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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Jul 19. 2020

지구에 다가온 혜성  the Neowise


페스트의 포로들은 이렇게 한 주 내내 저마다 어떻게든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 랑베르처럼 그들 가운데 몇몇은 여전히 자유인인 양 행동하며, 심지어 실제로 자신들에게 아직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믿기까지 했다. 그러나 8월 한복판에 이르자 사실상 페스트가 모든 것을 뒤덮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되자 개인의 운명이란 더 이상 없었고, 페스트라는 집단의 역사와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감정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극심한 것은 이별과 유배의 감정이었으며, 거기에는 공포와 분노가 담겨 있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서술자는 무더위와 전염병의 절정에서 전반적인 상황, 그러니까예를 들어 산 자들의 폭력, 죽은 자들의 매장 그리고 헤어진 연인들의 고통 등을 상세히 기술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페스트 중]  

실질적인 가택연금에 준하는 상태가 5개월째 지속되는 현실. 지상의 교류가 단절된  우울한 현실을 피해 달나라 별나라로 여행을 다니다가 정신이 돌아왔더니 캐나다-한국 국경이 닫힌 관계로 캐나다 여권 소지자들은 한국 방문의 특별한 이유를 한국 정부에 설명해야 비자 발부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 방문을 위한 비자 발급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한국에 강연 예정인 대학들과 출판사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한국 입국 비자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영사관에서 알려주었다.  주가 넘게 통화가 되지 않던 영사관과 그제 오후에 마침내 통화가 되었다. 어찌  일이냐는 질문에 공손하고 친절하게 저간의 사정을 말하는데 그간 내가 오해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영사관이 위치한 빌딩 내에 감염자가 발생해서 조치를 취해야 했고, 영사관 방문객들을 일일이 직접 내려가 맞아서 오피스를 오르내리느라 전화를 받을 형편이 아니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비자 담당관을 기다리며 통화대기를 하다가 전화를 끊었더니  시간쯤 후에 담당관이 전화를 걸어와 비자 발급에 관한 절차를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한국이 지척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광풍은 가을에  거세질 전망이라는 소식과 지인의 입을 통해 듣는 입국하는 외국인들에게 적대적인 한국의 분위기에 우울해지는.....지상에   붙이고 2차원적 생활을 강요받는 시절의 한계가 이런 것이겠거니.....  해쯤  이같은 상태로 살아야 한다고해도 무슨 방법이ㅡ있겠는가. 마음간수를  하는 일이 개개인들에겐 과제로 남는다. 그러므로 현실은 아직 지상에   돌릴 시기가 아니라는 , 다시 천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니.... 지난 7  태양의 근일점을 피해 날아와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낸 신현명 neowise 혜성을 만나러 가기로 한다. 저녁의 산책에선    보다 훨씬 많은 비행기를   있다. 지난봄 한때는 비행기가 하늘로부터 완전히 사라졌었고, 그래서 별들은 선명하게 빛났었다. 비행운이 사라지자 날씨도 호의적으로 변해 봄이 길었고 아름다웠다.


1997년 지구곁에 왔었던 헤일 봅 혜성 이후 가장 밝은 혜성이라는, 나사의 네오와이즈 망원경이 발견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는, 네오와이즈를 맨눈으로 보려고 해지기를 기다려 한밤의 텅 빈 공원에 나갔다. 헤일봅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던 그 해 그 무렵에는 대학원 실험실에 갇혀 여러달째 통계자료를 분석하고 있었다. 월드와이드웹이 막 실험실 컴퓨터에서 구동되기 시작했고, 시간이 나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의 소식과 태평양 건너의 소식들을 검색하며 머리를 식히곤 했다.


네오와이즈가 있을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은 지평선에 너무 가까워 혜성은 아마도 숲에 가려졌을것 같았고 보이지도 않았다. 정면에는 북두칠성만 선명하게 빛났다.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역과 토론토 등 북반구에 거주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근사하게 잡아낸 모습만 고마운 마음으로 감상한다. 올해 지구를 스쳐가면 6800년 후의 지구 가까이 다시 돌아올 거라는 이 혜성의 멋진 ion tail은 특별한 아름다움이다. 자신들이 수고롭게 포착한 멋진 광경을 세상과 나누는 사람들은 복 받을 지니...


photo credit Thierry Legault


토론토의 몹시 부지런한 Feliz Zai는 새벽에 일어나 인근 한 시간 거리를 운전해 다니며 혜성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잠겨버린 시대라 더 가깝게 느끼는 아름다움도, 그래서 가능해지는 취미도 있는 것이다.

photo credit Feliz Zai




수증기 꼬리를 끌며 하강해 지평선과 수평선을 뚫을듯한 박진감 넘치는 모습이지만 실은 서서히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꼬리가 두 개. 굵은 오른쪽 꼬리와 가느다란 왼쪽 꼬리

photo credit Feliz Zai
photo credit Jeff A
photo credit Feliz Z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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