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 of fine art Houston, Feb 2021
지난주 전국을 강타했던 얼음 폭풍의 난장을 위로하는 봄의 서막은 호크니 할아버지의 사이키델릭 한 색채의 세계와 함께 한다. 월요일부터 불어닥친 눈폭풍 때문에 3일 정도 전기와 수도의 불편함을 겪었으나 목요일이 되자 평소 기온을 회복했고 일상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벽난로 잠시 켰다고 요금이 2억이 청구된 것은 말고는 소동이라 할만한 일도 없이 지나갔다. 2000불이었다면 놀랐을 텐데 2억이라니 웃음만 났다. 누군가 되게 심심해서 우리를 골려주려 했나 보다... 남편이 한 시간 전화 대기를 해 never mind라는 대답을 듣고 최종 확인된 청구서는 66불이었지만... 텍사스 공화국에 살다 보니 수만 불이 예사롭게 청구되어도 놀라지 않는 담력 또한 얻어졌는데 이번엔 단위가 억대로 올라갔다. 웃음까지 선물한다.
지난 연말 날아든 크리스마스 선물은 오늘부터 호크니-반 고흐전이 열릴 거라는 소식이었다. 일요일 오후, 첫날 첫 시간 입장권을 예매했다. 여든이 된 할아버지 예술가가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 아이패드를 들고 해변에 나가, 또는 숲길을 걸으며 풍경을 스케치해서 지인들에게 매일같이 전송한다니... 이팔청춘도 따라가지 못할 로맨티시스트가 아닌가. 그림과 함께 전송하는 글귀도 짧은 시다. 호크니 할아버지는 생존하는 가장 낭만적인 인간이다.
제작년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이 전시가 열릴 때를 틈타 반 고흐님의 작품 일부는 휴스턴으로 날아와 있었고, 서울에서는 호크니 단독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많이 고대하던 전시라 동네 미술관 관장님 게리 틴트로 선생에게 무한 감사를 드린다. 틴트로씨는 하바드에서 인상주의 미술을 전공하셨다. 이분 덕분에 해마다 인상파 한분씩이 전 세계에서 휴스턴으로 모셔지는데, 휴스턴 시민들은 그 많은 미술의 유파 중에 인상파 하나는 확실히 알고있고, 세월과 함께 인상파의 모든 화가와 친해지고 있다. 틴트로씨의 전시 기획은 미국의 대학들이 미술사 박사 과정에서 영어를 기본으로 두 가지 유럽어 구사 능력을 요구하는 이유를 납득시켰다.
그래서 자연이 주는 즐거움이라니... 자연이야 말로 영원한 즐거움의 원천이 아닌가. 지당하신 말씀.
노란 동그란 안경에 코발트 블루 카디건. 속에 입은 에머랄드 그린까지... 반 고흐 님이 즐겨쓰시던 color theme과 딱 맞춰입고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환영하시는 아티스트. 악센트의 빨간 타이까지 삼원색을 고루 갖춰 입은... 지구 최강 색채주의자의 면모다.
매일 산책하는 숲길이 그림 속에 들어와 있어서 한참 웃었다. 영국 북부 브리들링턴 화가의 고향의 풍경이다. 사시사철 뜨거운 로스 엔젤레스의 태양아래서 청춘의 25년을 보내고 수구초심... 고향으로 귀향했다. 조만간 노르망디로 옮기실 예정이라고 한다. 봄에는 나도 스케치 북 들고 나가야 할까...
수채화 36점
호크니 전매특허 사이키텔릭 한 색채. 그리고 우키요에에 영향받은 반 고흐 님의 나무 그림과 앙상블을 이루는 호크니의 나무 둥치들. 환각적인 색채를 입히니 잘려 누운 나무가 춤추며 일어설 듯하다.
구운 나무 차콜로 나무 숲길을 그림. 늘 봐도 늘 새로운 거다. 그래서 그리고 또 그리는 거다.
이 로맨티시스트는 예술의 진가가 어마 무시한 노동의 결실임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결심을 한듯하다. 반 고흐 님은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조건에 연민과 애정의 시선을 담았지만, 21세기의 무지하게 에너지 넘치고 또한 자연을 무지하게 사랑하는 할아버지 예술가는 그냥 자기가 노동자임을 증명한다. 벽을 가득 메우는 오페라 무대 같은 그림을 수도 없이 제작했다.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무대제작을 여러 차례 했다. 사진, 수채, 유화, 목탄, 디지털 드로잉 가리지 않는다. 그 에너지의 끝은 어디일까... 무지하게 욕심쟁이다.
#데이비드 호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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