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탈고를 넘긴 <치유의 미술관>이
인쇄소에서 들어가 책으로 만들어지는 동안
저는 대서양을 건너가 바르셀로나거쳐
반 고흐의 도시 아를과 아비뇽, 엑상 프로방스와
뉘베롱 산맥과 세잔의 그림에 50번쯤 등장하는
생비토와 산정을 등반하고 돌아왔습니다.
즐거운 일주일간의 여행이었습니다.
Day 1
피레네&알프스 산맥을 넘다 죽은 한니발의 코끼리37마리와 굶어 죽은 조선의 코끼리를 애도하며 피레네 산맥을 넘음
미술과 건축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 어린시절,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도시가 바르셀로나였다.
동화 속 환상의 세계를 실물로 구현한 듯한, 직선이 하나도 없는 안토니오 가우디가 지은 집들은
어린 눈에도 충격적이었다. 홀로 완성형인 가우디의 건축적 상상력은 물론
그것이 실현이 가능한 환경이 어떤 것일지 무척 궁금했다.
가우디는 가족도 개인 소유조차도 없이 일체의 무소유로 성가족 성당 건축 현장에서 생활하며
일생을 바치다가 사고사했다. 가우디의 신앙과 신념이 어땠던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일신의 영화를 위해서가 아닌
세상을 위해 고행의 수도자와 다름없는 일생을 살았던 것이니 가우디는 성인으로 추대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가우디에 대한 팬심에서 gaudy라는 단어에 대한
유감을 품고 있기도하다.
조야한 화려함, 천박함, 과함이라는 뜻이 이해는 가지만
좀 그런 뜻으로 쓰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초현실주의를 이끈 살바도르 달리와 후안 미로를 좋아한다.
달리는 2차 대전 이후 미국 사람이 되다시피 했었지만 바르셀로나에서 나고 자랐다.
달리와 미로 역시 상식적인 상상을 뛰어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가우디, 달리와 미로, 그리고 피카소가 십대를 보낸 바르셀로나의 물과 공기중에는
미적인 상상력을 폭발시키는 어떤 환각성분이 들어있는 것이 틀림없다는데 생각이 이른다.
그들은 무엇을 보고 듣고 자랐길래
이런 환상의 세계가 가능한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류의 문화와 역사가 농축된 도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의 음식과 물을 마시면 궤와 도를 벗어나는
예술적 상상력을,
삶에 대한 완전히 다른 조망과 힌트를
나도 가져볼 수 있을까 싶었다.
2010년대 캐나다 먹방의 원조 From Spain with Love에서 매력적인 호스트 에니 시보니가 스페인의 매력을
슈가대신 초콜렛으로 코팅해서
시청자들을 홀렸던 것도 추가적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는 초행이다.
그 이유는 허당에다가 단순한 나에 비해,
매우 꼼꼼한 여행의 동반자가
유럽의 따뜻한 남쪽 나라에 창궐한다는
거리의 무법자들을 매우 매우 경계했던 덕분이다.
휴스턴을 출발한 뒤 시카고에서 환승해
대서양을 가로지르고 피레네 산맥을 발 아래 굽어 보면서
이베리아 반도에 진입해 바르셀로나 내린 것 오전 열한 시
그럼에도 첫 일정은 가우디 건축의 현재 진행형,
성가족 대성당을 향한 것은 아니다
여정의 선을 죽죽 길게 그리며 여행하기 좋아하는 우리는
폭스바겐의 타이고를 빌려서 남불, 즉 프로방스로 향한다.
프로방스를 먼저 여행하고 바르셀로나는
마지막 3일간 경험하기로 했다.
스페인에서 육로로 프랑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한시간쯤 달리자 나타나는
해발 3000킬로 미터의 피레네 산맥은 말하자면,
이베리아 반도를 유럽 대륙으로부터 분리하는
허들이라 할 수 있겠다.
바르셀로나에서 e15 도로를 타고 북진하면서
피레네 산맥을 넘는다.
숲이 우거진 웅장한 피레네 산맥은 거칠고 뾰족뾰족한
전형적인 산맥의 모습이었고
이후에 만나게 될 프로방스의 산맥들,
산정상이 수평선으로 길게 이어지는 뉘베롱 산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경을 넘어 프랑스의 님스를 경유하는 우리의 경로는
기원전 200년경 한니발이 로마를 쳐들어간 2차 포에니
전쟁의 진군 경로와 겹친다.
