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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Jul 23. 2020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휴식을 취했으며 

운동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놀이를 하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지냈다.

그리고  깊이  기울여 들었다.

어떤 이는 명상을 하고, 어떤 이는 기도를 하고, 어떤 이는 춤을 추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치유되었다.

그리고 무지하고 위험하고 생각 없고 가슴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라지자 

지구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위험이 지나갔을 

사람들은 다시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잃은 것을 애도하고,

새로운 선택을 했으며,

새로운 모습을 꿈꾸었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치유받은 것처럼

지구를 완전히 치유해 나갔다.


키티 오메라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류시화 옮김


지난 봄, 위스콘신의 교사 키티 오메라가 담담하게 기록한 시대의 자화상이자 간절한 소망을 담은 싯구는 전지구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봄이 지나 여름이 와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집에 머물렀고 그러는 와중에도 지난 시절의 영광을 기리는 역사적인 날은 돌아왔다.


5

51년 전 어제 새벽 7-21 엔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산책하며 인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두 우주인이 달 표면을 산책하기 전에는 한국전에 참전하여  전투기를 몰고 수십차례 한반도 방어 전투를 펼친 전력도 있다. 고마운 우주인들이다.  one giant leap for mankind!  달탐사의 열기가 막을 내린 시절에 태어난 이유로 인류의 우주적 도약을 목도하던 그 날의 벅찬 감동 같은 기억을 나는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우주로 부터 전송된 지구와 그의 영원한 단짝 달의 귀여운 사진은 마음의 공간을 확장시킨다. 그리고 나는 키티 오메라에 이어 다음과 같이 쓴다.


달에서 본 우리집. 지구



봄이 지나 여름이 돌아와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집에 머물렀고,  

몇 번의 여름을 집안에서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매일밤 하늘로 산책을 떠났다.

암흑의 창공을 배경으로 반짝이는 별빛이 한낮의 불안을 잠재우는 신기한 힘을 발견했고

창대한 시공간을 건너와 망막에 투사된 빛은

선명한 존재의 증거임을 깨달았다.

미미한 작은 별빛들은 불확실한 시대에

확인되는 확고한 진실이었다.  

사람들은 집에 머물면서 우주의 시간을 만났고

시간은 겸손을 그들에게 가르쳤다.



아... 시를 쓰기란 참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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