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하순 보름간의 격리기간 동안 자주는 밤새 비가 내려 아침은 젖어 있었다. 뾰족한 소나무 가지들은 이른 아침에만 방울방울 이슬 열매를 달고 있었고 솔잎의 향기는 마음을 그윽하게 물들여 오곤 했다. 그랬기에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오전 여섯 시에서 여덟 시 사이. 그리고 오후 네시에 거실에 든 햇살과 그림자.
거실 가득 통유리창 건너 맞은편의 산등성에서는 비그친 후 안개가 피어오르곤 했다. 그 무엇보다도 그리웠던 풍경은 이런 것이었지. 산지형 국토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한국스런 풍경. 어머니께서 마련해 놓으신 캐시미어 스웨터의 부드러운 온기가 더없이 따뜻하게 느껴지던 늦봄의 그 시간. 어느 오후엔 가벼운 실내복을 입고 마당에 나왔더니 한기가 훅끼칠 정도로 기온이 떨어져 있었다. 한 계절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지만 다음 계절이 미처 당도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한 시간.
안개가 서린 아침의 동양화 같은 풍경에는 솔향기 그윽하게 베어있다. 그러나 그 분위기 넘치던 묵화같은 풍경의 배경 음향이 꼬끼요~~였을 줄이야. 산속 마을의 정적을 깨트리며 멀리 퍼져가던 꼬끼오.
간밤에 비가 심하게 내린 다음 날 아침 정원에는 허리를 꺾고 바닥에 누워있던 아이리스들이 아깝기 그지 없었다. 꽃송이를 데리고 들어와서 물병에 꽂아두었다. 물병에 종이 치마 들러 놓고 쇼팽 들으며 한껏 기분을 내곤 했다. 오월의 색채는 보랏빛 아이리스
애팔래치아 트레킹. 졸업하던 해 여름 가족여행의 목적지는 스모키 마운틴이었고, 그곳에서 북미의 등줄기 애팔래치아는 시작되고 있었다. 미국의 지붕이자 하늘과 가장 가까운 동네. 막연히 몇 살쯤 시작할까 궁리만 하고 있던 야팔래치아 등반을 빌 브라이슨이 이미 했을 줄이야! 게다가 한국어로까지 번역되어있었다. 그러나 정작 애필레치아 트레킹을 안하도록 설득하는 아이러니한 여행기였다.
여직 코로나 꿈 한번 안 꾸다가 격리 중에 인도인 행상에게 물건 건네받다 손가락 닿는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선 상당히 긴장했다. 인도 변이의 공포를 어찌나 유발해대는지...
화요일 격리가 해제되기에 전 주말엔 아버님께서 차를 가져다 놓고 돌아가셨다. 혼자서 집으로 오라는, 며느리의 길 찾기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여주시는데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격리 해제되고 산길을 차를 몰고 내려오는데 멀미가 났다. 평지 운전에는 강하지만 비탈길에는 멀미가. 경사진 도로에 주차를 해야하는 상황은 무엇보다도 어이없을 정도로 당황스럽다. 카카오 내비게이션을 켜놓고 광주서 집까지 처음 가는 길을 한 시간에 주파했다. 대형차량들로 가득한 미국의 광활한 도로의 스피드가 익숙한 눈에는 한국의 2차선 고속도로도, 꼬불꼬불한 도로 위의 조그마한 차량들 신기하고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더구나 시내 도로 제한 속도가 50킬로라니...나는 달팽이예요 하는 마음으로 운전하니 어려울 것도 없다. 틈새의 여유를 찾은 한국에서의 길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