기원전 그 시절 뉴카르타고, 지금의 스페인 땅을
관리하던 한니발 총독은 아버지와 조국의 원수
로마를 상대로 한 복수혈전을 위해 4만 8천명의 병사를
데리고 피레네 산맥을 넘고 또 알프스를 넘었다.
그러나 도대체 왜 그 큰 코끼리를 한두 마리도 아니고
서른 일곱마리나 끌고 갔을까?
인간의 역사야 전쟁으로 이루어져있고,
마치 전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싸워대지만,
인간의 전쟁에 코끼리는 왜 끌어들이는지….
적들을 위협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결정권도 없는
코끼리에게 군인정신을 강요할 수는 없쟎나?
너른 평원에서 풀이나 뜯고 있어야 할 코끼리를 왜
산맥을 두 개씩이나 끌고 넘으면서 몰살을 시키느냐는…
그러다 여행의 동반자는 조선의 코끼리도
편히 죽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선 태종 때 일본의 쇼군이 인도네시아에서
들여온 코끼리를
조선에 선물했으나 너무 많이 먹는 코끼리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전라도 어느 섬으로 유배보내
굶겨 죽었다는 슬픈 역사를…
편치 죽지 못한 코끼리들을 애도하며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
Leaving Houston George Bush intercontinental airpirt behind
Layover at Chicago, then heading to Barcelona
피레네의 산봉우리 위를 맴도는 구름 한조각
휴게소에서 저 멀리 나른하게 누워있는 지중해
프랑스 국경이 가까와지자
완만한 구릉의 능선을 채색한 테라로사와
그 붉은 흙 위에서 자라는 올리브와 포도나무들이 나타난다.
반대쪽에는 드디어 지중해가 나른하게 누워있는 모습이 보인다.
국경에서는 톨을 30유로 정도 내고 나니 길 이름이 A9으로 바뀐다
국경에서 시작해 프랑스를 남북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A9을 타고 데님의 어원을 지닌 도시 님스 de Nimes 를
향해 북동쪽으로 진행한다.
옥시땅과 나르본 땅을 지난다.
향이 좋아서 늘 사용하는 세안제품과 핸드크림의 브랜드가
록시땅 L'Occitane en Provence,
옥시땅의 여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옥시타니아 (혹은 아쿠아틴) 지나 님스에서
이번에는 A8로 갈아타고서 엑상프로방스까지 동진을 한다.
님스에서 엑상프로방스까지 두 시간 정도를 달리는 동안
왼쪽에는 산 정상이 수평으로 이어지는 뉘베롱 산맥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산이라기보다는 마치 높이 솟은 평평한 고원처럼,
병풍을 들러친듯 평야를 기슭과 평지를 감싸고 있다.
A8 도로는 님스에서 시작해
프로방스를 동서로 관통하며 니스에서 끝이 난다.
프로방스의 알프스 언덕과 해변 사이의 지대를
Provence-Alpes-Côte d'Azur라 부르는데,
알프스 언덕과 지중해의 푸른 해변의 프로방스를 뜻한다.
이름만 들어도 멋진 풍경이 눈 앞에 그려진다.
언덕과 바다 사이의 땅. 배산임수의 지대,
말하자면 남해 금산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미국 지도에 비교하자면 플로리다에서 시작해
북미 남단을 관통하고 LA에서 끝나는 I-10 정도에 비교할 수 있다.
이 여행의 최종 종착지는 아를을 거쳐
세잔의 그림에서 자주 보던 생빅토와 산아래의 마을 엑상브로방스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도시 엑상프로방스.
그 멀리에 우뚝 솟은 지평선처럼 이어지던 누베롱 고원 (산맥)위로 생뚱맞게 불시착한
뾰족한 비행물체의앞부분처럼 삐죽 솟은 생빅토와 산이 민둥 민둥한 모습을 드러낸다
아를의 초입. 개인적 취향으로는 그래피티가 썩 유쾌하진 않다.
생뚱맞게 등장하는 생빅토와 산이ㅡ엑상프로방스의 랜드마크.
말하자면 전체, 이어 나온 트러플 버섯과 반숙한 계란 요리는 훌륭했고 “요리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숙소가 있던 미라보 거리의 랜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