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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Nov 01. 2020

기억의 통로

당신 머릿속 GPS는 안녕하십니까?



의도된 기억상실증


일상의 질서와 안전성 유지에 강박적 성향을 보이는 꽤나 성공한 중년의 엔지니어는 아쉽게도 길 눈이 몹시 어둡다. 그의 부인은 그와는 대조적으로 남다른 공간 지각과 기억력을 가졌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성격이 불같은 부인은 길 눈이 어두운 남편을 종종 궁지에 몰아넣곤 한다. 그날은 외출길에서 자동차에 장착된 멀쩡한 GPS는 꺼두고 부인에게 생방송 GPS 안내를 요청하며 헤메다 돌아온 저녁이었다. 입으로 길 안내를 하느라 짜증이 난 부인과 사소한 말다툼을 하던 끝에 엔지니어는 뜬금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대를 매일같이 한결같이 사랑해."라는 오글거리는 멘트를 날린다. 부인이 그 말에 전혀 반응이 없자 그는 생글거리는 미소 띤 얼굴을 그녀 앞에 바싹 갖다 대고는 강도가 한층 더 세어진 멘트를 날린다. 그녀에 대한 자신의 기억은 매일이 새롭고 매일이 처음 만만 날 같다고. 부인은 시니컬한 표정으로 "매일이 새롭다니요. 치매가 오신 겁니까? 병원에 가볼까요?"라고 되묻는다. 그러나 엔지니어는, 기억력 장애를 소재로 삼았던 영화 <50번째 첫 데이트>를 꺼내들었다. 덧붙여 뇌수술의 후유증으로 기억하는 법을 잃어버려 늘 현재에 살고 있는 기억상실증 환자 H.M.의 이야기도 아는척하며 자신의 상태를 그에 비유했다. 부인이 자신에게 화를 내고 마음을 어렵게 했던 기억은 머릿속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뿐더러 매일 아침 기억이 리셋되어 날마다 처음 만나는 것 같은 설레임을 간직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물론 이 엔지니어가 뇌의 병리적 손상으로 인한 기억상실증을 앓은 경험은 없다. 잠을 자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현재의 경험은 기억으로 전환되고 이 과정은 뇌 속의 해마 (해마)라 불리는 기관에서 진행된다. 부인이 알기로는 이 엔지니어가 해마에 외상을 입은 경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기억상실증 환자에 비유하면서 자신의 사랑은 매일같이 새로 태어난다는 낯간지러운 사탕발림을 하는 것은, 부인의 성격이 불같아 자신을 슬프게 할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은 소나무처럼 한결같다는 인성론을 펼치려는 수작인지도 모른다고 부인은 생각한다. 그는 오늘도 오글거리는 사탕발림에 천진하고 해맑은 미소를 덤으로 흘리면서 일관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자신의 삶을 태도와 도덕성을 부인에게 자랑하는 것이라고 부인은 생각한다.


한편 부인은, 자신에게 진행성 기억상실증과 비슷한 증상이 있다는 남편의 말이 어쩌면 사실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지루한 루틴에 대한 엄청난 내성이나 매사를 한결같음으로 일관하는 치밀함. 그리고 대책없는 해맑은 긍정성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선천적으로 머릿속 어딘가가 일반인들과는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던 중 그 고장난부분이 머릿속에 들어있는 해마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 것은, 그날은 엔지니어가 자신의 입으로 발설한 H.M.  에 관한 이야기 덕분이다. 공간에 대한 기억이 저정되는 핵심 기관은  해마라 불리는 기관으로 우리 머릿속에 내장된 생물학적 GPS와도 같은 기능을 한다. 이 기관은 또한 경험이 기억으로 저장되는 기억의 파일 케비넷이기도 하다. 간질발을 치료하고자 뇌의 일부를 절제했던 수술에서 뜻하지않게 해마를 절제당한 환자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기억으로 남겨둘 파일 케비넷이 남아있지 않았다. 경험을 기억하는 유효기간이 30초에 불과하던 환자  H.M. 은 실로 매순간이 새로왔고 매일이 새로운 날이었다. 그 어떤 것에도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었던 환자는 늘 현재진행형의 인생을 살았다. 아픈 과거 혹은 그리운 과거를 향한 시간 여행이 불가능 했던 사람이었기에 좋았던 점도 있었다. 순간에 만족할 수 밖에 없던 그는 대체로 밝고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하며 살다 갔다고도 한다. 그가 뇌량 절제 수술을 받을 당시 감정인식의 중추기관인 편도핵도 일부분 제거되었기에 불안이나 공포를 일반인보다 덜 느꼈을 수도 있다.


