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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Dec 14. 2020

The prego at night

the begining of gray season, finally

하루종일 비바람이 불었고 예쁘게 물든 단풍의 절반쯤이 센바람에 떨어져 내렸다. 마른 잔듸밭에 떨어져 버리긴 했으나 한사코 꼿꼿이 서서 바람에 나부끼던 오크 잎사귀의 자존심을 건 마지막 한판 승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바람으로부터 귀를 보호하는 이어밴드와 산책용 콜럼비아 스키자켓이 마침내 진가를 발휘하던 저녁 산책.

돌아오는 길엔 꼭 전화를 하라며 데리러 나가겠다는 말을 믿고 집으로부터 한 시간이나 걸어 나갔다. 계절이 본적적인 서막을 알리는 시간의 풍경....


호숫가에 닿았을 때 약속대로 전활걸었고, 데리러 온 남편의 차에 올라 예상에 없었던 드라이브. 시내 대학가의 번화가 앞에서 차를 세웠을 땐, 산책길을 물들였던 바로 그 가을 낙엽색과 동일한 노란색과 붉은색의 벽장식이 눈길을 끄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프레고는 어딘지 모르게 지난 비엔나 여행에서 들렀던 심야의 그리이스 레스토랑을 생각나게 했다. 이탈리안 음식을 주문했지만 나는 어떻게 해도 캘리의 피노누아를 묽은 이탈리아 키안티에 양보할 수는 없었다.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실내의 색상과 조명을 받은 식물의 색상이 예쁜 조화를 이루던 프레고.

번화가는 온통 불빛의 향연을 벌이고 있었지만 거리를 걷는 행인은 볼 수 없었고 실내에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손님들이 쾌활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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