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의 나이는 몇 살인가요? 영화 <업> 리뷰

어린아이와 강아지로부터 바뀐 꿈의 회로

by 달달보름




영화 <업>은 엘리의 부재와 엘리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결핍'으로 성장해 가는 나이 많은 할아버지 '칼'의 여정을 보여준다. '칼'의 홀로 선 모험은 엘리의 죽음과 함께 시작되었고 그 모험은 과거를 향했다가 현재로 미래로 바뀌는 성공적인 여행으로 기록된다. 세상의 많은 꿈들은 그 처럼 '결핍'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김미경 강사의 강의를 듣는데, 이런 말을 하더라 '당신의 꿈의 나이는 몇 살입니까?' 그러니까, 내가 새로 태어난 때를 묻는 것이다.



영화 속 '칼'의 새로운 꿈의 나이는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이다. 사람의 나이와 관련 없는 꿈의 나이는 언제든 느닷없이 설정될 수 있고, 계회적으로 미리 생겨나기도 한다. 마치 아기처럼. 나의 꿈의 나이가 몇 살인지 생각해 봤다. 관대하게 평가하면 강사 일을 시작한 8년 전쯤 인 것 같고, 좀 짜게 주면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사람이 꿈과 함께 다시 태어나면 꼭 거치는 과정이 있다고 한다. '열등감'이다. 나의 열등감이 정점을 찍었을 때를 떠올려 봤다. 타인을 향한 열등감이 있었던 아주 찌질한 때는 스무 살, 그 비난의 화살이 나를 향했던 것은 25살부터 작년까지 7년여간 지속됐다. 비난의 화살이 나를 향할 때는 주로 과거의 나를 비난하는 일이었다. 시기를 겪고 나는 겨우 알에서 나왔다. 짜게 주면 꿈 나이가 1년이 안 되는 이유다.



영화 속 찰스가 자신의 과거에 집착하는 것도 후자에 해당되는 일이다. 과거의 자신의 실수를 되돌리고 싶어 현재의 자신을 갉아먹는 것, 그것 역시 열등감이다. 열등감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케빈과 케빈의 새끼들마저 헤치려는 포악함, 그리고 그 일을 방해하는 다른 사람까지 처단하는 난폭함으로 변질된다. 경중은 다르겠지만 칼 역시 과거의 엘리와의 약속 때문에 현재 중요한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일을 그르쳤을 때, 그 비난의 화살은 타인인 러셀과 더그에게 향한다. 어쩐지 결혼 한 사람들이 '남편(아내)만 잘 만났어도!'라고 한탄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칼과 찰스가 다른 점은, 칼은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바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그 길로 칼은 생물학적 나이는 꽤나 많지만 꿈의 나이로 치면 막 태어난 신생아가 된다. 영화는 늦었다고 해서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긴 여정을 지나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신생아로 다시 태어난 칼의 행보를 응원하는 듯하다. 그 과정은 과거의 우상이었던 '찰스'가 아닌 어린 꼬마 녀석 러셀과 강아지 더그로부터 비롯된다는 발상 역시 이 영화에서 내가 사랑하는 포인트이다.



우린 어느 시점이나 꿈의 회로를 바꿀 변곡점을 만날 수 있으며, 그 꿈을 찾기 위한 조력자는 어린아이가 혹은 지나가는 강아지가 될 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형인 내 꿈도, 어느 순간 과거형이 될지 모른다. 내 꿈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그것을 일깨워 줄 귀인은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그러니 눈을 크게 뜨자. 살아있는 내 꿈을 위해!

작가의 이전글과거의 나를 버리고 나아가는 한 걸음, 영화 <피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