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의 부재. 총체적 난국이다. 누가 그랬나. 문제는 해결하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누가 어깨를 지그시 누르는 듯하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고뇌해본 적이 있는지. 고뇌의 시간에서 탈출하고자 해결 방법을 적어본다. 어려운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고 읽어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세금 문제. 이건 지름길이 없다. 모르는 부분을 찾아보고, 물어보는 수밖에. 지금 통장 2곳으로 나눠서 관리하는 책방 입출금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한곳으로 모은다. 책방 오픈하기 전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시작을 못 한 것, 스마트 스토어와 블로그. 해야 할 것은 하지 않으면서 안된다고 한탄만 한다니. 구상과 계획만 세우고 접은 프로그램이 몇 개인지. 개인적으로 욕심내는 프로그램은 ‘그림책 글작가 교실’이다. 그림책을 만들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림이라는 장벽으로 주저하는 이를 위한 시간이다. 그림책은 동화와 소설보다는 짧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꼭 그림과 글 모두 잘해야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잘 되어서 1기, 2기, 10기까지 이어졌으면.


  43번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슬픔의 방문'을 읽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서글픔과 피곤함이 기어이 다정과 평화를 닮아 가는 일은 타인과 세상을 알고자 하는 마음을 통과하는 동안 이뤄지는 것모르겠는 것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알고 싶다'라는 마음이 될 때 우리는 연결된다.     

  정말이지 사람과 세상에 연결되는 기쁨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다. 맞은편 노란색 '빽다방'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먼지 자국, 세월 흔적 하나 없는 샛노란 색인 걸 보니 연 지 얼마 안 되는 가게인가 보다. ‘빽다방’ 옆 ‘전일호프’는 기억에 있는데, ‘빽다방’ 자리에 뭐가 있었는지는 도통 모르겠다. 문을 닫은 가게, 짐을 빼고 있는 주인을 보면 마음이 쓰인다. 내가 사장님이 된 것처럼. 이젠 느긋한 마음을 접어야 할 때라는 생각으로 책 주문을 한다. 제목은 ‘서점창업-로망이 절망이 되기 전에 봐야 할 서점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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