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바다 May 11. 2016

이제와 다시 보는 엘런 머스크

책 읽기. 책 소개

2015-17년 사이 어느 날엔가 썼던 엘런 머스크라는 인간과 그의 사업에 대한 짧은 단상을 소환. 요즘은 엘런 머스크 반쯤 실성한듯, 정신과적 개입이 필요한듯한 행보를 보여서 실망하던 중인데, 지난 주말 유인 우주선 성공으로 재조명되는 부분도 있고, 그의 또다른 사업 계획 뉴럴링크의 진행과정도 눈 여겨보아야 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내가 한때는 이 사람의 지지자였었던 사실이 새삼스럽다. 이제라도 엘런 머스크가 정신 차리고 참신했던 모습을 회복하기 바라는 맘.



멧 데이먼이 우주에서 표류되어 화성에 남겨져 감자를 키우다 지구로 귀한 한다는 내용이 영화의 전부인 "화성인"은 지금까지 보아온 우주 영화 중,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건설적이고, 꿈과 희망을 보여주는 공상과학 영화가 아닐까. 우주 공간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발견 가능한 것을 주워 모아 생명체를 키워내다니,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이 드디어 정신을 좀 차린 모양이라는 생각도 든다. 80년대와 90년대 에일리언 시리즈, 아마게돈, 딥 임팩트를 비롯해, 2000년대 아바타에 이르기 까지, 지구 밖 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들에 있어서 주요 모티브는 대게가 인류의 침략전쟁이라는 과거사에서 모티브를 빌어온, 미지의 우주 생명체와 인간의 대결구도였고, 아니면 지구를 위기일발의 상황으로부터 구하느냐 못 구하느냐 하는 긴장감이 영화를 끌어가는 동력이었다.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은 좀 다른 공기를 쐬고 싶었던 것일까. 일찍이 조디 포스터의 악의 계략으로 부터 일리시움까지 구원했던 우리의 제이슨 본이 이번엔 화성엘 가서 혼자 표류가 된 상황에서, 노느니 감자를 키운다!. 실은 살아남아 귀환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성 100%의 더디 지나가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것인데, 제이슨은 최선을 다해서 감자를 키운다. 그래,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거지. 풀 한 포기, 꽃나무 한 그루라도 키워 본 사람은 공감할 수 있을것. 생명이 자라나는 순간을 지켜볼 때의 잔잔한 감동을.. 싹이 트는 감자와 함께라면 제이슨은 혼자가 아니었던 것. 제이슨 본이 사지를 휘두르며 차력을 하지 않아도, 진지하게 감자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이 충분히 좋았던 영화.



화성인이라는 영화에서도 사건의 발단은 미 항공우주국 나사가 과제 수행 중 문제에 봉착했던 것이 문제였듯이, 아폴로 13이라는 영화에서 사용되어 유행처럼 쓰이는 말. "Houston, we have a problem."

미 항공 우주국 나사가 위치해 있는 휴스턴은 우주개발과 관련된 문제 말고도 요즘 홍수 피해며 유가의 장기적인 하락 등 큰 문제들로 머리가 아픈 상황이긴 하다. 특히 우주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나사가 가지는 만성적이고도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들이 있어왔다. 남편은 석유와 천연가스 관련한 해상 구조물이 시간과 해양의 압력을 견디며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구조와 비용을 설계한다. 남편과 그의 동료들은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구조물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자랑스러워 한다. 굉장히 크고 무거운 구조물은 지상의 일상적인 압력이 아닌 극한의 압력에서 기능한다는 점에서, 우주선 설계와도 맥락상 상통하는 면이 있다 보니, 아랫동네 나사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에 그 관료주의가 만들어내는 고비용 저효율의 지진 부진한 성과에 혀를 끌끌 차며  황당함을 표할 때가 많다. 민간회사를 꾸려 이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온 남자가 엘론 머스크이다. 우주선의 본체를 우주로 날려 주고 미션 완수 후 나가떨어져 버리는 우주선 로켓을 재활용해 우주선 개발비용의 80%를 절감하겠다니. 근본적으로 정말 매우 아주 맞는 말이지 않는가?

 

요즘 페이스북의 피드는 우리의 제이슨을 정말로 화성에 보내 줄 것으로 믿어지는 남자, 그럴 것이라고 호언하는 엘론 머스크의 계획과 그의 프로젝트의 성패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지난 5월 6일, 엘론 머스크의 Space X 사가 쏘아 올린 펠컨 9호가 일본의 통신 위성을 궤도에 안전하게 올려놓은 후 다시 지구로 돌아와 해상 플랫폼에 안착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는 펠컨이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업무 수행 후 해상 플랫폼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 것이며, 이를 성공시킨 엘론은 2018년까지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스페이스 X사는 나사를 대신해 우주정거장에 필요한 물품들을 전달하는, 말하자면 현재로서는 물품 운송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데, 내년 말까지는 드래곤이라는 우주선을 이용하여 우주비행사를 우주로 이송하는 사업을 시도할 것이며, 2018년에는 레드 드레곤이라는 우주선을 화성에 보낼 것이라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화성에 인간의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초등학교 과학 커리큘럼 중의 하나가 화성에 건설할 도시의 디오라마를 만들어 보는 것인데, 이 소식이 과학시간을 훨씬 더 박진감 넘치게 만들어 줄지 궁금해진다. 엘런 머스크의 우주선 로켓 성공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내 가슴은 두근거리고 눈은 반짝 떠진다. 물론 남편의 지적처럼 내가 나이브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주여행을 하고 싶어서는 아니다.



