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책 속에 사람이 있다. 됐죠? 바쁘시면 가셔도 좋아요. 아님 계속 읽어주세요~ ^^)
'책 좋아하시죠?'
'책 많이 읽으시나봐요.'
'왜 매일 가방이 둘이야? 책 들었지?'
시험보는 날 열공해놓고 시치미떼는 수험생처럼 티 안 나게 해온 책읽기. 이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되었다. 인정한다. 책장은 물론이고 바닥이며 창틀에도 책을 쌓아놓고 산다는 걸. 전자책만 420여 권이 든 아마존 Kindle이 가방에 없으면 열쇠 안 가지고 나간 것처럼 불안하다는 걸. 요즘에야 그 분신같은 Kindle 없이 외출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는 걸.
어려서부터 책은 믿음직한 어른, 기댈 만한 상대가 돼주었다. 언제든 편히 쉴 수 있는 자리, 마음을 열어도 될 공간이 돼주었다. 울고 웃고 화낼 자유가 보장된 낙원이었고, 그냥 나인 채 불쑥 찾아가는 아지트였다.
그러다보니, 책을 가까이 하는 건 세상에서 물러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 아픔을 잊고 상처받지 않는 묘약으로 알고 의지하게 됐다. 나만 모르는 답을 알아낼 마지막 기회처럼 매달리게 됐다.
적당히 놀기 좋아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수행자 체질답게 지나온 무수한 페이지들. 오랜 폭식(?)이었지만 가을을 보내며 깨달았다.
세상에서 물러나고 사람에게서 멀어지려고 들어선 그 길이 사람과 세상으로 향하는 통로였음을. 빗장을 걸어잠그고 들어앉아 거쳐온 나날들이 사람 마음으로 가는 길, 세상의 품에 안기는 길 위의 시간들이었음을.
아픈 마음, 졸린 눈, 텅 빈 가슴으로나마 책을 놓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다. 사랑은 버텨주는 것이고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할 값진 이유다.
온마음 다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