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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Dec 14. 2016

미국의 공교육에서 제공하지 않는 창의성 교육과 적성개발

        엄마된 입장으로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미국의 초중등 교육 방침이 토론을 통하여 개인 의사를 적극 표현하고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으나, 이는 아마도 미디어로 오도된 이미지로 인한 결과 였던것이 아닐까 싶다. 현장에서 확인하게 된 교실 분위기는 이런 생각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배운다는 일에 대해 오감을 총동원하여 놀이처럼 인식하도록 한다는 입체적 접근은 확실히 읽고 답을 쓰는 일이 주된 방법인 한국의 평면적인 교육과는 달랐지만, "굉장히 재미있고 독창적인 과학 프로젝트" 같은 것은 공교육의 커리큘럼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색다르고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활동들은, 부모로서의 내 경험의 한도 내에서 보자면, 공교육의 영역 바깥, 교회나 학교 그룹 중심으로 모이게 되는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활동, 그리고 방과후 활동을 통해  단순한 형태의 로봇이나 공학적인 구조물을 만들고 그 활용도를 짧은 단막극 속에서 펼쳐 보이는 활동이 주가 된  경우 들이었는데, 이름하여 destination imagination, 지구의 존속을 위해 무언가 환경친화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 로봇을 만들어진대회를 하는 ecobot 또는 first lego movement 같은 부모 발런티어 중심의 방과 후 그룹 활동이 그런것 등이었다. "굉장히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과학 프로젝트" 같은 것들은 역시나 학부모들의 주도성과 동기유발의 문제였다. 학부모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방과 후 활동은 운동이든  과학이든 미술이든 활성화되기 어려웠다.  부모가 아이를 학교나 어떤 형태의 배움의 장에 던져 놓고 뒷짐 지고 있는 일이란 상상하기 어려운 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철학일지도 모른다. 물론 뒷짐 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학교를 데이케어의 장쯤으로 생각하는 그룹이 있긴 했지만, 그들은 또 그들의 사정이 있을 터이고.... 지원자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학교는 담당 스폰서 선생님 한 분 정도를 지정해서 관련된 참가 신청이나 그룹 구성 정도의 행정적인 업무를 관리하도록 할 뿐이었다.


     부모가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전문성을 나누면서, 동네 아이들을 가이드하고 함께 배우고 꾸려나가는 일은,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고 단지 지식을 머릿속에 담는다거나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는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청소년들의 창의성 증진과 팀워크를 익히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진 이런 식의 프로그램은 연령별로 다양하겠지만 내 경험의 한도 내에서 기억을 더듬어 소개하자면 초등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된 Destination Imagination, 그리고 내가 사는 동네가 속한 카운티 주최의 중 고생을 대상으로 한  ecobot 챌린지, 그리고 초중고를 모두 아우르는 연령별 컨피티션이 가능한 글로벌 차원의 first lego movement이다. 기본적으로는 엔지니어링 중심의 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과제로 주어지고, 동네 지역별 예선을 거쳐, 주별, 그리고 최종에는 국가별 글로벌 컴피티션에까지 이르게 되는 전 지구적 로봇 리그인 셈이다. 프로그램의 이름과 후원기관들은 다양하지만, 예를 들면 데스티네이션 이메지네이션을 후원하는 회사는 3M. IBM, Walt Disney, Motorola 같은 회사들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카운티 주최의 Ecobot Challenge에서 3위 수상하고 현장에서 선생님들과 기념촬영.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룹 활동과 관련하여 큰 아이가 처음 시작했던  활동은 Destination Imagination이라는 그룹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세계 창의력 올림피아드라는 수식어로 참가를 유도하고 홍보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큰 아이가 4학년이 되던 해, 학교에서는 Destination Imagination을 후원할 테니 관심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누구누구 선생님께 메일을 하라는 통보가 왔다. 내용은 남자아이들이 딱 좋아할 만한 공학적 구조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큰 아이는 4학년과 5학년 두 해에 걸쳐 이 활동을 했는데, 아이가 이 그룹 활동을 시작한 첫 해에는 내가 그룹 매니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네이티브 영어는 아니었지만 destination imagination이라는 활동의 로지스틱스를 이해하는 것은 아무래도 내가 다른 부모들보다 좀 빨랐고, 아이들과 다른 부모들에게 이 창의성 개발 프로그램의 개괄을 설명하고 그룹이 나가야 할 방향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목마른 자 우물을 판다는 오지랖도 있었고... 내 영어가 좀 더 능숙했더라면, 그리고 시간이 조금 넉넉했더라면 무척 재미있게 활동을 했을 수 있었을 텐데. 박사과정 학생으로서의 내 과제가 끝나고 나서, 자정이 가까워 오거나 자정이 지난 시간이 되어서야 팀원들과 학부모들에게 메일을 전송하곤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로감이 밀려든다. 70마일 밖에 있는 학교를 매일 왕복 운전하면서 공부하기도 빠듯한데, 아이의 방과 후 활동까지  책임을 떠맡았던 것은, 한국인의 인적 네트워크도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가, 혹시라도 충족되지 못한 need 니드를 가지고서 행복하지 않은 유년기를 보낼까 우려하는 이민가정의 엄마로서의 절박한 책임감 때문이었던 것이다.



