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에 관하여 #01
하루하루가 너무 게으르고 나태해지고 잠만 자는 내가,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글을 쓴다. 직장 생활은 힘들지만, 그래도 직장 생활을 하기에 출근한다는 이유로 씻고 집을 나서며 일을 하고 소통이라는 것을 한다.
사람을 무척이나 싫어하고 대인관계가 어렵지만 그래도 먹고살기 위해선 가면을 쓰고 웃으며 비위를 맞춘다. 그리고 집에 오면 에너지는 모두 소모되어 살림도 놓아버린 채 약을 먹고 잠만 자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조금씩 늘려간 신경안정제는 복용하기만 하면 축 늘어져 나를 재워버리는 것 같다. 스트레칭도 하고 싶고, 책도 읽고 싶고, 글도 쓰고 싶은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냥 무기력하게 잠만 잔다. 그런 생활이 반년이 되어가니 이제야 조금씩 정신이 차려지는지 내가 뭐 하고 있나 싶어진다. 한심하고 답답하고 마구 무기력해지는 기분이다.
우울증, 신경안정제 약을 복용한 지는 햇수로 4년 차이다. 간혹 먹었다 안 먹었다를 반복했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더 안 좋아졌고, 올해 들어서는 꼬박꼬박 일정하게 약을 복용하고 있다. 먹고 있는 약은 알코올중독, 마약과 같은 강력한 습관성 약물 중독환자의 치료 보조제인 트락손정과 신경전달물질 조절제로서 우울증, 식용 과항진증, 강박증, 월경 전 불쾌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사용되는 리옥틴캡슐. 불안, 우울, 긴장, 근긴장, 수면장애 등의 증상 완화의 목적으로 처방된 데파스정과 알프라낙스정. 그리고 불면증 치료제인 스틸녹스가 있다.
4년 전 전 직장을 다녔을 때 출근길에 공황장애가 와서 처음 병원에 방문하게 되었고 그 후로 계속 다니고 있는 중이다. 중간에 심리상담치료도 여러 번 받았지만 효과는 잘 모르겠다.(물론 사람 따라서 다르겠지만) 심리상담치료는 상담사를 잘 만나야 하는 듯하다. 1회 상담에 가격이 십 만원정도하는데 그 효과는.... 내게 맞는 상담사를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더 돈 주고 스트레스받는 기분이랄까. 약의 효과는 처음에는 정말 모르겠었는데 꾸준히 먹다 보니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정신과 약은 꾸준히 오래 먹어야 한다. 그리고 단약 하고 싶다면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한 후에 천천히 감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작은 것을 보고 행복을 느낀다는 소확행의 기분을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 그 어떤 것에도 무덤덤하고 궁금하지 않으며 귀찮고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사람이 살아있지만 그냥 무의식 중에 해야 할 것들을 해내고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나도 이렇게 이런 마음으로 이렇게 행동해야지 한순간은 생각하지만 그때뿐이다. 이렇게 사람의 감정을 메마르게 하고 삶을 의미 없게 만드는 것이 우울증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성향 자체도 부정적이고 염세적인 것이 있겠지만, 유년 시절의 경험들과 기억들, 그리고 힘들게 버텨냈던 삶의 조각들이 이제 와서 날카로운 창이 되어 나를 깊숙이 파고드는 것 같다. 이제는 이렇게 따뜻한 배우자와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는 가정을 이루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려 하는데. 왜 다시 자꾸만 생각나고 후벼 파는 것인지. 그냥 울며 자책하고 원망만 할 것이 아니라 읽고 읽고 공부해서 스스로를 알아가고 치유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록할 것이다.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하면 된다. 몇 번을 실망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 그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