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 휴가] 밥은 먹고 다니냐?

by. 가지언니

by 달달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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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의 느낌이 참 편안하다. 그런데 자리 위에 펼쳐진 피크닉 세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흔한 피크닉과는 다르게 매우 소박하고 일상적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재복은 휴가 중이다. 그런데 그의 휴가는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휴가와는 조금 다르다. 아르바이트와 집안 살림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그에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휴가였다.



길 위에서 1882일째 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 그의 직업이다.


해고 무효 소송에 패소하고 이제 농성장에 남은 인원은 셋 그럼에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10일간의 휴가를 갖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온 재복은 막힌 싱크대를 뚫는 것을 시작으로 밀린 살림을 한다.


오랜만에 만난 딸들과는 데면데면하기만 하다.


첫째 딸의 대학 예치금, 둘째 딸이 갖고 싶어 하는 패딩을 사주기 위해


친구의 가구공장에서 아르바이트도 한다.


일하고 살림하는 이런 평범한 일상이 그에겐 참 특별하다.


휴가 마지막 날 딸들은 처음으로 아빠가 차려준 밥을 함께 먹는다.


첫째 딸은 더 이상 농성장에 가지 말라고 한다.


재복은 동의하지 않았고, 오랜만에 함께 먹는 밥상은 결국 다툼으로 끝났다.


그리고 다음 날 재복은 밑반찬을 가득 싸서 다시 농성장으로 향하고


철탑 위 동료에게 소시지 볶음 도시락을 올려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마치 상대방이 작게 이야기하면 더 주의가 집중되듯 속삭이는 영화다. 정말 잔잔하게 흘러가는데 묘하게 몰입하게 된다. 그 중심엔 재복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과 어쩌면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 있다. 사실 나도 농성 노동자들을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그래 솔직히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했을 때의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노동에 대한 정당함과 보호받을 권리에 대해 실감한 건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노동법의 테두리 안에서 나름 안전을 보장 받았던 시절엔 몰랐다. 법의 변두리가 얼마나 추운지 덜덜 그리고 "부당함"에 대항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재복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평범한 일상을 포기했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장담하건대 나의 대답은 "아니 못해"다.



재복이 포기한 평범한 일상에는 사랑하는 두 딸이 있다. 그가 돌아온 날 두 딸은 모처럼 아빠가 차려준 밥을 거부하고 라면을 먹는다. 이 영화 속에서 라면을 먹는 사람은 재복의 두 딸, 가구공장 청년 준영, 다친 준영의 자리를 메꾸러 온 고등학생인데 이들은 모두 방치된 아이들이다. 준영은 부모 없이 혼자 살고 있고, 준영 대신 일을 하러 온 고등학생은 취업을 위해 관련 학과도 아닌데 선생님의 방치 혹은 방임으로 가구공장에 왔다. 재복의 딸들은 어떤 가? 재복이 없는 집안 꼴은 엉망이었다. 싱크대는 막혀서 물이 가득 차 있고, 냉장고 안은 음식 대신 닦이지 않는 이물질만 가득했다. 아빠가 있지만 부모가 없는 준영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다. 딸의 만류에도 농성장으로 돌아 간 재복이 두 딸을 방치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딸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되려 농성 노동자들이 무엇을 걸었고, 어떤 마음으로 버텨내는지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방치된 아이들에게 라면이 있다면 재복에겐 밥이 있다. 이 영화 휴가의 제목을 바꾼다면 재복의 삼시 세끼가 딱이다. 농성장 천막 안에서도 야무지게 밥을 챙겨 먹고 가구공장에서도 꼬박꼬박 도시락 그것도 보온 도시락을 챙겨 먹는다. 그가 밥 먹는 장면을 보면 나까지 든든해졌다. 농성 노동자 재복은 여기저기서 무시 당하기 일쑤다. 일자리를 얻으려 찾아간 직업 사무소에서도 농성으로 생긴 5년의 공백을 떳떳하게 말할 수 없었다. 방치한 두 딸들에게 아빠 대접을 바랄 수도 없고, 친구들도 이젠 그를 비웃는다. 정성스레 밥을 지어 먹는 다는건 어쩌면 그의 마지막 존엄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는 더 자신의 권리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이름은 재복이다.


휴가인데 쉼 없는 일상처럼


지금은 재복 없는 재복이다.


그럼에도 그는 농성장으로 돌아가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을


철탑 위 동료에게 올려준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밥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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