  부인은 세상에는 권태를 이해하는 또는 느껴본 사람들과 그것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권태는 청춘이 절정에 달했을 즈음에 우리에게 그 못생긴 얼굴을 들이밀곤 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에서 젊고 아름다우며 재능있는 베로니카가 죽기로 결심한 이유는 딱 그 나이에  권태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 말에 대해, 몹시 성실하지만 길 눈이 어두운 엔지니어의 대답은, "그리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으면 차라리 나가서 땅을 파보지 그래! 삽질을 하든지 노동을 하라고..”  정답이다. 부인이 상상했던 바 대로, 그가 그렇게 대답할 것이라고 상상한 그대로 정답을 말했다. 그래서 권태라는 문제에 관한한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길 눈과 기억력은 좀 나쁘지만 권태의 얼굴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복 받은 부류와, 불필요한 기억의 고집으로 종종 피곤함을 느끼며 권태의 어글리 한 얼굴을 종종 대면해야 하는 사람들....물론 해마의 기능과 권태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얼어붙은 해마


 어쨌건 생긴 모양이 바다 동물인 해마를 닮아 이름마져 해마로 정해져버린 그 기관은 새로운 경험을 기억으로 전환시켜놓는데 필요한 기억의 파일보관소일 뿐 아니라 생물학적 GPS의 역할을 겸한다는 사실은 남편의 처참할 정도로 형편없는 방향감각과 공간 기억력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남편의 해마 기능은 일반성에서 조금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사온지 일 년이 지나도록 자기집을 지나쳐 버리고, 시내 운전이나 가족동반 야유회나 피크닉을 갈 때면 언제나 노란 불에 미리 서고 파란 불이 들어오면 주위를 한참 살핀 후에야 출발하기 일쑤다. 유턴을 몇 번을 한 뒤에야 목적지에 도착을 하는 것은 습관이 아니라면 버릇이 되었다. 길 헤매는 것을 질색하는 부인은 남편과 야유회나 피크닉에 참석하지 않기로 선언한 지가 오래되었다.  도로가 복잡한 도심으로 들어가면 사정은 더더욱 황당해진다. 바둑판처럼 설계된  도로 한복판에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패닉해져서 사이렌 울리듯 불안감을 표출한다. 부인이 눈에는 그런 엔지니어의 모습이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당연히 작동해야 할 해마 속의 공간인식 세포가 얼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답답한 부인은 차라리 내가 조용하게 운전을 하게 해달라. 당장 운전석에서 내려달라 하지만, 그는 한사코 핸들에서 떨어지지 않고 옆에 앉은 부인에게 생방송으로 GPS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한다. 부인의 입장에선 운전을 하며 길을 찾아가는 것은 체조 선수가 체조를 하거나 연주자가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같은 자동화된 절차 기억 (procedural memory)이기 때문에 이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꽤나 성가신 일이다. 그러니 목적지를 향한 안내 방송을 해 달라는 것은 마치 체조 선수에게 체조를 말로 하라는 것과 같은 요구인 것이다.


