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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Sep 15. 2019

내륙엔 사막이 있다.

‘속삭이는 오크’ 거리와 ‘외로운 오크’ 거리를 지날 때만해도, 내륙은 이 고장의 주인이었던 아파치 원주민의 시적 감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여러 해 전 지나쳤던 ‘떠돌던 바람이 지나간 거리’라든가 “졸졸 흐르는 샘”같은 다른 멋들어진 도로의 이름을 되뇌이고 있었다.

실은 주말을 내륙의 평평한 아름다운 풍광의 고원지대에서 한가롭게 보내며 가을이 어디쯤 오고있는지 알아보고 싶은 것이었지만, 아직도 아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족 나들이는 에상밖에도 텍사스 사막 체험이 되고 말았다. 집에서 세 시간을 내륙으로 달려 사막에 도착했다. 예상과 정반대로 고난의 행군으로 귀결될것같은 주말.


나는 지금까지 텍사스를 제대로 몰랐던 거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군사기지  입구에는 발사/발포 무기가 날아다니고 있으니 알아서 들어오라는 경고성 펫말이 서 있다. 오늘은 state championship이 이곳에서 개최된다.  하늘과 땅 사이에는 뜨겁고 숨막히는 공기와 그것에 아랑곳 않고 두 시간 레이스를 펼칠 뜨거운 심장을 가진 선수들만 존재하는것 같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빨갛게 질린 소수의 관찰자들.... 선수들이 출발하고 난 뒤 5마일을 달려서 가장 가까운 아이스크림 가게로 피난을 했다.


Dinner @ Wildfire, Georgetown

아들은 중부 텍사스 사막의 이 뜨거운 오후에 세시간에 걸친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선두 그룹으로 한 시간 여를 달리고 있었으니, 타이어가 펑크나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었다고 억울해 했다. 준비해온 교체용 휠을 싣고 뒷따르던 트럭이 부상자를 싣고 가 버리는 바람에 타어어를 고쳐서 다시 타느라 순위권에서 밀렸다고 기분이 좀 울적했다. 그래도 사막에서 완주한게 얼마나 기특한지.


고생한 아들을 위해 또 내일 경기를 다시 다짐하며 테이블 위에 촞불과 꽃이 준비되어있는 근사한 곳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오래되었지만 깨끗하게 잘 유지된 작은 타운은 아기 자기 예뻤고 구석 구석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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