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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Jul 03. 2020

사하라에서 불어온 먼지 폭풍 -고질라의 등장


지난 주, 금요일 아침 그 청명하던 하늘이 먼지 구름으로 뒤 덮였다.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온 먼지 폭풍, 이름하여 고질라가 모습을 드러낸지 일주일이 지났다. 열대지역의 대서양에서 생성되는 허리케인이나 아프리카 사막으로부터 불어온 먼지 폭풍에 그런 식의 이름을 붙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고질라는 먼지 폭풍이라고는 하지만 비바람을 동반한 폭풍같은 물리적인 폭력성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계를 좀 흐리게 하고 보이지 않게 호흡기를 잠식해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사하라 사막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지나고 아마존을 거쳐 멕시코만 상공에 그 모습을 드러낸 먼지 폭풍은 세기적인 스케일이다. 호흡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은 확실하고, 이미 반년째 진행중인 바이러스에 취약한 사람들에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작용하니 먼지 폭풍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적도부근 대서양 해수면의 온도를 떨어뜨려 허리케인을 차단 한다는 것이고 아마존의 우림에는 하늘로부터 내리는 비료 역할 비슷한 것을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6월 중순 대서양의 해수면의 온도가 적도부근에서는 예년보다 섭씨 0.6 도가 높아 강력한 허리케인이 발생할 위험이 높았지만, 사라하의 먼지 폭풍이 빛을 가려 섭씨 0.4도 낮아졌다고 존스홉킨스의 기후 연구소는 전한다. 그러므로 멕시코만의 7월은 하늘을 덮은 먼지와 허리케인 사이에 놓여있고, 고질라는 앞으로 한 주 정도 더 하늘에 머물 예정이다. 뿌옇게 흐려진 하늘은 아프리카와 북아메리카가 그리 멀지 않은 이웃한 대륙이라는 사실을 새삼 각인시킨다. 사라하 사막에서 불어온 누런 먼지 폭풍은 황사바람 불던 한국의 봄 하늘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한국을 떠날 때까지도 미세먼지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봄이면 황사가 서걱거리던 시절이었고 봄 날의 먼지로 인해 따갑고 흐려진 눈을 연신 문지르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고질라가 나타난 멕시코만의 하늘은 두 해 전  서울 여름 비 개인 오후의 하늘과 비슷하다.  저 먼 하늘의 구름을 바다에 떠 있는 섬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내가 즐겨해온 환상놀이다.


한편으론 지난 봄, 아프리카의 동쪽 해안지대에선 메뚜기떼가 대륙을 습격했다. 그들이 쓸고 간 자리는 초토화되어 소말리아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케냐와 이티오피아를 비롯한 이웃 여러국가가 곤란을 겪고 식량부족 사태를 고조시켰다. 사태의 시작은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생겨난 사이클론이었다. 폭풍 뒤에 식생이 무성해졌고, 그것은 메뚜기떼의 증식을 불러왔다. 호주의 시드니 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메뚜기떼는 소수일 때는 각자 흩어져 풀을 띁는 곤충에 지나지 않다가 인구밀도가 1 제곱킬로미터당 20마리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개체수가 폭증하면서 지나간 자리를 초토화 시켜버리는 거대한 초식 몬스터로 변한다. 모세의 출애굽기에도 등장하는 그 재앙의 메뚜기떼로 말이다. 메뚜기들은 기후가 건조해지면 풀이 있는 곳으로 집결한다. 흥미로운 것은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개체간 접촉이 활성화 되고 그 결과로 개체수가 더더욱 증가하는 상승곡선을 그리는 과정에서 세로토닌이 방출량이 3배나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메뚜기가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일 세로토닌을 사용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 풀벌레들이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세로토닌 과잉으로 인한 조증의 집단 흥분 상태에 돌입하는 것인데,  이 상태는 마치 인간세계에서 종종 보이는 집단광기와도 유사하다. 최대 1 제곱킬로미터당 8000만마리까지 증식하며 한 국가를 비상사태에 이르게 할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는 식량난을 가져올 위협이 된다. 웅덩이를 만나면 선두에 선 개체들이 웅덩이를 몸으로 메우고 평지처럼 만들어 뒤에 오는 메뚜기떼가 편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행동을 하면서 이집트를 건너서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건너 인도와 중국까지도 진출한다는 이야기다. 거대한 집단을 형성하면 곤충들 조차 전략적인 행동을 도출한다니… 너희도 이른바 집단곤충지성인거니?


그러니까, 지난 겨울 중국발 미스테리한 바이러스가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에서는 메뚜기떼가 아프리카 전역으로 번져가며 식생을 초토화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디오피아 사람들은 메뚜기떼가 지나간 흔적을 ‘바람의 이빨’이라 부른다. ‘바람의 이빨’은 곧 식량난의 전주곡이니 실로 무서운 상흔이다. 곤충이 야기한 전지구적 식량난의 전조는 펜데믹의 소용돌이에 뭍혀 조용히 진행중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나 메뚜기떼는 21세기의 인간을 향해 ‘이 공룡들아....’이러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막 먼지가 나타날 때 텍사스의 황혼은 대략 이런 모습과 유사하다고 하는데... 부산 어느 바닷가에서 몽환적인 황혼을 잡아내신 ...photo credit. 안호식 원장님
해발 830미터쯤 되던 금정산의 너르고 평평한 정상. photo credit 안호식 원장님


고질라의 등장과 더불어 다시 Stay at home order가 발령 되었다. 3주전 석달간의 재택 근무를 마치고 재개된 남편의 출근은 두 주를 미처 채우지 못하고 다시 원위치 서재로 돌아왔다. 가족 모두가 집 안에서만 생활한 지난 넉달간의 결과로 주부의 손목과 손가락은 지속적인 통증에 잠식당했고, 바이러스 감염보다 잠재적인 관절염의 가능성이 내겐 더 실질적인 위협이 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온동네는 한국말로 백일홍 나무- 혹은 배롱나무로 불리는 크레이프 머틀의 만개로 환하다. 거대한 군집이 만들어내는 유려한 곡선과 느리고 지속적인 꽃나무의 흔들림이 위로가 되는 나날이다. 초속으로 천천히 떨어져 흩날리는 백일홍 꽃잎은 한국의 봄을 장식하던 지난 봄의 분분하던 벚꽃의 낙화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행을 계획할 때마다 지리산과 금정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우선 순위에 들어있지만, 막상 도착하면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맘편히 등산 한번 할 수 없었던 지난 시간들. 귀국길은 언제나 배가된 의무와 책임으로 점철되어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동반한 이동은 지리산은 대원사 계곡이 한계치의 최고점이었고, 금정산은 근처에도 가볼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지난 봄의 단독 한국행은 내 가진 기억 중 최고의 귀국길이었다. 이 펜데믹이 지나고 나면, 할 수 있다면 한국의 산으로 들어가고 싶다. 내게 남아있는 나날들은 입산수도의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산과 바다가 그리운 시절.


and happy belated  Canada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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