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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May 08. 2016

오스틴, 자유로운 영혼들의 거주지

오스틴 나들이

오스틴...

마음이 중력의 작용을 강하게 받을 즈음에는, 한번씩 비행을 하여 중력을 거슬러 단단해진 마음을 풀어 주어야 할 것이지만, 그것이 허락되지 않을 때에는, 하늘 가까운 산이나 언덕에라도 오른다. 나의 생활이 평평하기 그지 없는 이 대륙의 끝자락에 너무 오래 고정되어 있었다고 느낄 땐, 중력을 거슬러 보겠다는 마음으로 온 가족이 언덕진 동네를 향하여 집을 나선다. 고속도로를 타고 세 시간여를 달리면 오스틴, 텍사스의 수도에 닿는다. 굽이 굽이 언덕이 있고, 강이 흐르고, 차가운 샘이 솟는, 나무로 우거진 도시 자유로운 영혼들의 도시...고맙게도 지인들의 연이 지속되어 주어 더 편한 마음으로 달려갔다.



봄이 오는 길목....블루버넷

290번 고속도로를 타고 오스틴의 언덕과 산으로 난 굽이치는 도로를 향해 달려가다보면 도로변의 들꽃들이 환하다. 믿기지 않게 길고 길었던 잿빛 겨울이 이젠 정말 끝난거라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중에도, 반가운 들꽃들은 어김없이 환하게 피어서 도로변에 보랏빛 융단을 펼쳐가며 이곳은 햇살 공화국임을 선언한다. 햇살공화국의 봄을 지배하는 주민들은 블루버넷....담주에는 가족들 청바지에 흰셔츠 깔마춤으로 입고 가서 텍사스식 가족 사진이라도 한장 남겨야 할까보다.



삼성 블라바드...

두 시간 반을 달려와 오스틴 입구들 들어설 때 쯤 늘 지나는 길, 삼성 블라바드. 산호세의 실리콘 밸리와 댓구를 이루며 텍사스의 오스틴에는 실리콘 힐이 있다, 삼성 공장이 들어 서있고, 그 앞 도로들은 삼성블라바드라 이름 붙여졌다. 어느새 삼성이란 이름이 동네길 이름이 되었던가. 나의 사내아이들은 이 거리를 지날 때마다 무척 신기하고 자랑스러은 기색이다. 한국이 아닌곳에 삼성이란 이름이 붙은 큰 도로가 여러개라니.... 작은 아들은 이 다음에 이곳에서 일을하고 싶다는 애국심에 근거한 충동적인 미래희망을 알린다. 그래 그래...너희들은 대한건아 씩씩하고 용감하다.



물 위에 띄운 작은 카누


시내를 품고 있는 타운 레이크나 콜럼비아란 이름이 붙은 작은 강에 빨간 카누와 카약을 띄우고, 햇살과 구름이 배경으로 그려진 풍경화속으로 느릿느릿 노를 저어 들어간다. 간혹은 백조와도 조우하고, 물 아래를 바삐 오가는 거북이들과도 인사한다. 이층 다리 위로부터, 거북이와 카누들의 교차지점인 물 위로 풍덩풍덩 뛰어 내리며 오스틴의 자유로운 영혼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공포하는 젊은 한 때들도 만난다. 우리의 빨간 카약의 이름은 "온타리오"와 "남강"이다. 진주 남강을 끼고 도는 지리산 아래 고향마을에서 발원한 선대와 온타리오 호숫가에서 시작된 우리대를 기념하였다. 깊고 수려한 남강과 원대한 온타리오 호수를 품기엔 콜럼비아 강은 협소한 감은 있으나....우리는 오스틴의 이 작은 강에도 애정을 품는다.  



Hill Country....