https://www.destinationimagination.org/ 


http://www.ecobotchallenge.com/


http://www.firstlegoleague.org/

          

         로봇 리그의 이름과 형태들은 초등학년으로부터 고등학교 수준까지 다양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세 가지의 다른 로봇 리그에 참여하는 동안 관찰하게 된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러 가지 타이틀의 로봇을 만드는 컴피티션이 있지만, 대부분의 챌린지에 주어지는 과제는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엔지니어링의 철학이 구현된 움직이는 실체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5학년 때 받은 과제는 "어느 수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을 어떤 형태가 되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형태는 다리-교각이나 탑- 타워였다) 제한된 나무와 종이를 써서 만드는데, 이 구조물의 기능과 역할이 왜 필요한지를 관객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단막극 안에서 구현하시오 하는 것이었다.  또는 모터로 움직이는 로봇을 제작하고 그 로봇이 무엇인가를 실어나르는 시나리오가 제시되었던 해에는, 공교롭게도 아이들은 화성에서 자원을 캐내는 로봇을 만들었고, 그 시나리오는 내용이 이듬해 개봉되었던 영화 "아바타"와 거의 흡사하였다. 아바타라는 영화가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매우 원초적인 상상력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 창의성 함양을 위한 로봇 만들기 활동이 단지 엔지니어링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로 올라오게 되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하는 로봇팀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마치 하나의 회사와 같은 구조를 이루고 조직이 돌아가는 시뮬레이션을 경험하게 된다. 하나의 팀의 조직은 중학교 때와 달리 상당히 복잡해져서, 예를 들면, 마케팅과 Public Relation 부서가 있고 이 분야를 담당한 팀원들은 주로 여학생들인데, 이들은 로봇을 만들기 위한 비용을 펀드 레이징을 하고, 학교 안 밖으로 자기팀을 홍보하고 알린다. 이 부서의 역할 덕분에 큰 아이가 속했던 팀은 세계적인 오일 컴퍼니의 하니인 슐럼버제의 한 지부를 방문하기도 하고 펀드레이징을 받으면서 자기 팀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또 다른 부서는 문서담당인데, 로봇 만들기 과정과 매번의 회의 과정을 일일이 기록하고 매뉴얼화하는 일을 담당하였다. 자신들의 로봇 건설과정과 공정과정을 일일이 사진을 담아 기록한 결과물은 책처럼 만들어 로봇 컴피티션 당일날 자신들의 헤트 쿼터에 놓인 데스크에다가 전시한다**.  로봇팀인 만큼 핵심적인 부서는 역시 로봇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부서, 그리고 전산화를 통해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부서, 마지막으로 로봇을 경기장에 데리고 나가는 드라이빙 부서가 있다. 고등학교 로봇팀의 주제는 로봇 축구,  그리고 청소기 로봇이 있었다. 경기당일은 마치 축제와도 같은 분위기인데, 팀을 표현하는 각양각색의 코스춤과 유니폼, 머리장식 등등으로 등장하여 카니발과도 같은 흥분과 긴장감이 경기장에 가득하다. 경기날 현장의 사진을 한장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아쉽다.



** 이 대목에서는 삼성과 애플의 세기의 카피라 잇 소송이 생각나기도 한다. 셀폰의 모서리를 둥글린 애플의 디자인을 삼성이 무단 복제하였다는 주장으로 제기된 세기의 소송에서 삼성이 패했었다. 애플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들의 개발과정의 다큐멘트 제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삼성은 자신들의 독자적인 다지인 개발임을 증명하기 위해 내놓을 증거 자료가 없었으므로 삼성 패, 애플 승이었고, 얻어진 교훈은 역시 기록과 타큐멘테이션의 중요성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FI3viKUfTfQ


        이렇게 하나의 로봇팀 안에 여러 가지 부서를 두면서 협업하고 기록하고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과정의 이론적 배경은 80년대에 하버드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가 제시했던 다중지능 이론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봇이 단지 로봇 만들기에 필요한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지능 만들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들이 가진 각자의 장점과 개성들을 개발해 볼 수 있는 실험적인 장으로 구성된 것이 현재의 고등학교 로봇팀인 것 같다.


        요약하자면, 미국의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1차 공교육은 학생들이 미래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과 인성, 더불어 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보여야 할 행동방식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는 매우 엄격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이 커리큘럼에 정해진 것 이상으로 개개인의 창의성과 특성까지를 찾아내서 살려주지는 못한다.  물론 음악과 미술 체육교육 등은 일정 정도 깊이 있게 들어갈 수 있다 하더라도, 정말 창의적이고 무지하게 재미있고 상당히 독창적인 어떤 교육을 원한다면, 그것은 정해진 공교육의 커리큘럼 안에서는 찾아지기 어렵고, 학교가 끝난 시간에 부모들과 함께 또는 부모의 주도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과 관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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