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17을 보고

by 베로

나는 미키17에서 미키18로의 캐릭터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몇 번의 죽음 같은 변화를 겪었나 짚어보았다.


수경1. 어렸을 때 나는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떠들었다.

수경2. 이과였던 나는 대학에 들어가 고대하던 연극 동아리를 하며 518, 통일에 관한 연극을 하며 한국사를 몸으로 조금 느끼게 되었다. 프랑스혁명의 미시사를 알게 되며 역사가 숨긴 모순을 찾아가게 되었다.

수경3. 20대 중반 본격적으로 연극을 하며 인문학, 철학, 문학이론, 미적체험의 경이로움을 맛봤다. 반면 경제적 어려움을 불안해하며 온갖 일을 하다가 결핵을 앓고 (정작 연극은 내려놓고) 신이 과연 있다면 확인해야겠어서 뉴질랜드 가톨릭 평신도 학교 및 공동체에서 2년을 보내며 가난해도 더불어 살며 충만할 수 있음을 몸으로 확인했다.

수경4. 비영리단체들의 디지털전환에 기여하겠다고 돈은 월 35만원, 70만원 받고 1년, 총 3년을 치열하게 일했는데 어느 날 매력없다 일 그만둬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후 3년 여간 나를, 세상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몰라 깊은 우울에 빠졌다. 미키 같은 소모품으로서의 노동자였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았다.

수경5. 최근 꾸밈자본, 매력자본, 외모호감의 강력함을 알게 되었다. 한국 여성으로서는 참 늦게 알게 되었나 보다.


지금의 나는 수경6 정도 되나보다. 아니 더 많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 초중고등학생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고 나는 나쁜 선생님이 될 거 같아 사범대를 중퇴했다. 이제는 학교(공교육)로 학생들 만나러 가는 시간이 참 좋다.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내가 나답게 할 수 있는 것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그 사이 종교도 내려놓기는 했다.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고 작은 박스 같은 세상을 벗어나도 괜찮다고 서로에게 말해준다면, 서로에게 힘이 된다면 우리는 평온하게 서로를 살릴 수 있을까? 수경18 정도는 되어야 가능할까? 누군가 미키18이 되어 나타나겠지 생각하나?


건방질지 모르지만 오래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수경7, 수경8이 오더라도 살아가자.


#미키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