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청춘이 힘든 이유가 뭐냐면요.
**210810_명동씨네라이브러리_액션히어로**
91분의 러닝타임 동안 웃지 않은 때가 있었나? 오랜만에 만난 독립영화계의 단비 같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이런 한국영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다. 감독 이진호는 단편영화 두 편을 거치고 영화의 연출부를 거쳐 장편영화로는 이 영화로 데뷔했다. 류승완 감독의 젊은 시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영화는 액션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두 주인공의 촬영 일대기를 중심으로 이어지지만, 곳곳에서 뜨거웠던 청춘이 왜 속세에 물들어 가는지, 물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왜 때문인지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기억에 남는 단어는 ‘대학원생’과 ‘치킨집’인데, 특수 대학원이긴 하지만 어쨌든 같은 대학원생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고충이 느껴져서 더 실감 났다.
한 때 액션 배우를 꿈꾸며 영화를 찍었던 전설의 선배는 지금은 교수의 하녀 급으로 전락해 버린 조교로 일하며 카페 아르바이트까지 투 잡을 뛰고 살고 있다. 힘든 와중에 전 남자 친구가 찾아와 속을 긁기도 하고, 그와 함께했던 옥탑방에 올라가 ‘내 인생은 왜 이런가.’ 한탄하며 #탈출 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허세 가득한 글을 올리기도 한다. ‘알바년’이라는 말을 듣는 건 일상이지만 언제 들어도 익숙하지 않고, 무릎을 꿇고 빌지 않으면 잘려야 하는 하루살이 인생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열정, 열정, 열정!’을 외쳤던 패기 넘치는 학생 때의 에너지는 10년 후에 왜 소멸하는 걸까? 영화는 자극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불의를 보면 못 참았던 과거와 현재를 갈등하는 주인공의 시점을 보여준다. 꼭 그런 사건이 아니더라도, 대학교 시절에서 10년이 지나 30대가 된 내 나이에도 비슷한 느낌을 가질 때가 상당하다.
이를테면 두 발로 걷던 20대의 여행은 지금은 호캉스로 바뀌었고, 대중교통 대신 시원한 차를 가지고 나가 는 것을 선호하며 영화 속에 다루어지는 것 처럼 어쩔 수 없이 불의에도 눈 감는 일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왜 이렇게 변화하는 걸까?
생존. 그 이유를 ‘생존’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내가 졸업하던 2012-13년 당시에는 점점 더 심해지는 구직난으로 공무원 열풍이 불었다. 한비야 작가가 공무원이 꿈이라는 학생에게 정신 차리라고 때렸다는 이야기는 그때 시대상을 설명한다. (실제 이 에피소드는 상당히 논란이 됐었다.) 친구 중에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들이 비일비재하다. 꼭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안정적인 공기업 취업을 선호했고 그런 게 아니면 대학원에 진학하며 석사과정을 밟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우리 세대가 영화 속 ‘선하’와 ‘재우’다. 공무원과 공기업 취업, 대학원 진학은 결국 잘살아 보기 위한 생존 수단이었다.
나처럼 가정을 꾸린 일반 서민인 30대도 마찬가지다. 마음은 아니지만 책임 의식으로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돼 버린 30대 역시 치솟는 부동산값과 교육비로 얼마를 벌어도 부족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자식에게만큼은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경험을 해 주고 싶어하는 삶의 가치는 포기할 수 없기에, 내리사랑을 위한 생존 게임이 또 시작된다.
열정은 그런 과정을 통해 식는다. 문득, ‘내가 왜 이렇게 변했지?’ 싶을 때는 이미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는 시간 속이기 때문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세대 간의 갈등이 나타나는 이유, 혹자에겐 나 혹은 우리가 꼰대로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들의 에너지를 존중하며 응원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 에너지가 오래도록, 아니 평생 지속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생존해야 하는 환경에서도 열정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액션 히어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