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진심으로 응원해 줄 사람 거기 있나요?
<라라랜드>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 줄 사람 거기 있나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에도 나에게 <라라랜드>는 이루어지지 못한 젊은 남녀의 사랑이 아니었다. 꿈을 좇는 두 남녀와 현실 앞에서의 좌절,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한 발짝 나아가는 꿈에 대한 희망 찬 영화. 내가 기혼의 30대라 그런지 (이 영화를 아이를 낳고 보게 됨) 젊을 때의 따뜻한 로맨틱한 감정이 사라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난 이영화가 나를 응원하는 것 같아 좋았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애초부터 서로의 꿈을 알아보며 사랑을 싹 틔웠다. 아무도 듣지 않는 재즈바에서 크리스마스 연주곡 대신에 자신만의 노래를 할 줄 아는 세바스찬과 지금은 파트타이머로 일하지만 언젠가 배우가 되겠다고 말하는 미아. 그들은 서로 반할 수밖에 없는 열정이 있었다. 세바스찬이 그토록 고수하던 전통을 버리고 퓨전 음악을 선택하며 대중에게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던 이유는 미아에게 보다 떳떳한 애인이 되고 싶어서였겠지, 세 번째 보니 그의 감정이 이해가 간다.
그런 세바스찬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아 근사한 저녁상 앞에서 미아는 응원의 말을 날카로운 말로 포장해 세바스찬에게 퍼부으며 둘은 크게 다투고 만다.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1인극을 할 수 있게 힘을 주었던 세바스찬의 변화된 모습이 미아 역시 좌절시켰으리라. 결국 좌절해 버린 미아의 집 앞에 또 고집스러운 클래식 카를 타고 경적을 울리며 그가 다시 나타난다. 좌절의 순간에 다시 서로의 손을 잡아 준다.
첫 만남이 있던 추억의 장소에서 둘은 서로를 응원하며 연인 관계를 정리한다. 밤하늘을 날고 꿈처럼 시작된 둘의 영화 같은 그린피스 공원은 낮에 보니 꽤나 현실적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는 현실 앞에서 미아는 질문한다. “Where are we?” 그리고 세바스찬은 대답한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보자고.
로맨스와 꿈, 현실이라는 내 앞에 놓인 선택지에서 우리가 대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영화는 로맨스를 선택하며 꿈을 포기하지도, 현실에 순응하며 돈을 좇지도 않는다. 온 세상이 또렷이 보이는 벌건 대낮에 앉아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서로의 꿈을 응원한다. 누구 하나 헤어지자도 말하지 않았지만, 서로는 알고 있다. 이 순간이 끝이라는 것과 놓아주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미아는 말한다. ‘i’m gonna always love you.’ 자신을 열렬하게 지지해주었던 세바스찬과의 과거를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란 말로 들린다.
내가 어릴 때 보던 로맨스 영화나 스토리에선 대체적으로 남자가 돈을 많이 벌고, 여자는 남자와 행복하게 사는 것을 택한다. 그리고 여성은 그가 벌어들인 돈과 안락한 환경에서 꿈이 아닌 ‘취미’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소소한 삶을 택한다. 세바스찬이 전통 재즈가 아닌 대중문화 아티스트로 남았다면, 미아와 결혼했다면, 우리는 그 흔해빠진 구시대적인 엔딩을 보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니었다. 서로는 진심으로 그 꿈을 응원하고, 열렬한 지지자가 되어준다. 5년 후 셉스 클럽에서 다시 조우하며 나누었던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그 꿈을 응원하며 행복하라 말하는 듯하다. 그저 이루어지지 못했던 지난날의 인연을 안타까워하며 ‘what if’라는 상상을 혼자 할 뿐이다. 그의 상상 속 8분은 짧은 뮤지컬처럼 흘러간다. 그것과 대비되는 현실은 낡은 재즈 바에 성공한 옛 여인과의 조우지만, 뭐 어떤가? 여전히 서로를 응원하는 관계인데. 이야말로 아름다운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니 괜히 부러웠다. 나를 이토록 열렬하게 응원해 줄 사람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