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았던 나의 7년을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바칩니다.
Intro.
선물이라고.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헛웃음을 웃었더란다.
'공황장애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선물 같은 경험'.
하하하하 미쳤나 봐. 선물이래.
웃기고 있네.
나는 지하철도, 버스도, 하다못해 택시도 타지 못해.
먹는 음식을 전부 토해야 하고, 임산부도 아닌데 헛구역질을 하느라 걷던 걸음을 멈춰야 해.
시야가 빙글빙글 돌아서 제대로 걷기도 어렵고, 허공을 걷는 듯 발에 땅이 느껴지지 않아.
문득, 나에게 약을 주시는 의사 선생님이 이상한 약을 주셔서 날 실험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과대망상을 하고,
샤워를 하다가도 숨이 막히고 발작이 오면 물기를 채 닦지도 못하고 뛰쳐나가야 해.
약을 먹어도 먹어도 불안해서 새벽에 밖을 뛰어나갔는데, 땅이 뒤집히는 듯 어지러워서 서럽게 울었어.
사랑하는 조카가 태어났을 때, 내가 혹시나 미쳐서 이 애를 어떻게 할까 봐 감히 안아주지 못했고.
난 그냥 반찬을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칼이 너무 무서워. 내가 정신이 나가서 혹시 누굴 찌를까 봐.
발표를 잘하는 멋진 학생이 되려고 많이 연습했는데, 자기소개도 못하고 도망치는 멍청이가 되어버렸다고.
아, 나는 이제 망했구나. 죽고 다시 태어나야겠다.
리셋 버튼을 누르지 않고선 내가 온전히 사람 노릇을 하고 살기는 어렵겠구나, 이번 삶은.
천장이 너무 지겹다. 맨날 쳐다보는 천장.
망할 놈의 공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