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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Nov 01. 2020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주의력 결핍 과잉활동 장애


사고가 따라 다니는, 소아의 주의력 결핍 과잉활동 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ADHDDHD


                한국에 있을 때의 일이다. 종합병원의 정신과로 의뢰된 환자들의 심리평가와 장애진단을 하러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날의 내원 클라이언트는 유치원을 다닐까 말까 한 연령의 조그마한 여자아이였다. 정신과의 대기실에 앉아있는 동안 소파 위로 뛰어 올라갔다 내려갔다 분주하더니, 소파 패드를 아예 들어 내, 바닥에다 내동댕이치고 소파 아래로도 들어갔다 나왔다를 열심히 반복 하고 있었다. 기분이 안 좋다던가 불만에 가득차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아이는 그 나이 때 아기들의 본분에 맞게 열심히 에너지를 불사르며 환경을 탐색하는데 몰두하는 것으로 보였다. 장애 진단을 위해 검사실에 들어갔을 때도 이런 에너지 분출은 계속되어, 아이의 엄마와 내가 면담을 하고 있는 동안에 책상 아래 위로 들어갔다 기어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 꼬마의 장애진단을 내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나이와 여자아이라는 사실을 감안 하면 무척이나 예외적인 특징적인 행동이었기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부산스러운 정도를 넘어서는 아이의 과잉 활동이 매우 염려가 되어, 저 아이가 사고가 나서 입원하는 일이 조만간 생기지 않을까 염려가 될 지경이었다. 다음 주 병원엘 출근을 했더니 며칠 전에 아이가 응급실로 실려왔더라는 소식을 간호사 선생님이 전했다. 가족들과 나들이를 갔다가 부모가 방심하는 사이에 강물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생명에는 이상이 없었다. 아이의 진단명은 주의력 결핍 과잉활동 장애였다 (ADHD).  


충동 통제가 어려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학령기 청소년의 경우,  상황이 병원의 대기실이 아니라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중인 상황이라도 행동은 마찬가지이다. 가만히 앉아 선생님 말씀을 경청할 시간임에도 이떤 학생들은 좀이 쑤셔 몸을 비틀다가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주변의 친구들에게 장난을 거는 등, 선생님 말씀 중에 다른 짓을 하는 일이 다반사다. 가정에서는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벌여 놓고 마무리 하지 못하고 이일을 하다가 저일을 하며 허둥대는 모습이 흔히 관찰된다. 이런 과격해 보이는 꼬마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달리는 자동차”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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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성장해 가면서 상황에 알맞게 행동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마련이지만, 스스로의 행동을 컨트롤 하는 “행동억제”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것이ADHD 의 핵심 증상이다. 행동억제능력이란 충동적인 행동이나, 생각, 또는 생각없이 내뱉는 말 등을 상황에 맞게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뜻한다. Barkley를 비롯한 일부의 심리학자들은 ADHD를 실행기능 (executive function)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장애로 개념화한다. 실행기능은 스스로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짜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의 행동이나 시간을 관리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충동을 억제하고 상황에 적절하게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 필수이다. 다시 말하면, 하고 싶은 것을 참고, 하기 싫은 것도 필요하다면 할 줄 아는 것이 행동억제 능력인데  ADHD의 결정적인 문제는 이 행동 조절이 안된다는 것이다. 앞서 예시한 소녀와 같은 학생들은 교실에서 조용히 앉아 있기가 어렵고 선생님들은 학생의 학업 기능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종종 듣게 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따르는 이차적인 문제는 따라서 학습장애와 우울증 불안장애등의 정서 장애가 흔히 진단된다.


작업 기억의 문제가 학업 장애로 이어지기도


         주의력 결핍 과잉 활동 장애를 가진 아동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일관되게 밝혀낸 것은 이들의 작업 기능이 working memory  원활하지 않다는 점인데, 특히 이들은 기억해야 할 청각과 시각적 정보를 쉽게 잊어버린다. 작업 기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정신적인 노트나  포스트잇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잠시 기억했다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정신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방금 눈으로 보거나 (시각적 기억) 귀로 들은 내용을 (청각적 기억) 적어도 일 이분간은 기억한다. 청각기억은 들은 것을 머릿속에 녹음해 놓는 것과 같고, 시각 기억은 본 것을 사진찍어 놓는 것과 같은데 이들은 일 이분간만 유효할 뿐이다. 입력된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굳어지기 위해서는 반복해서 되풀이 하거나 복습해야 한다. 방금 보거나 들은 정보를 짧은 시간동안 기억하면서 그것을 재료로해서 과제를 처리해 나가는 인지적 과정을 담당 하는 것이 작업기억이다.


