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커 Jul 17. 2023

회사 빌런 (구멍난 채용)

결국 사람이 결정하는 일이다.

2013년 당시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가 이전부터 준비한 사업이었으나 '본부' 단위 조직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업 시작을 선언했다. 이 분야 사업 역량이 부족했던 회사는 미리 만들어둔 자회사를 편입시키며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인력이 당연히 부족하고 인사부에서는 끊임없이 채용해야 했다. 내부 이동, 써치펌, 공개채용, 추천채용 등 모든 수단을 통해 회사는 인력을 빨아들였다.


회사에는 외부 사람을 채용할 때 거치는 검증 절차가 있다. 서류 전형, 인적성검사, 면접 등 다양하다.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해도 채용 검증의 구멍은 생긴다.


- 아~ 똘아이를 뽑았어~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근데 진짜 똘끼 충만한 신입은 드물다. 대부분 세대 갈등, 신입의 적응 문제인 경우가 많다. 근데 진짜 똘아이가 입사한 적이 있다.


면접을 볼 때 알 수 없는 똘끼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타났다. 회사의 인적성 검사는 무척 신뢰도 있는 검사로 '똘아이'를 잘 걸러낸다. 이 검사는 누적된 데이터가 많아 아주 신뢰할만한 하다. 그러나 이 입사자는 그것마저 뚫었다. 연기 대상감이라고 해야 하나? 면접은 내가 참석했었는데 그때 그는 평범했다.


- 왜 이상하냐고?


현업에 배정된 입사자 A는 팀장과 작은 트러블로 본 모습을 드러냈다.


- A씨 제가 '가나다' 분석을 요청드렸는데... 지금 주신 건 그게 아닌데요?

- (단호하게) '가나다' 그거 맞아요.


할 말을 잃은 팀장은 '가나다'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생각해 다른 지시를 내렸다. ‘가나다'에 관해서 A와 대화를 나누던 팀장은 A의 고집과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낯가리고 적응이 더딘 사람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팀원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 그의 성격도 그러려니 했다.


얼마 후 다른 지시 업무를 물어봤다.


- A씨 'ABC' 조사를 말씀드렸는데... (불안해 하면서)지금... 어떻게 되었죠?

- 'ABC'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안 했어요~ 'XYZ'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조금 화가 난 팀장은 그의 업무 태도를 지적하고, ‘ABC'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A에게 다시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입사자는 업무를 거부했고 팀장과 A의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팀원들까지 나섰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몇 차례 팀원 회유와 팀장의 갈굼에도 A의 변화가 없자 팀장은 인사부에 연락했다. 입사 2주 만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본부장이 인사팀장을 불렀다. 본부장은 A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 A가 누구야? A가 나한테 메일을 보냈어~

- A는 신규 입사자입니다.

- 허허 그래?


인사부에서 A가 속한 팀에서 연락을 받은 며칠 전이었다. 얼마 후 본부장이 다시 인사팀장을 불렀다.


- A가 좀 이상한데? 나한테 계속 메일을 보내고 있어. 한 번 알아봐~


사람 문제가 인사부에 통보되면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팀 내부에서 감당 불가 상황인거다.


A와 첫 면담은 나였다. A와 면담 후 난 '똘아이-근무 불가’로 판단했다. 1개월이 되지 않는 시점에서 고용계약 해지 검토하게 되었다. 2차 면담에는 회유 전문가가 투입되었다. 1주일 만에 회유 전문가는 A의 퇴직원을 받아냈다. A와 장시간 면담을 한 '회유 전문가'는 흔히 있는 '똘아이'라고 이야기했다.


A는 팀장과 업무로 부딪히다 보니, 본부장에게 본인의 생각을 메일로 보냈다. 본부장은 정확한 상황을 모르니, A에게 '좋은 생각이네요' 혹은 '창의적인 생각입니다.'라는 의례적인 답변을 했단다.


본부장의 답장을 A는 오해했다. A는 본인과 말이 통하는 사람은 본부장뿐이라고 생각했다. A는 힘을 얻은거다. 그때부터 A는 팀장을 무시하고 본부장에게 수시로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A는 팀장 및 팀원과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건이 있었고, A가 회사 부적응 낙인이 생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A의 퇴직원을 받을 무렵 A는 궁지에 몰린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A를 봤을 때 그는 횡설수설했다.


- A가 어떻게 면접에 통과했지?




회사의 채용시스템은 촘촘하다. 회사는 적합한(회사에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다. 반대로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걸러 내기 위한 장치도 만든다. 회사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 프로세스와 검증 툴을 만들기 위한 회사의 노력은 다양하다.


회사는 이력서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점수화(정량적 지표)하여 우선순위를 매기기도 하고, 극단적으로는 이력서 스펙이 보이지 않게 블라인드 채용을 시도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우선시했던 출신 학교와 학점이 채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의 이력서를 설계해야 하는지? 회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을 것이다.


서류 전형과 시험은 '기초' 단계라고 한다면, 면접은 '응용' 즉 실전이다. 면접에 관해서 교과서처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저 과거 기업들의 시행착오를 돌아보면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한 기발한 방법들에 슬픈 웃음이 날 지경이다.


갑질 이슈로 사라진 '1박2일 합숙', '등산', '식사' 심지어 ’음주‘방식으로 지원자를 평가했었다. 그땐 땅덩어리 넓은 북미 면접 방식으로 '전화'면접도 했었다. 바쁜 실무자들에게 1시간 이상 1:1 심층면접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미처럼(한국 문화를 무시하고) 레퍼런스체크가 중요하다며 최종 합격 전에 회사 동료들에게 전화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내가 진행했던 다양한 면접-슬픈 실험은 다음에 꼭~)


그렇다면, 결과는?

글쎄다.


아무리 복잡한 채용 절차라도 평가자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AI면접도 도입한단다. 경영진이 그걸 믿을까? 인적성검사 결과를 경영진이 믿는 데도 한참 걸렸다.)


아무튼 면접은 기본적으로 사람 간의 소통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기에 반드시 허점이 생긴다.


오밀조밀하게 짜인 채용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 모두 슈퍼 루키가 되는가?

NOPE!


20년 전 - 10년 전 - 5년 전 - 지금 다르지 않다. 지금 귀를 열고 회사 주변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앞 서 말한 친구 A는 신기할 정도로 면접을 잘 본 친구였다. 경험이 많은 '회유 전문가'(회사에 회유전문가는 없다.)에게 물어보았다.


- 면접 잘 보는데, 들어와서 말썽인 사람 많아요?

- 이런 사람들 많아요~ 라인(생산라인)에는 수두룩합니다.


사무직이 아닌 생산직은 채용 절차가 비교적 간소하다며 '면접'으로 '사람 어떤지' 절대 모른다고 했다.


맑은 날에 멀쩡한 사람이 비만 오면 라인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직원도 있었고, 애인과 헤어지고 수시로 자리를 비우는 직원도 있다고 했다. 비정규직일때  성실했는데, 채용 다음날 180도 돌변해 사고를 치기도 한다.


난 면접을 수십 번을 봤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난 사람 보는 눈이 없나 보다. 입사자의 성과를 쭉~ 분석해 보아도(실제 말도 안되는 상관관계 인자를 두고 모 임원의 지시로 성과 분석을 한 적도 있다.) 면접 점수와 입사후 성과평가점수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 이직 붐(15년 전=지금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