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모르는 너에게

by 알케미걸





바람에 나부끼는 긴 머리와 무결점 피부에 워너비 잇걸 스타일. 길에서 널 처음 봤다면 난 속으로 그랬을 거야. ‘뭐든 알아서 똑 부러지게 잘 하겠구나.’

그런데 실제로 네겐,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의 수가 네가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의 수보다 많긴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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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티 안 내고 답답한 속을 꺼내보일 줄 모르는 너도 한해의 엔딩을 예고하는 날씨와 밟히는 낙엽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올해는 어떻게 끝이 나고 내년엔 무슨 일이 생길지. 꿈이나 비전은 고사하고 그럭저럭 좋아하는 일이라도 나타나줄지. 그것도 아니면 부모 잔소리가 지겨워서라도 눈뜨면 출근할 직장이 생겨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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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던져대는 질문 공세에 답 하나 못 하는 신세가 한심하다는 널 보니까 같은 이유로 스스로를 다그치고 자책했던 예전의 내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어.

‘겨우 이렇게 밖에 못 살아?’
‘고생한 게 억울해서라도 이것보단 잘 하겠다 이 바보야!’
‘시끄러워. 난 불평할 자격도 없어. 뒤처지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수시로 가혹 멘트를 날리며 질기게도 자신을 혹사시켰지.


생각해보니 그땐, 세상이 원하는 답을 알아내지도 못 하면서 세상이 입다물게 할 답도 모른다고 책망하느라 알 도리가 없었어.

폭풍 같은 혼란 속에서나마 난 삶과의 소통 자체를 멈춘 적이 없다는 것을. 기다림과 호기심과 절망과 뒤돌아봄과 일단정지와 순간이동과 소망과 희로애락과 ‘다시 또 다시’의 무한 반복이 나만의 인생해답을 완성하기 위해 하나도 잃어선 안 될 퍼즐 조각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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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달달한 위로의 메시지가 넘쳐나는 시절이라 나는 네 곁에 앉아 말을 아끼고 싶다.
대신, 드높기 그지없는 가을하늘이 아득해보인다는 네가 오늘 품지 못 하는 희망과 아직 보지 못 하는 미래와 지금 느끼지 못 하는 행복을 내 가슴에 맡아두기로 할게.
이 모든 게 온전히 네 것이 될 순간을 확신하면서.


알케미걸 온마음 다해.



(Paintings - Edward H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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