오스틴에서의 풍경화속에서 노젓기를 마치고, 두 시간 여를 서쪽으로 텍사스의 정중앙을 향하여 달리면 Hill Country라 불리는 나트막하며 언덕이 평평하고 넓게 솟아있는 대지를 만난다. 지나는 풍경들은 어릴적 인디언 영화에서 보았던 아파치들이 뛰어다니던 마른 돌로 이루어진 산과 드문드문한 나무들로 익숙하다. 실제로 세 부족의 인디언들이 지배했던 지역이라 한다. 달리는 차창 저 멀리로는 나지막히 길게 누운 능선도 보인다. 텍사스 출신 대통령중 한 사람, 린덴 비 존슨이 나고 자란 동네를 지난다.  높은지대의 건조하고 매마른 땅 위에 있는 그의 기념 박물관도 들른다. 척박한 곳에서 나서 자라고, 심오하다 할 수 없는 교육을 받고 자라도 대통령도 되고 연방 판사도 되고... 대단한 인생을 열어 간 사람들이 미국 역사에는 많구나. 그러나, 텍사스 출신 대통령들의 호전성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그에 대한 공부는 패스...


독일마을 프레데릭스버그

외롭고 외진 길을 한참을 달려와 대면한 작은 마을은 독일식 이름을 가지고 있다. 별다른 장식없이 라임스톤으로 외관을 마무리한 심플한 건물들이 이마에다 용도를 명함처럼 새기고 있어, 첫눈에 "이것이 독일식 단순 명료 정연함?" 이라는 생각을 했다. 프랑스의 향기를 입은 북아메리카의 동네들은-몬트리올, 루이지애나의 프랜치 쿼터,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챨스톤 등등-건물 외관의 장식이 매우 화려하고 정교하고 외벽의 색깔도 무지개 색색깔로 개성을 뽐내며 " 나 색깔있는 프렌치 동네의 일원임." 하는 듯하였는데, 중부 텍사스의 독일마을 이 동네 건물들은  "넋 빼고 있을 때가 아님, 정신차리고 볼일 보셈."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래도 대개의 관광지가 그러하듯 히피풍의 의상들이 가득한 부띠끄, 여러가지 반짝반짝 블링블링한 악세사리 가게들은 아기자기하고 어디로 부터 온 사람들인지, 모두 모여 북적북적...



린넨바움....

독일어를 고등학교 졸업한 후 읽을 일이 없었던 이유로, 간단한 메뉴조차도 입에서 겉돌았지만, 음식은 정갈하고 촛점있었던. 메뉴 자체는 소세지와 양배추 피클 등을 주로하였으며, 남편 회사에서 해마다 거행하는 옥토버 페스트에서 보던 것들과 별다르진 않았지만, 맛과 분위기는 매우 달랐던, 그래서 처음 맛보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린넨바움. 양배추 피클을 익힌 사이드 디쉬는 매운맛을 뺀 김치찌개와 40% 정도 닮아있었다. 결국 배추 피클을 익히면 우러나는 맛의 본질은 비슷하더라는...


Dripping springs.... 그리고 drifting wind run...

프레데릭스를 들어서던 입구에 있던 마을 이름들이다. 영어로 번역한, 원래는 인디언들의 거주지 였음직하게 들리는 마을 이름들. 올해처럼 풍부한 강수량에도 오가던 길에 보이던 크릭이란 크릭은 모두 말라있었고, 오스틴의 물부족은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았단 소식을 종합해보면, 원인이 이 동네의 이름에서 찾아질 법도 하다. 원래 물이 많지 않은 동네.... Dripping springs라니깐.
바람이 떠돌다 떠나버린 동네는 어떤 마을일까. 감성을 무척 자극하는 마을 이름이다.

Hill Country 는 매우 인적이 드물었고, 쓸쓸함이 짙게 베인 숲이 우거지고 돌조차 많은 동네였다. 인디언들은 이 동네에 시와 같은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러고 보면, 이 대륙의 원래 거주자들의 언어는 시였던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시를 읆듯이 대화를 하였고, 사람에게, 나무에, 그리고 마을에 싯구와 같은 이름을 붙여주기를 즐겼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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