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차 돈 룩 업] 지구가 망해도 감사해요,음?!

영화 <돈 룩 업> 에세이 by 꼬달

by 달달보름

화제의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을 봤습니다. 흥미 있던 영화이기도 하고 제가 속해있는 여성주의 무비클럽인 <달씨네클럽>에서 추천해서 봤는데 함의하는 바가 꽤나 커서요, 여러 날 돈룩업에 사로잡혀 있는 요즘입니다. 영화의 발단이 혜성 충돌이라는 종말적 상황이다 보니 얼마 전까지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던 저에게는 꽤 울림이 컸습니다. 많은 기후 활동가들이 '혜성'이 아니라 '기후'에 대한 이야기라며 하이퍼리얼리즘 무비, 운운하는 것이 이해가 됐달까요.




영화의 전개는 무척 빠릅니다. 박사 수료생 여성이 혜성을 발견한 뒤 지구 충돌에 이르기까지, 고군분투하는 6개월 반의 시간이 2시간 20여 분 영화에 담겼습니다. 혜성을 발견했다는 기쁨은 곧 종말을 알아챘다는 비극 속 감정으로 곤두박질칩니다. 주변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 항공우주국 NASA라든지,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 혜성은 여지없이 지구에 부딪힐 것이 자명합니다. 과학자들은 백악관을 향하지만, 정치적 이슈가 아니기에 신뢰받지 못합니다. 우여곡절, 아니 어마어마한 노력 끝에 '혜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라는 과학적 사실이 겨우 지구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정치적 이슈로 여겨질 때쯤, 그 혜성의 물질 체계가 '경제적 가치'가 있음이 알려지죠.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제 부흥이 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혜성을 부러 외면합니다. 여기서부터 'Don't look up' 캠페인이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직 보지 못한 분들도 많기에 과정은 여기서 생략하고, 결과로 말하자면 지구는 폭망합니다. 혜성에 의해 기존 지구 생태계는 멸망해요. 달씨네클럽이 먼저 제안하지 않았다면, 주변에 절규하는 활동가들 때문에 저는 이 영화를 보지 못했을 거예요. 실제로 보니까, 너무나 하이퍼 리얼리즘이군요. 절망의 어느 곁을 긁게 됐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시청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돈룩업에서 일어나는 '흥분 정치', '과학적 커뮤니케이션의 처참한 종말', '쇼비즈니스', '연성 보도 해악'과 같은 것들은 너무 리얼하고 재수 없지만요. (실제처럼 피곤했어요) 저는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들이 자신을 찾는 과정과, 별 볼일 없는 캐릭터가(티모시 살라메이지만 별 볼 일 없음), 미래(청혼)를 담보하는 장면, 같은 것에서 드러나는 삶의 태도에 대해 곱씹었거든요. 영화에서 가장 별 볼 일 없고 존재감 없는 사람이 가장 마지막 날 좋아하는 이에게 청혼을 하듯 미래를 담보하는 일, 그리고 함께 손을 잡고 기도를 올리는 장면이 저에게 특히 와닿았습니다.




전능하신 주여,

의심 많은 저희를 용서하소서

오만한 저희가 은총을 구하나이다

의심 많은 저희를 용서하소서

또한, 주여. 이 어두운 시기를 사랑으로 위로하시고

무엇이 닥쳐오든 당신의 담대함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아멘

(돈룩업에서 마지막 기도 중, 박성아 기록)




행복은 미래와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담보될 수 있는 것이라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미래가 있어야 행복할 수 있어요. 그러나, 과거로부터 내게 온 지금의 행복이 행복인 것을 알아챌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요. 제가 최근 읽고 있는 책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에서 만난 손턴 와일더(1879~1975)의 <우리읍내>에서 나온 구절처럼요.




"몰랐어요. 모든 게 그렇게 지나가는데, 그걸 몰랐던 거예요. 데려다주세요. 산마루 제 무덤으로요. 아, 잠깐만요. 한 번만 더 보고요. 안녕, 이승이여, 안녕. 우리 읍내도 잘 있어. 엄마, 아빠. 안녕히 계세요. 재깍거리는 시계도 해바라기도 잘 있어. 맛있는 음식도, 커피도, 새 옷도 따뜻한 목욕탕도, 잠자고 깨는 것도. 아, 너무나 아름다워 그 진가를 몰랐던 이승이여, 안녕."




이 구절은 몇 년 전 사랑받은 한국 드라마 <마더>에 나온 유명한 대사이기도 해요. (이혜영 배우가 숨을 거둘 때)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종말이 앞에 있든, 앞에 있지 않든, 삶을 사랑하고 신실하게 살아가고 있나요? 사실은 그 태도야말로 미래를 탄생시키고, 행복을 담보하는 힘이라 믿어요.




저는 몇 년 간 기후 위기의 공포에 사로잡혔다가, 잠시간 종말을 유보하려 사회 시스템 안에서 제 생명력을 깎으며 노력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니, 질문을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돈룩업이 그걸 깨닫게 했어요.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고, 그 삶에 감사하냐는 질문. (실제 주인공들의 마지막 대사들은, 어떤 것이 감사했냐는, 다소 자조적인 대화들입니다.)




마음에 남는 대답은 하나입니다. 이해와 연대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죽음은 언제고 생명에게 찾아올 일이고, 인류 종말에 있어서도 우리는 정말로 옳다고 느끼는 것에 최선을 다 하고, 곁을 사랑하려는 노력을 하면 됩니다. (아.. 사실 저는 좀 절망 중인지도 모르겠네요.)




영화 마지막에 있어서는 제가 듣고 싶은 OST가 있었어요. 아주 오래 전 영화 <I'm Sam> OST로 유명한, <Across the universe> 입니다. 아, 원곡자는 비틀즈이고요. 갈무리하다보니 저의 한 줄 평은 비틀즈의 다른 노래 <I want to hold your hand>에 가깝네요!




"위도, 아래도 보지 마.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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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씨네클럽에서는 영화로 말하고 쓰기를 함께합니다 :)

첫 회기 에세이 발행 맴버는 :꼬달, 태연, 가지언니, 고사리님입니다.

https://blog.naver.com/fullmoon_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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