         주의력 결핍 과잉 활동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이 작업 기능이 제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금방 보거나 들은정보를 쉽게 잊어버린다. 따라서 교실에서 저조한 학업 수행을 보이기 쉽다. 한 두 단어 받아쓰기는 가능하지만, 문장 전체를 듣고 따라쓰기는 이들에게는 어려운 과제일 수가 있다. 선생님의 지시를 듣고도 금방 잊어버려 엉뚱한 행동을 하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선생님의 지시가 여러 단계의 절차를 포함하고 있는 과제라면 더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이런 아동들에게는 여러가지 지시를 한번에 내리는 것은 무리이고, 한번에 한가지씩만 요구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를들면 " 학교 다녀와서 숙제를 마치고, 냉장고 안에 있는 저녁을 꺼내서 데워 먹고. 샤워를 하고, 자기 전에는 반드시 방청소를 하고 자라." 라고 지시를 한다면 아마 숙제 이후의 일은 기억을 못할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이런 아동들은 들은 지시 내용을 녹음기의 “되감기”를 통해 정보 재인출을 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신경발달 장애로서의 ADHD


        주의력 결핍 과잉활동 장애의 역사적 유래를 보자면, Strauss와 Lechtinen(1947)가 명명한“뇌손상 아동 증후군”(Brain Injured ChildSyndrome)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하였고, 이후 “미소 대뇌 기능장애”(Minimal Brain Dysfunction)라고 불리워져 왔으나, 미소 대뇌 기능장애라는 개념이 모호하였다. ADHD의 초기 개념화에서는 과잉활동을 핵심증상으로 간주하여

“과잉행동증후군”(hyperkineticsyndrome),“아동기 과잉행동반응”(hyperkinetic reactionof childhood:DSM-Ⅱ 1968)이라는 용어가사용되었으나, 70년대에 이르러서는 과잉행동보다는 주의력결핍과 충동성이 더욱 중요한 증상으로 인식되어왔다.


 정신과적 장애의 진단과 통계 편람 Diagnostic and Statistiacl Manual-IV이 발간된 지 거의 20년 만에 DSM-5로 리비전이 출판되었다 (2013). 리바이즈 된  DSM-5에서는 주의력 결핍 과잉활동 장애를 (자폐나 대화 장애, 그리고 운동 장애 등과 함께 묶어) 신경 발달 장애의 한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신경학적 발달 장애는 유아의 발달 초기에 발병하는 것으로 전 학령기에 눈에 띄는 경우가 흔하며,  대인관계의 손상, 사회적 손상, 그리고 학업적 손상은 물론 직업적 기능의 손상을 이야기하는 발달적 결함이다.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 시상 (thalamus), 도파민 중질 돌기(dopaminergic mesocortical projection)의 기능에 이상이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뇌염에 의한 신경계의 손상이나  납, 알코올 중독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주의력 결핍 장애는 그 특성상 학습 장애, 우울증 등의 정서장애를  동반하기가 쉽다. 이차적으로 자존감의 손상 등을 가져온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공격성과 반항성을 동반하기도 한다.



blob:https://brunch.co.kr/d3be21d5-92ee-4191-bc86-18756031ebd0ADHD좌: 정상 아동의 뇌 활성화 사진, 우:  ADHD를 가진 아동의 뇌 사진. ADHD의 뇌 사진에서기억을 담담하는 히포감푸스 부분과 전두엽의 활성화가 상대적으로 낮다.





핵심 증상들=충동성, 주의력 결핍, 과잉활동


      하위 유형으로는 주의력 결핍형, 과잉행동-충동형, 혼합형이 있는데, 혼합형을 진단받는 경우가 가장 많다. 성별로는 남아는 혼합형 증상을 주로 보이지만, 여아는 대부분 주의력 결핍형을 보인다. 남아가 여야에 비해 발병률이 세 배 높다. 주의력 결핍 과잉활동 장애를 병명 그대로 주의집중을 하기 어렵고 심하게 산만한 행동을 보여 학교나 사회생활, 그리고 학업에 문제를 보이는 장애로 소아 청소년들에게서 흔히


발견된다. 개인의 충동 조절이  impulse control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고, 한 가지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말을 할 때도 이를 주의 깊게 듣는 것 같아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대화 중에 불쑥불쑥 끼어들거나, 수업 중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생각나는 대로 말을 툭툭던지가도 한다. 아울러 주의집중을 못하기 때문에 기억력도 짧아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던지 자주 잊어버리고 쉽게 주의가 분산되며, 집중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며, 다른 일을 연속적으로 벌이고, 대화중에도 이 이야기에서 저이 야기로 주제를 건너뛰는 일이 흔하다. 특히 주된 문제점은 주의력 결핍과 신변의 정리정돈을 못하는 문제이다.  또한 자기 소지품이나 약속 등도 자주 잃어버린다. 행동/ 일을 계획하는 (planning) 능력, 나아가 해야 할 또는 하기로 되어 있는 일을 추진하는 능력 (executive function)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 이러한 제반의 증상들이 6개월 이상, 다양한 상황에서 -학교, 가정, 교회, 각종 모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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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표출이 되고, 이러한 행동문제로 인해 본인과 주변인들이 곤란을 겪으면 ADHD로 진단할 수 있다. 구체적인 진단 기준은 아래와 같다.


