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룩 업>에세이 by. 태연
넷플릭스는 사실 ‘뭐 볼까?’하고 메인화면만 30분 보다가 ‘볼 거 없다‘ 하고 화면 끄는 게 국룰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나 역시 매번 뭐 볼 것 없나 하고 추천 목록을 보다가 화면 끄는 날들이 많았는데 지난 연말 코로나로 인해 사적 모임 등이 제한되고 집에서 맥주 한 캔 따서 넷플릭스 추천 목록을 뒤적거리다 돈룩업을 발견했다. 넷플릭스 구독을 n년차 하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완성도와 재미가 보장되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편이라 오리지널 작품은 드라마 및 영화를 꽤 챙겨 보는 편이었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그리고 ’왜 위를 보지 말라는 거야?‘라는 호기심에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이 재생해서 보다가 화려한 출연진에 깜짝 놀랐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에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티모시 샬라메, 아리아나 그란대, 케이트 블란쳇까지. 사실 정신없는 연출에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는데 이들의 연기력으로 작품이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블랙코미디 장르로 SF 요소도 있고, 정치, 사회 풍자가 뒤섞여서 기존의 재난 영화 공식을 뒤엎고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감독 아담 맥케이가 SNL 출신이었고, 그래서 무거운 내용을 무겁지 않게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6개월 뒤에 지구에 종말이 찾아온다. 두둥! 나에게 시한부 선고가 내려져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내가 떠난 뒤에 남을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시간으로도 6개월은 적은 시간인데 그럴 필요가 없다. 왜? 지구 자체가 멸망되어 버리니까.
그럼 나는 그 6개월을 어떻게 보낼까? 아마 남은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일이고 뭐고 가족들이랑 붙어서 지내지 않을까? 아니면 이뤄보지 못한 내 남은 삶들을 아까워하면서 울면서 지내려나?
그러나 영화 속 사람들은 똑같이 하루를 지낸다. 혜성 충돌을 하나의 소재로 삼아 하나의 밈으로 만들어내고, 스캔들과 같은 가십거리 중 하나로 치부해버린다. 정치적 입지와 돈을 벌 수단으로 보기도 하는데, 6개월 후 지구가 혜성과 충돌하여 멸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그런데 우리 생활에서도 이렇게 지구를 보호하지 않았다가는 '후세에 남길 지구 유산이 사라질지도 몰라요! 제발 지구를 아껴 써주세요!'라고 아무리 말해도 물, 석유, 플라스틱을 펑펑 써대는 것이 크게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북극곰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그린피스의 광고를 보았다. 수많은 석유회사들이 이익만을 쫓아 북극에 가 있고 북극곰들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하며 석유회사는 당신이 북극에게 무관심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보고나서도 잊혀졌던 광고였다. 광고 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매년 더 많은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고 외치며 북극곰의 서식지가 상실되고 있다는 말들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며 많이 들었던 내용이지만 사실 내가 어떻게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고,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더 깊었던 것 같다. 돈룩업을 보고 저 광고가 생각이 났던 것은 인류와 지구의 멸망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과 인간이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보며 무관심한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닥쳐오는 위기가 눈앞에 보이는 데도 무관심하기를 바라는 돈 룩 업을 외치는 자들과 현명하게 대책을 세우고 이제라도 위기임을 깨닫길 바라는 관심 갖기를 바라는 룩 업을 외치는 자들은 계속해서 대립한다. 결국 그들 모두 (우주선을 탄 일부 부자와 대통령을 제외하고) 종말을 맞이했는데, 영화가 아니라도 우리 사회에서도 눈앞까지 와 있는 위기들이 있다.
그들이 하는 얘기를 제발 눈 감고 귀 막지 말고, 얘길 들어봐 주고 관심 가져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