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갯짓처럼 좋기만 할 리는

by 알케미걸






"에이, 하늘 아래 변하지 않는 게 어디 있나요?" 입버릇처럼, 식상하다는 듯 말하는 순간에도 털끝 하나 변하지 말았으면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다. 한번 정한 대로, 처음처럼, 다들 대동단결한 대로, 한결같이, 여태껏 그래 왔듯이, 철썩같이 약속한 대로, 하이 파이프로 띄운 분위기대로 제발 계속 갔으면... 싶은 것이다. 이 힘든 세상에서.

한데, 갈망해도 어쩔 수 없다. 되돌려지지 않는 것들이 파다하다. 힘든 세상답게, 그렇다.

오후 2시 땡볕에 쿨하게 넘어가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새벽 2시 불면의 주범이 된다.
달달한 커플로 함께 바라보던 풍경은 이별의 상처를 후벼파는 흉물로 전락한다.
설렘으로 세운 계획이 물 빠지고 목 늘어난 티셔츠처럼 시들해진다.
입에 사르르 녹는 디저트는 다음날 가차없는 체중계 팩폭으로 불쾌지수를 폭등시킨다.
환희에 찬 추억은 굴곡진 날들을 거쳐 그저그런 해프닝으로 퇴색해버린다.
흐뭇한 인연으로 시작한 만남이 목에 걸리는 잔가시처럼 노상 마음에 거슬린다...

방부제 만연한 세상인데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어떻게 살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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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덧없다고 주저앉기. 무늬만 초연한 무관심으로 노력 안 하기. 천하에 못 믿을 게 사람이라며 전시체제에 돌입, 편 가르며 날 세우고 살기. 반대로, 제일 무서운 게 사람이라며 마음에 불 끄고 문 잠그고 빗장 걸고 숨죽이기. 혹은 '차라리 아픔을 모르는 돌심장을 주세요' 수시로 기도하기. 조급해서, 어려서, 겁이 나서, 미숙하고 어리석어 시도해본 여러 방법들. 아무것도 권하고 싶지 않다.

한방으로 끝을 보는 무적의 솔루션이 등장할 때까지 버텨보자고 생각한다. 다 부질없다고 두 손 드는 대신, 뜻대로 머물지 않는 것들을 응시하자고 다짐한다. 아름다웠던 것들의 그림자에 취해 지금 아름다운 것을 놓치지 않게 깨어있기로 한다. 눈을 부릅뜨지는 않고 최대한 힘을 뺀다. 잔뜩 힘을 주고 있으면 아무것도 누리지 못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지난다. 한때 빛나던 삶의 조각을 액자에 가둬놓고 영원불멸을 고집하지 말자. 훗날 폭풍이 될지언정 지금 찬란한 나비의 순간을 붙들자. 그 날갯짓을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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