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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May 30. 2020

Spectacle Scarlet Sky Tonight



4월에서 5월로 넘어오면서 또 5월이 6월에게 바톤을 넘길 준비를 하는 동안 일몰은 약 20분 늦어졌다. 북위 29도 서경 94도인 이곳에서 황혼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시간은 4월엔 저녁 8시부터 시작되었고 5월이 되면서 8시 17분으로 조금씩 늦추어 진다. 하루의 일과를-일과라고 해 뵈야 저녁식사와 뒷정리를 마치는 정도지만-이 시간에 맞춰 마치는 습관이 들었다.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석양을 맞이하기 위해서, 그리고 달과 별을 만나기 위해서 조율되다니, 나는 진정 자연의 운행 시간에 내 신체의 운율을 맞추며 자연인의 습성을 몸에 익혀가고 있는 것인가.


오늘은  8시 17분에 집 밖으로 나선 내 보행을 찬란한 황금빛이 축복하기 시작했지만, 황금빛은 빠른 속도로 스칼렛의 화염으로 바뀌었고, 거대한 융단이 자태를 드러내며 무섭게 빨갛게 타올랐다. 정열적으로 타오르는 구름 위에는 탑에 갖힌 라푼젤이 자신을 구하러 온 남자를 위해 동앗줄처럼 땋은 머릿자락 같은 줄기가 부드러운 트위스트를 엮고 있었다. 저런 흥겨운 기류로 물방울의 패턴을 만들다니....


스칼렛의 주홍빛 노을은 어제에 이어 다시 한번 사바나 사막의 황혼을 생각나게도 했지만, 스칼렛은 어디까지나 타라의 농장의 여주인의 이름이기도 했던 것이다. 중학교 때 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게 남았다. 오늘 저 붉은 노을은, 미래에의 의지를 다지던 스칼렛 오하라의 등 뒤에서 타오르던 조지아의 건조한 붉은 황혼 보단 훨씬 낭만적이지만, 스칼렛 그녀를 생각나게 하는 면이 있었다. 영화에서 본 스칼렛의 솔직한 색깔에 마음을 빼앗겨 한동안 노란빛이 살짝 섞인 스칼렛을 무척 좋아했었다. 오늘 황혼은 이리 붉었고, 내일은 같은 빛깔의 화염을 뿜으며 대기로 솟아오르는 펠컨 9, 크루 드레건을 플로리다 상공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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