  스무 번쯤 왔던 시내의 컨서트홀을 부인의 도움 없이 찾아가는 일이 여전히 불가능한 것. 그리고 "이 건물이 왜 이쯤에서 나타나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야.. 왜 여기서 우회전을 해야 하는 거지? 거 참 이상하네.. “하는 당황스런 혼잣말을 반복해서 들어야 했던 그녀는 어느 새 다음과 같은 생각하게 된다. 자신을 대하는 것이 나날이 새롭고, 매일 아침이 처음 만난 그날 같다는 엔지니어의 말이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새로운 경험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그의 말은 단지 웃기려는 농담이 아니라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진실인지도 모른다고 부인은 생각하기에 이른다. 남편인 엔지니어가 보여준 그간의 행동 데이터로 미루어 보건데 그의 머릿속 깊은 곳에 위치한 해마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함량미달이거나 졸고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경험의 기록보관소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후 찾아오는 간질 발작으로 인해 일상생활 영위가 불가능한 불행한 남자가 있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뇌량을 절단하던 수술을 하던 중 의사의 칼날은 실수로 미끄러지고 그의 해마는 절단당했다. 해마에 가까이 있던 편도핵과 그 앞에 위치한 그리고 후각의 중추인 후구 (olfactory bulb)의 일부도 절단되었다.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일이 불가능해진 헨리 몰라이슨 (H.M.)의 사례는 심리학 개론이나 신경학 개론을 통해서 널리 알려져 있다. 수술을 집도했던 신경외과 의사 스코빌 함께 맥길 대학의 심리학자 브렌다 밀러 여사에게 헨리 몰라이슨은 일생의 연구대상이 되었다.  H.M.이 보여준 기억 현상에 관한 연구는 1950년경 시작되어 그가 사망한 2008년에 종료되었다. 헨리 몰라이슨의 해마가 잘려나가는 뇌가 구조변경을 겪은 후  새로  경험한 일을 기억못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서 해마가 새로운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기억 응고가 일어나는 장소임을 확인했다. 기억은 그 내용과 저장되는 방식에 따라 사건과 경험에 관한 일화기억 episodic memory, 독서나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을 서술/개념 기억 (declarative/conceptual  memory) 그리고 운동기억이라고도  하는 몸이 기억하는 절차 기억으로 구분된다. 그는 어린 시절의 사건들과 가족과 관련된 일들, 즉 장기기억은 손상되지 않았고, 학교를 다니면서  배워서 알게된 지식은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던 반면, 수술이 있던 그 때로부터 이후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수술 후  일화기억은 형성하지 못하지만 운동감각이 관련된 기억은 형성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예를들면,  브렌다 밀러가 주도하는 실험의 일환으로 헨리 몰라이슨은 큰 오각형의 별이 두 줄 사이에 그려진 그림을 제시받고 그것을 따라 그리는 작업을 매일 되풀이했다.  이 과제가 그에는 매일 새로운 검사였지만, 그가 별을 그리는 데 있어서 실수는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줄어들어 검사의 첫날에는 30번의 실수가 있었지만, 둘째 날에는 20번, 셋째 날에는 5번의 실수만 있었다.  헨리 몰라이슨은 비록 자신이 어제도 이 검사를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주어진 과제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었고, 이는 그 과제를 학습했다는 의미이다. 그가 보인 이러한 종류의 기억은 운동신경과 근육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 기억이다. 즉 신체의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익힌 기억은 언어를 매개로 복기될 수 있는 명백한 기억과는 별개인, 절차기억 (procedural memory)이라는 암묵적 기억의 (implicit memory) 한 형태로 개념 정립이 기능하게 되었다. 운전을 하는 법, 자전거를 타는 법, 치매가 발생해서 생애의 기억을 잃어버린 기타리스트가 자신이 좋아하던 곡을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근육을 구성하고 있는 감각-운동 뉴런에 세겨진 절차적 기억이다. 또한 생의 후기에는 테니스도 배워서 능숙하게 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해마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한 연구들은, 어떤 종류의 새로운 훈련이나 학습을 경험한 후 수면시간 동안 해마의 전기적 활동이 유의미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해마에서 새로 학습한 내용에 관한  정보처리가 활발하게 진행된다는 의미인데 이를 기억 응고, 즉  새로운 경험이 공고해져 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상세하게 말하자면, 해마 자체에 기억이 저장된다기 보다는, 새로 입력된 경험을 정리해서 보관했다가 궁극의 기억저장소로 발송하는 일종의 기억의 쉬핑센터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브렌다 밀러가 헨리 몰라이슨에게 시도했던 또 하나의 테스트는 종이 위에 그려진 미로 찾기였는데, 동일한 테스트를 252회 반복해서 시행하였음에도 그의 미로 찾기 실력은 조금도 향상되지 않았다. 이후에 진행되어 온 공간인식 기능과 관련한 해마의 기능에 관한 연구결과들은 그 이유를 설명한다.  


기억의 근육은 자란다.

