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이 있다

by 알케미걸





(답:책 속에 사람이 있다. 됐죠? 바쁘시면 가셔도 좋아요. 아님 계속 읽어주세요~ ^^)

'책 좋아하시죠?'
'책 많이 읽으시나봐요.'
'왜 매일 가방이 둘이야? 책 들었지?'

image_8368381961478052435809.jpg?type=w773 Source:Charles James Lewis


시험보는 날 열공해놓고 시치미떼는 수험생처럼 티 안 나게 해온 책읽기. 이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되었다. 인정한다. 책장은 물론이고 바닥이며 창틀에도 책을 쌓아놓고 산다는 걸. 전자책만 420여 권이 든 아마존 Kindle이 가방에 없으면 열쇠 안 가지고 나간 것처럼 불안하다는 걸. 요즘에야 그 분신같은 Kindle 없이 외출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는 걸.

어려서부터 책은 믿음직한 어른, 기댈 만한 상대가 돼주었다. 언제든 편히 쉴 수 있는 자리, 마음을 열어도 될 공간이 돼주었다. 울고 웃고 화낼 자유가 보장된 낙원이었고, 그냥 나인 채 불쑥 찾아가는 아지트였다.

그러다보니, 책을 가까이 하는 건 세상에서 물러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 아픔을 잊고 상처받지 않는 묘약으로 알고 의지하게 됐다. 나만 모르는 답을 알아낼 마지막 기회처럼 매달리게 됐다.

image_4298196211478055089677.jpg?type=w773 책과 함께 보낸 무수한 날들...


적당히 놀기 좋아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수행자 체질답게 지나온 무수한 페이지들. 오랜 폭식(?)이었지만 가을을 보내며 깨달았다.

세상에서 물러나고 사람에게서 멀어지려고 들어선 그 길이 사람과 세상으로 향하는 통로였음을. 빗장을 걸어잠그고 들어앉아 거쳐온 나날들이 사람 마음으로 가는 길, 세상의 품에 안기는 길 위의 시간들이었음을.

아픈 마음, 졸린 눈, 텅 빈 가슴으로나마 책을 놓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다. 사랑은 버텨주는 것이고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할 값진 이유다.

온마음 다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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