이차적인 심리적 문제


          충동조절이 잘 안 되는 소아 청소년들이 조용하고 차분히 공부해야 할 교실에서 어떨 것인지를 상상하기는 쉽다. 충동 조절이 안될 때 사회적 관계와 또래관계에서는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지를 상상하기도 어렵지 않다. 삶의 초기 몇 년 간 이러했을 때 그 청소년들이 본격적으로 삶을 설계하고 삶의 한가운데 뛰어들어야 시기에 도달했을 때 겪게 될 고충을 이해하기도 어렵진 않다. 다행히 적당한 정신과적 개입 또는 심리학적 개입이 있어주면 50% 이상은 성장과 함께 치료가 되기도 하지만, 끝까지 치료되지 않는 퍼센트도 높은 편이다.

한국과 미국의 발병률 현황


        한국, 서울:   서울 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이 발간한 ‘학교보건 연보' (2007년)에 의하면 전체 2,672건 중 354건(13.25%)이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로 진단되었다. 남학생들의 경우 18.61%가 ADHD로 진단되었으며, 고등학생의 경우 9.52%가 진단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추론해 보자면, 서울 시내 고등학교의 경우 한 반이 30여 명 남짓이라면 한 반에 세명 정도는 주의력 결핍 과잉활동 장애를 앓고 있다 것이고, 성별로 나누어 보자면 남학생 다섯 명 중 한 명이 이 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진단 후에 이들을 위한 어떤 후속조치가 취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들은 분명히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많을 텐데, 도움도 받지 못하고 그저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어 있는 별난 아이 또는 문제아 또는 공부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혀 방치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매우 답답하다.


어떻게 도울 것인가?


        미국의 경우, 상기 기술한 이 장애의 증상들로 인해 ADHD로 진단될 경우,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하는데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제나 숙제, 그리고 학급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많은 배려를 받는다. 그리고 학생의 진단에서부터 구체적인 교육 계획 방침까지를 마련하고 시행하도록 하는 일은 교육청에 소속된 심리학자들이 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과잉활동으로 진단된 학생들에게는 반 친구들보다 자주 쉬는 시간을 갖는다든지, 혼자만 갖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선생님 심부름을 한다든지 (가만히 교실에 잡아두면 부산스럽게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긍정적인 방법으로 활동 에너지를 배출해 주자는 취지이다.),  학생의 조건을 감안해 친구들보다 숙제를 적게 받는다든지, 제출 마감을 늘려 준다든지.... 또는 시험 날, 복도에 혼자 나가 시험을 칠 수 있게 하거나, 상태에 따라 보조 교사가 수업을 돕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가지 상상할 수 있는 전략들을 써서 아이의 신경학적 장애로 인한 주의력 결핌 과잉활동 장애가 학업 수행과 학교 적응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돕는다. 그러니까 한국에 있었더라면 별난 문제적 학생, 잠재적 사고 유발자로 불렸을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미국의 학교에서는 본인의 선택도 잘못도 아니고, 본인이 처한 신경정신과적 조건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많은 배려를 받는 것이다. 이런 조치가 가능한 이유는 IDEA—the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라고 불리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교육법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를 돕는 방법


        아동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다면 부모에게는 상당한 정신적 고충이 따르기 때문에 다른 어느 장애보다도 부모들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ADHD를 가진 아동의 행동 특징을 숙지하고 허용적인 양육방식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ADHD를 가진 아동들은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단체 운동보다는 수영, 사이클, 태권도 등 개인 스포츠가 낮다. 또한 ADHD 아동은 청각적 정보는 금방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구두로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노트나 메모 등을 이용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지시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이의 여러 가지 활동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보다는, 아이가 에너지를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발산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주는 것이 좋다. 운동, 요리, 그림 그리기 등 아이의 긍정적인 면들을 찾아내 자주 칭찬하고, 발달시키도록 도와주는 쪽이 건설적이다.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한 가지 이상 개발하도록 돕는것도 중요하다.


부모가 지치지 않아야 하므로 부모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조절하는 일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부부가 서로 지지하고 북돋워준다.


학교 교사와 협조 관계를 이루도록 노력하고, 아이의 학교 적응을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가 자녀의 특성을 이해하도록 기꺼이 돕도록, 부모는 아이의 상태와 문제에 대해서 교사와 자주 메일이나 노트를 교환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일부 학교에는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며 아이들의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www.kassw.or.kr) 아이의 또래 형성을 돕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지지집단이나 자조모임에 참여해 자신의 대처능력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나 여가 관리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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