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이 영화로 태어났을 때 <위대한 개츠비>

소설 <위대한 개츠비> vs 영화 <위대한 개츠비>

by 달달보름


위대한 문학작품이 영화로 태어났을 때: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는 피츠제럴드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1920년대 배경의 미국을 중심으로 그 시절의 타락한 아메리칸드림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책을 처음 접했던 때는 영문학을 전공하는 학부 시절이었는데, 그 당시 소설을 읽고 씹고 맛보며 느끼며 가장 인상 깊게 상상했던 장면은 모든 상황을 바라보았던 간판 위의 J 애클버그의 눈이다.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신의 영역을 표현하는 것 같고, 양심적으로 살아야 함에 마땅하지만 속에서 사는 인간을 단죄하는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다.


화려함을 상상했던 소설과 다르게 시각화된 영상미는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그렸던 나만의 축제가 정형화됐을 때의 단조로움과 그것이 고정관념이 될 때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겐 여태껏 영화보다 소설이 더 매력적인 것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은 <위대한 개츠비>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는데, 그것은 단연 캐스팅일 것이다. 상상 속에서 그렸던 모든 인물이 눈앞에서 연기할 때의 재미는 원작이 있는 모든 영화를 뛰어넘을 정도이다. 닉, 톰, 데이지, 개츠비, 조던 모든 배우가 그랬다.


개츠비는 무엇 때문에 위대하다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그것은 긍정일까 부정일까 영화를 보면서도 책을 보면서도 고민했다. 나름의 중의적인 표현이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냈는데, '위대한'이라는 의미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목표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그 과정이 모순적일지라도) 그것을 이루는 집념 때문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티 하나 없이 순수한 목표 그 자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개츠비 자체가 그 당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성공을 향해 나아갔던 미국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을 것이다.


결국, 결과만을 위해 나아간 인생의 과정에서 우리는 그것을 이루었을 때 얼마나 허무해지는지 경험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이미 많이 봤던 흔한 클리셰이지만, 영화 속 초록 불빛으로 형상화된 그의 목적인 '데이지'는 그 의미를 더 확연하게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가 모든 걸 이루었을 때 다시 떠오르는 그 빛을 바라보며 난감해하는 오묘한 표정은 우리가 그것을 경험했을 때 어떤 기분인지 상기하게 한다.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과거였다. 5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때와 똑같이 데이지와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했다. 개츠비의 목표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을지라도 그 의미는 과거를 향했기 때문에 그것을 이루었을 때 결국 현재와 미래를 향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데이지가 '톰도 사랑했었고, 지금은 당신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때 혼란스러워하는 눈빛에서 그의 목표가 과거시제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속 인상적인 장면을 말하자면, 책 보다 훨씬 더 실감 나게 표현됐던 부분이 바로 이 장면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미친 연기력이 돋보이던 장면. 귀부터 시작해서 벌겋게 달아오르는 얼굴과 톰을 향해 분노하며 물건을 집어던지는 모습, 그리고 그를 향해 욕설과 저주를 퍼부으며 피부 결까지 떨리는 표정 연기를 하는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정말 일품이다. 책으로 그런 부분까지 상상하긴 힘들었기 때문에, 나는 이 장면이 가장 인상 깊다.


반면에 아쉬웠던 장면도 있다. 화려한 셔츠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데이지의 모습과 바로 이어지는 닉의 해설은 마치 데이지가 5년간 개츠비를 사무치게 그리워해서 셔츠를 보고 눈물을 흘린 것처럼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소설을 읽었을 때 그 장면은 내가 느끼기엔 세속적인 데이지의 모습으로 읽혔기 때문에 의아했던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소설을 읽지 않고 먼저 본다면 영화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그 화려함은 마치 영화를 떠올리게 하며, 재즈와 술에 찌들어 향락을 즐기는 1920년대의 파티 모습은 영화 <시카고>를 떠올리게도 한다. 모든 것이 시각화된 영화 속에서 그 당시 미국 문화를 발견하는 재미 역시 크다.


다만 영화를 보고 소설을 보면 상상력의 한계가 규정되어 버리는 아쉬움은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한 번쯤은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다면, 책장 속 꽂혀 있는 위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간다면, 과감하게 영상으로 연출된 영화를 먼저 보길 권한다. 이 영화의 매력을 알고 나면 곧이어 책을 보고 싶은 욕구도 생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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