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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May 07. 2020

5월의 수퍼문 (the flower moon)

the last supermoon

아침 산책길에는 들꽃들이 신선했고, 해가 지고나서는 올해의 마지막 수퍼문이 떠올랐다. 4월의 보름달에는 핑크 문이라는 애칭이 붙었고, 오월의 보름달을 왜 플라워 문이라 이름붙였는지 궁금했는데 아침 오솔길에서 만난 들꽃이 답을 알려주었다. 그래 맞아...

다음달엔 스트로우베리 문-딸기달? 딸기를 수확하는 철이기도 하지- 그리고 7월은 숫사슴의 달 buck moon이라고 한다. 인디언들은 역시 시적인 감흥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뒷마당에는 잔잔한 포도송이가 꽤나 많이 열렸지만 역시나 새들의 잔칫상이다. 벌써 알맹이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고 남은 포도송이의 줄기가 앙상하다.

대포만한 망원경이 소포로 도착했다. 그리고 또 망원경에 장착하는 조그만 렌즈도 잇따라 도착했다. 밤마다 별보고  노트에 별자리를 기록하며 놀았더니 남편이 어느 사이엔가 주문해 놓은 것이다. 문제는 안쓰고 넣어둔 삼각대를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인데 보통 삼각대로는 될 것 같지가 않았다. 대포만한 망원경을 지탱하려면 튼튼한 삼각대를 주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며 더 크고 성능 좋은 녀석들이 곧 도착할거라 했다. 그럼 난 이제 천문학까지 공부해야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아닐줄 알았냐는....기가 찬 대답. 앞으로는 내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더라도 남편 몰래 즐길일이다.


망원경 속으로 들여다 본 달은 생각보다 무척 밝았고 크레이터들은 다른 표면보다 더 하얗게 빛을 발하고 여전히 회색이었다. 알고있으면서도 달의 표면을 맨눈으로 볼 때마다 그것이 흑백 사진같다는 사실에 은근히 당황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 현란한 색채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랫만에 비행기를 타고 지상을 내려다 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좋았다. 그래도 달표면이 무채색인것은 역시 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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