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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May 15. 2021

현대 심리학으로 만나는 천재 화가들의 위대한 영혼

프롤로그





프롤로그


_ 현대 심리학으로 만나는 천재 화가들의 위대한 영혼


어린아이들은 말을 배우기도 전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그리면서 ‘생각’이란 것이 있음을 표현한다. 아이들의 그림은 솔직하다. 게다가 아기자기한 감정이 듬뿍 배어 있어 흥미진진하고 행복한 기분을 선사한다.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선조들의 원초적 정신이 동굴 벽에 새겨놓은 그림과 상징들도 마찬가지다. 그 그림들 덕분에 우리는 그들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내용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얼마나 뛰어난 솜씨를 가졌는지를 알게 된 것도 물론이다. 동굴 벽에 사냥감과 자신들의 모습을 새긴 것은 주술적인 동기였을 수도 있고, 단체 놀이이자 취미 활동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 그림들은 수만 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우리와 소통하게 한다.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그림은 언어와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을뿐더러,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림의 힘을 믿는다. 전문 화가가 아니라도, 인간은 능동적으로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의 표현 욕구를 충족한다. 수동적인 입장에서 타인의 작품을 감상할 때도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마음을 키우는 기회가 된다. 그런 점에서 그림을 자주 접하고 감상하는 과정은 우리가 오랫동안 학교에서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감정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운이 좋다면 그림에 공감하면서 예기치 않았던 위로를 느낄 수도, 치료를 받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이라는 복병을 맞으며, 우리는 잠시 멈춤 상태에서 진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혼란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현재를 재진단하고 다가올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하는 중이다.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세계사적인 공통의 경험이 남길 교훈이 적지 않을 것이다. 팬데믹은 늘 역사에 변곡점을 가져왔다. 최악의 팬데믹으로 기록된 흑사병이 가져온 역설 중 하나가 르네상스의 출현이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하나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14세기에 최초로 발병한 이후 주기적으로 다시 나타나던 흑사병에 대처하기 위해, 이탈리아 귀족들은 종교 예술의 힘을 빌려 상한 마음과 정신의 치유를 기원했다. 그들은 숱한 예술작품을 제작해 교회에 기부했고 그 노력은 르네상스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오늘날 팬데믹으로 인한 행동적 제약과 심리적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예술의 힘’은 시대를 초월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예술작품들, 혹은 예술가의 인생과 심리학이 만나는 접점을 기록한 이야기 모음이다. 열다섯 명의 화가들의 삶과 작품을 조명했으며, 그들을 관통하는 예술적 키워드는 ‘빛의 역사’다. 이야기는 16세기 말 바로크에서 시작해 빛을 예술 공간으로 구현하는 21세기의 설치 작품으로 이어진다. 우주와 생명의 근원이 빛의 폭발로부터 비롯되었고, 성서가 전하듯 빛의 탄생으로 말미암아 세상이 혼돈의 상태를 벗어났다면, 회화의 역사는 화가가 캔버스에 빛을 불어넣어 현실을 모방하고 재창조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빛을 다루는 방식의 진화를 추적한 동선은 국가별, 대륙별 지리적 궤도를 따라갔다. 예술작품은 역사라는 시간적 맥락과 국가라는 공간적‧지리적 맥락 속에서 꽃핀 작가의 미학관이 투영된 바,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이 탄생한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이 책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의 작품이 내포한 미학적 서정과 서사의 실마리를 따라가며, 현대의 심리학이 밝혀낸 인간 본성의 여러 가지 측면들 또한 담고 있다. 예를 들면 기독교적 신앙과 순교자들에 대한 육체적 단죄의 현장을 조명했던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의 빛과 어둠의 대립은, 화가의 천재성과 살인과 폭력 전과범이라는 대립적인 페르소나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심리학은 인간의 인식과 감정, 행동의 보편적인 작용 기제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포괄적인 학문이다. 그러다 보니 예술작품의 미학적 서정과 서사에 빠져들다 보면 그 작품을 탄생시킨 화가들의 생각과 감정, 때로는 그들의 인생에 관해 숙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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