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ak low라는 노래 한 스푼으로 완성
피닉스 감상
2차 세계대전의 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를 중심 배경으로 그리는 독일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세 편의 작품 중 영화는 중간에 위치한다. 학살로 인해 얼굴을 잃어버린 주인공 넬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라는 성형외과 의사의 ‘재건 수술’을 거부하는 넬리는 과거의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부탁하며, 수술 후 남편 ‘조니’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는 홀로코스트 이후 피해자의 양상과 주변 사람들의 태도를 관조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넬리’라는 인물의 자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힘들게 조니를 발견했지만, 변화한 얼굴 때문에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조니를 위해 넬리 자신은 ‘가짜 넬리’를 연기한다. 과거 속 남편과의 관계를 향한 그리움과 과거의 자신이 진짜 ‘나’라고 생각하는 넬리는 조니를 위한 연기가 틀리는지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
영화의 오프닝에 ‘재건’ 수술을 권하는 의사의 말과 그것을 거부한 넬리의 태도에서 그녀가 현재 혹은 미래가 아닌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남편의 밀고로 자신이 위험에 처했음을 알면서도 과거에 머물고 싶어하는 넬리의 마음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조니를 위해 진짜 넬리인 척 연기하는 넬리는 수감 당시 얼마나 끔찍했는지에 대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는 수용소에서 얼굴을 잃었다. 영화에서 그 모습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그를 바라보는 군인의 표정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의 얼굴이 얼마나 끔찍했을지. 어린아이들까지 있었던 그 기억은 생존자 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과거의 사랑했던 남편을 떠올리면 그때의 기억으로 소환된다. 현실을 잠시 외면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30대가 지나니 어릴 때 친구들을 만나며 술 한잔을 걸치면 늘 옛날이야기가 오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술안주에서 그 이야기가 빠질 리 없다. 현실에 관한 이야기는 지나치게 퍽퍽한데, 과거의 우리는 멀리서 봐서 그런지, 어쩐지 해맑고 걱정이 없어 보인다. 내 고등학교 친구 중 일부는 학교 앞 독서실에서 컸다. 그냥 잠시 왔다 간 것이 아닌 정말 그곳에서 우리는 말 그대로 자랐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면 4개의 책상이 하나로 묶인 독서실 책상 의자 사이엔 이불을 펼 수 있는 자리가 생겼는데, 그 사이에 이불을 펴고 누워 자며 다음 날 차디찬 샤워기로 머리를 감고 학교에 갔다. 물론 불법이었다. 그곳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정부터 다음 날 닭이 울 때까지 대학 얘기부터 연예인 이야기 경험하지 못한 성적인 농담을 하며 하하 호호 시간을 때우기 일쑤였다. 고3 때의 단비 같은 기억이다.
힘들고 황당한 기억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일을 곱씹으며 추억을 팔곤 한다. 기억을 소환하는것은 유희이자 잠깐의 현실에 대한 망각이다. 하지만 넬리의 과거는 단순히 추억팔이 정도의 기억이 아니다. 그는 수용소로 가기 전 과거 속 행복했던 자신의 모습으로 진심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남편과 연기를 하며 연애할 때 감정으로 돌아갔을 것이고, 그 속에서 진짜 자신을 발견한다고 믿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정체성 혼란에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 생긴다. 사건 이후 넬리는 갈등한다.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할 때가 오며, 그는 조니에게 'speak low'라는 노래로 자신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펍 피닉스에서 두 여성이 부르던 노래와 함께 마지막 엔딩곡은 내 기억 속에 영화 음악 중 강렬한 음악으로 각인되었다. 배경음악을 지나치게 많이 쓰지 않았는데, 마치 과거의 넬리를 연기한 현재 넬리가 입은 주황색 원피스와 빨간 립스틱처럼 흔하지 않게 강조된다.
노래하는 도중에 조니와 넬리 사이 이해관계자들의 표정, 피아노를 치는 조니의 표정은 홀로코스트 당시 사람들의 감정을 보여주는 듯 다양하다. 노래를 마치고 퇴장하는 넬리는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현재로 나아간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2분의 강렬함을 쉬이 가시지 않았다.
가사
Speak low when you speak, love
Our summer day withers away too soon, too soon
Speak low when you speak, love
Our moment is swift; like ships adrift, we're swept apart too soon
Speak low, darling, speak low
Love is a spark lost in the dark too soon, too soon
I feel wherever I go
That tomorrow is near, tomorrow is here and always too soon
Time is so old and love so brief
Love is pure gold and time a thief
We're late, darling, we're late
The curtain descends, everything ends too soon, too soon
I wait, darling, I wait
Will you speak low to me? Speak love to me and soon
Time is so old and love so brief
Love is pure gold and time a thief
We're late, darling, we're late
The curtain descends, everything ends too soon, too soon
I wait, darling, I wait
Will you speak low to me? Speak love to me and soon
Speak 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