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균질할 수 없이 고르게 푸른창공 위로 달은 투명한 얼굴을 반쯤 드러냈다.
푸른빛과 투명한 달빛의 담담한 앙상블이 어제도 오늘도 이어지는 12월. 이토록 푸른 겨울이라니....
오후 네 시의 그린과 블루.
햇살이 그려내는 그린의 실루엣에 마음을 빼앗기며 오후의 숲 길을 걷는다.
이제는 루틴이 된 겨울의 숲 속 산책.
winter white land에서 동면에 든 친구들에게 띄우는 남녘의 겨울 소식.
간간이 짧은 텍스트를 보내오며 나의 동태만 살피던 케런을 아침 산책에 초대했다. 그녀를 오늘 아침에 다시 만난 것은 여름 이후 처음이다. 아침 일곱시에 그녀는, 걸을까? 하고 물어왔다. 창밖은 어두웠고 내 눈도 덜 떠졌을 뿐더러 동물들도 아직 취침 중일 시간이었다. 잠자는 숲을 깨우는 건 미안한 일이니 해가 뜨면 걷자고 설득했다. 여덟시 주차장의 햇살 속에서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차가운 숲길을 끝까지 걸어가 호수의 끝에서 반환점을 돌았다. 두 시간이 걸렸다.
길의 중간에서 나뭇잎으로 위장한 토토로가 긴 가지 위를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고양이 버스였을 수도....
꼬리까지 쳐들고 살금 살금 가지 위를 건너가는 고양이를 닮은 토토로 한 마리. 저 가지의 잎이 우거져 예쁜 터널을 이룰 내년 여름이 기대된다.
사슴 가족을 마주쳤다. 건너편의 숲으로 부터 크릭을 건너 이쪽으로 온 것이 분명하다. 호숫가로 물마시러 나가는 중일지 모른다. 저 사슴 가족은 꼭 일년 전 오늘 안개 낀 아침 산책길에 마주쳤다. 2019년 12월 8일 아침은 안개가 짙었고, 오늘보다 훨씬 추웠다. 한국에서 돌아온 나는 시차 적응이 더뎌져 애를 먹고 있었다. 밤새 뒤척이다가 창 밖에 안개가 서리기 시작하자 지체없이 집을 나섰다. 그 아침엔 산책 나온 사슴 가족을 호수 건너편에 앉아 한참 바라보았다. 그 이후 사슴을 다시 마주친 적은 없는데, 꼭 일년 만에 같은 날 아침 비슷한 시간에 다시 마주치다니....신기도 하여라.
지난 해 오늘 아침엔 황금빛 태양이 젖은 나뭇 가지 사이에 걸려 있었고, 큰 물새의 비행을 포착하기도 했다.
걷기에 탄력이 붙어서 두 시간은 거뜬히 걸을 수 있게 되었음을 자축하는 2020년 12월.. 바이러스 전염을 피하고자 barre나 필라테스 근력운동 클래스 못들어가고 걷기에 전념했더니 ... 어느덧 두 시간을 거든히 걷고 있다. 코로나의 역설이라고나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