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너는 너무 오래 아팠다.
우는 너에게 고작 내가 한 일이라고는
"다 지나가는 거야."라는 상투적인 말을 하는 것.
마음으로 나도 울었다.
너를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해 미안했다.
7년 전 아팠던 나를, 지금의 나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타자가 되어버려서.
고작 증상 하나 사라졌다고 너보다 더 나은 사람인 양 으스대는 꼴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공황장애를 감히 선물이라고 말한 것 또한, 죄스러웠다.
열심히 살기만 했을 뿐인 너에게 늘 고통뿐인 하루를 내어주는 것 따위가 무슨 선물이냐고.
형벌이지.
소리 지르며 악을 쓰고 울어야 꽉 막힌 가슴이 겨우 뚫린다던 너에게
내가 감히 어떻게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과거의 나도 안아주지 못하는 내가.
괜찮아, 잘 될 거야 라는 주문 같은 말들 속 네가 얼마나 질식해왔을지 내가 감히 알 수나 있을까.
나 또한 산소통을 주긴커녕 그런 말들의 바다로 깊이깊이 너를 내던진 주제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나는 그냥 가만히 있어버린다.
그런 나를 붙잡고 기어코 또 너는 말한다. 내가 참 좋은 친구라고. 죄스럽다.
오늘도 너는 일을 하러 나갔다.
일은 무슨, 침대에 가만히 드러누워 있어도 피곤했을 몸을 이끌고.
그놈의 직면, 그놈의 이겨내기, 그놈의 힘내기.
남들은 욕심부릴 것 다 부리고도 산다.
그 욕심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단지 당연한 일상을 바랐을 뿐인데도 너는 고통스럽다.
내가 신을 믿지 않게 된 것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힘을 낼 수 없는 사람에게 힘내, 라는 말이 고통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이 조소한다.
그럼 대체 뭐라고 말을 하란 말이야? 너 참 예민해. 너 참 까다로워.
네가 겪어 봐. 네가 당해보란 말이야. 천 번쯤 윽박지른 것 같다. 속이 텁텁하다. 석탄을 씹은 것 같다.
쓸데없는 자기 연민은 스스로를 갉아먹는 꼴이라지만, 스스로 딛고 일어서는 힘조차 당연하지 않은 네가 느끼는 처연함을 누가 욕할 수 있을까.
너는 오늘도 해냈더라.
몇 번이고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었겠지,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네가 가진 꿈을 버리고 싶었겠지, 하지만 여전히 꿈을 꾼다.
의지하던 사람이 해를 끼치기 시작해서 그 사람을 보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감히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욕심을 부리자면 네가 오래오래 해냈으면 좋겠다. 네가 그리던 사람이 될 때까지.
그런데 포기했을 때도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의 과정을 자화자찬하다 못해 스스로 상을 주기까지 했으면 좋겠어.
정신승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진심으로 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고생했다.
내일도 고생하겠지, 그 모레도.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함 속에서 더듬어 나를 의지해주어 고마워.
내가 자전거 안장을 잡아주는 손이 될게.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나는 그게 먼 미래라고도 생각하지 않아.
너는 자전거가 아니라 비행기도 몰 수 있을걸. 나는 안다.
너의 불안이 네게 한계를 짓지 않도록 싸우자.
발 밑에 두고 웃어주자, 조소하던 사람들까지도.
몸이 아파도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고생했어.
평온하게, 안정되게, 아무 생각 없이 잠드는 밤이 되기를.
-베리타스전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