소년이었던 엘런씨의 해맑은 얼굴.


누구나 어려서 한 때는 우주 비행사를 꿈꾸고 로켓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거나, 여군 장교가 되겠다는 꿈을 꾸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대학 졸업과 함께 자라면서 품어왔던 대채로운 꿈에서 깨어나, 땅에 두 발 굳건히 디디고 중력의 법칙에 순응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우리가 품어왔던 꿈의 진행 궤도는 포물선을 그리며 땅에 가까워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품었던 꿈의 청사진을 단계별로 구체화하며, 점진 상승하는 꿈의 괘도를 그리는 인생이 있으니, 동시대인으로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입장에서는,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이 꿈을 펼쳐가는 행보를 지켜보는 일이 흥분되는 일이다. 그리고 이 책벌래는 어려서부터 책에서 배운 내용을 현실을 개선하는 구체적인 도구로 손에잡히는 시스템으로 실용화하고 상용화 시켜왔다. 지구상에 존재해왔던 그 어떤 머리 크고 입 큰 똘똘이들과 차별되는 점이 엘런 머스크의 매력이다.


아프리카에서 나고,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며 여러 분야에서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하겠다는 그가 꿈을 실현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역시 흥미롭다. 그가 벌여온 전기차 (테슬라)와 종이 없는 은행 업무 (페이팔), 그리고 태양열을 채집하여 에너지화하는 사업들, 그리고 앞으로 벌이고자 하는 사업들은 물론 이윤추구가 목적이지겠지만, 그가 벌이는 사업들의 기저에는 휴머니즘이 근본철학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지구와 환경을 덜 손상시키며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환경을 추구하며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한다는 홍익사상 또는 휴머니즘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고 믿는다.


남편 역시 NASA 나사의 관료주의에 기반한 사업의 비효율성을 비판하긴 하지만, 철저하게 검증된 공법과 100%의 확실성을 담보로 하는 엔지니어가 본업인지라, 이미 폐기된 기술을 테슬라의 신모델 개발에 적용하겠다는 엘런머스크의 옹고집을 미심찍어하며, 또한 초지일관 한 우물을 파는 것과는 거리가 먼 그의 광대한 사업 스펙트럼과 아직까지 이윤을 내지 못하고 있는 테슬라와 페이팔의 운용에 근본적인 의심의 눈길을 쏘아주고 있는 남편은, 내가 앨런의 소식에 눈을 반짝이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남자라면 다 싫어하니 이상한 남편... ( 2020이 시점에 테슬라도 잘 나가고 있고 이 시점에 페이팔의 주가는 그가 쏘아올린 펠컨처럼 훨훨 날고 있다)


우주선 보다도 내가 더 관심을 갖는 엘런 머스크의 사업 계획은 뉴럴링크다. AI의 역습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반쯤AI가 될 필요가 있다는 그의 이론적 주장에 동의 못할 바는 아니며 brain computer interface는 우주적 과제 보다도 실질적인 지상의 과제로 인간의 삶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기에.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할 것인지가 문제지만.... 정말 그의 계획대로 인간의 뇌가 반쯤 전자회로화 되어 두개골과 전화기 사이를 오가며 업로드 다운로드 될 수 있다면 인간은 새로운 종으로  탈바꿈하는 일이 될테지.


책의 1부에서 3부까지는 그의 가족과 성장배경을 이야기하고 있고, 4부 이후로는 기업가로서 그의 전력과 철학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름이 머스크... 사향이라니. 남성성 짙은 머스크 향이 베이스 노트로 깔리는 향수도 좋아하긴 하지만,  무려 화성 정복의 꿈을 실현해가는 이 엄청난 기업가이자 테크노-유토피안의 라스트 네임이 사향 (노루)이라니.....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앨런의 어머니가 평생을 모델과 전문 영양사로 일해온 메이 머스크 여사로, 60이 넘은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그녀의 왕성한 활동력과 아름다움은, 엘런이 물려받은 것으로 보이는 유전의 비밀을 짐작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메이 머스크 여사는 로스 엔젤레스와 뉴욕, 그리고 토론토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오가며 모델과 전문 영양사로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그녀에게서 100세 시대를 누리기 위한 건강한 생활 비법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으며, 엘론에게서 향후 50년, 우리의 삶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 구름바다 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게 되는 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