   해마 -해마-와 관련한 공간 기억과 기억의 저장 기제를 연구하는 런던 대학의 신경인지과학자 엘레노어 맥과이어 Eleanor A. Maguire의 연구팀은 1999년 영국 택시운전 기사들의 해마의 크기를 측정했다. 런던의 명물 블랙 캡의 라이센스를 따기위해서는 복잡한 런던의 지도와 반경 6마일 내에 있는 25000개의 길과 호텔, 중요한 지형지물들의 위치를 모두 암기해야 하기 때문에 이 시험 준비에는 약 2년 정도가 소요된다. 연구팀이 MRI를 이용하여 1.  일반인과 2.  택시 운전 시험 합격자 3. 베테랑 택시 드라이버들의 해마의 크기를 측정한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시험 합격자들은 해마 후면의 크기가 증가해 있었던 반면, 일반인들은 앞쪽의  (anterior hippocampal region)의 크기가 더 컸다. 또한 해마의 크기는 운전 경력과도 비례했는데, 이는 해마에 있는 공간 기억을 담당하는 세포의 개채수가 증가했고, 그들 간의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기억의 확장이 두뇌의 생리학적 생화학적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기억 흔적 가설memory engram을 증명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의 뇌는 환경의 요구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뇌의 구조가 강화되고 변화됨을 의미한다.


머릿속의 공간 세포-  머릿속의 GPS


 영국의 엘레노어 연구팀에 훨씬 앞서 존  오키프 John O'Keefe와 조나단 도스트로브스키 Jonathan Dostrovsky (1971)는 쥐가 자기의 위치를 인지할 때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활동을 추적해  왔다. 쥐의 신경세포들에 전극을 연결한 후 특정 공간 안에서 움직일 때 뇌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 신호를 측정하였다. 그는 쥐가 공간 안에서 특정한 지점 a 에 다다를 때에 특정한 신경세포 a'의 전기적 활성화가 두드러지며, 다른 지점 b 에서는 다른 신경세포 b'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확인하였다. 공간이동 때에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들이 해마의 특정 부위에 몰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이 세포들이 이른바 ‘공간 지도’를 그리는 기능을 하는것으로 해석했다. 연구자들은 해마에 있는 이 신경세포들을 "공간 세포" 혹은 "위치 세포" (place cell)라는 이름을 붙였다. 해마에서 “place cells”, “head direction cells “, “grid cells “, “boundary cells “이라는 별칭들이 붙여졌고,  1978 그의 저서 “인지적 지도로서의 해마:  The Hippocampus as a Cognitive map"에서 학습과 정보를 저장하는 해마의 기능을 개괄하면서, 해마가 인지적 지도의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해마는 일화적 기억과 공간을 인식하는 신경세포들이 모여있는 기관이라는 것은 정설이다. 치매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손상이 나타나는 부위도 해마이고, 해마에 이상이 있으면 가장 먼저 치매가 발생한다. 치매(알츠하이머)의 첫 증상은 기억력 상실과 방향감각 상실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해마의 본질적 기능이 상실되는 것이다. 우리가 종종 접할 기회가 있는 알츠하이머의 우울한 병상기록은 흔히 운전을 하고 가다가 어느 날  문득 방향을 상실하고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방향과 목적을 상실하고 길을 잃는것. 해마의 손상은 산소부족, 뇌염, 측두엽 간질 같은 원인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해마를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은 열려 있다. 자동차에 달린 GPS를 떼버리고 우리 머릿속의 GP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기억력을 강화시키려는 모든 노력은 해마 속의 기억의 근육을 강화시킨다. 좀 더 적극적으로는 지도를 펴놓고 지형지물을 암기하는 취미를 가질 수도 있다. 또는 구글 earth가 제공하는 3차원의 가상현실을 체험하면서 하루 20-30분씩 세계 여행을 하는 것도 세계의 지리를 해마속에 기록하는 습관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럴만한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허락된다면 말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직업군인 수학자와 엔지니어들,  일상의 질서를 일사불란하게 유지하는 강박증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도 종종 형편없는 기억력과 헝클어진 방향감각은 발견된다. 개인에게 이같은 면이 약점이라 할 수는 있지만 극복못할 결점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강점과 약점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런 사람들 곁에는 대게는 뛰어난 기억력과 공간지각 능력을 바탕으로 신속한 문제 해결력을 가졌지만, 정리정돈에 서툴고 일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큰 노력을 들여야 하는 배우자나 친구들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 돕고 모여 사는 것. 그러므로 세상은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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