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것들

by 알케미걸


아침 6시 반
인적이 드문 사거리에서
마주쳤다.
밤새 주워모았을 폐지로
키높이만큼 쌓인 카트가
보도블럭 틈에 끼어
망연자실 서있는
앙상한 백발의 노인을.

'누군가 도와주겠지...'
바로 옆에서 비질을 하는 경비원
길 건너 편의점 알바생
그 자리를 곧 지나갈 행인...
'누군가'를 떠올리며
노인을 지나고 길을 건너,
다시 돌아보았다.
왠지, 한걸음도, 더는 멀어질 수
없었으므로...


homeless.jpg?type=w773 source:deviantart.com



살짝 스치기만해도
온갖 병균이 달라붙을 것 같은
폐지더미와 더러운 카트와 노인은
럭셔리 아파트 단지 사거리에
보이지 않는 섬처럼
...혼자였다.

결론을 말하자면,
결국 길을 다시 건너서
단련된 근력으로 노인의 카트를
구출해 차도까지 끌어다드렸다.
(의사결정,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 수고하세요.'
어색하게 돌아서는 중에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쉽게 외면했던 것들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것들로
변해가는 요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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