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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Jul 17. 2019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잘 살필 것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잘 살피면 인생이 좀 더 재미있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며칠간의 근황.


오리발

수영할 때 발에 신는 핀을 -오리발-처음 사용해 보았다. 음… 이것은 터보 엔진이었다. 발목을 조금만 움직여도 물살을 가르고 마구 전진했다. 이렇게 놀라운 장난감이라니. 물속에서 30분 이상을 움직이는 것은 참 지루한 일인데, 그것을 지루하지 않게 도와주는 도구들이 사실은 여러 가지 있었던 거다. 이것도 자발적으로 발에 신어 본 것이 아니고, 오전 시간 아쿠아 클래스의 코치인 테레사 여사가 이것을 신고 물속에서 운동하기를 명령했기 때문에 어색해하며 겨우 겨우 신어본 거다. 우리가 터보 엔진을 발에 달고 수영장을 왕복하는 동안 테레사 여사는 덱에 서서 지루하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불량한 군인들처럼 짝다리로 서서 아무렇게나 손뼉을 치면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코트에서 라켓을 휘두르며 함께 공을 치던 테레사 여사는 수영장에서는 전에 없이 웃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들이 무언가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다. 수영을 하는 두 아이들에게 내가 그간 사준 오리발이 한 열 쌍은 될 텐데 나는 그것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니. 그리고 오리발은 내게 말한다. 소소한 호기심을 잠재우지 마라.


바이 포컬 컨택트렌즈의 신세계

어느덧 10년째 내 눈 관리를 해주고 있는 닥터 나이트는 이번에는 멀티 포컬 컨택트 렌즈를 처방해 주었다. 젊어서는 예민해서 컨택트 렌즈를 사용하지 못했다. 사놓고선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버린 렌즈가 얼만지... 이제는 워낙 눈이 망가져 둔감해진 탓도 있겠지만, 착용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신소재 신기술로 만들어진 다중 초점 콘택트렌즈는 기적이다. 멀티포컬 일상용 글라스와 문서 작업용 리딩 글라스는 이제 다 던져버려도 된다. 시력 검사하고 렌즈 한쌍 처방받는데 300불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긴 했지만, 이렇게나 속 시원한 세상이라니...

지난봄, 한국행에서는 눈 수술을 하고야 말겠다는, 그래서 광명을 찾고야 말겠다는 결심으로 안과를 찾았다. 스웨덴 유학을 하며 노벨상 후보에까지 오르셨다는 인증샷을 로비에 진열해 놓으셨던 할아버지 의사는 온몸으로 자부심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눈을 수술이라도 해서 선명한 세상을 보고 싶다는 내 결심을 그분은 단번에 묵살하셨었다. “하지 마세요!!” 그러면서도 멀티 포컬 컨택트 렌즈를 권해주지는 않으셨다.  신세계를 열어준 컨택트 렌즈는 내게 말한다. 게으름 그만 피고, 묻고 구하고 찾아 다녀라. 왜 진작 알지 못했니...


모국어로 하나 되는.

한국 교육원 원장님은 한국에서 장학사로 근무하시다가 3년 전에 이곳으로 발령받아 오셨다. 그 새 3년이 지났다니... 그분과 나는 과자를 까자로 발음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과자라고 발음하면 너무나 맛이 없어질 것 같다)  그때문에 친근감과 동질성을 느꼈었다. 전후의 세계 최빈국 한국이 환골탈퇴해 세계의 무대에 나설 수 있었던 원동력의 한 축이었던 근면한 개인들의 적극성의 표본이되시는 분. 사람좋은 동갑내기 영사님과 젊은 여자 영사 한분도 임기 마치고 다음 달에 함께 귀국하신다는 소식이 전해져 찾아뵙고 담소한 바, 알고 보니 한국에서 같은 동네 옆동사시는 이웃이었더라는.. 진작 알았더라면 영혼을 성숙시키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훨씬 많았을 텐데… 오늘의 만남은 내게 말한다. 눈을 크게 뜨고 옆사람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라. 앞으로의 한국행이 재미있어지겠다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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