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왜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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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한류 드라마도 만든다. 그게 자동차를 팔고, 화장품을 팔게 만든다.” 지난 2017년 한 토론회에서 예술인 복지, 국가가 왜 나서야’ 하는 지에 대한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답이다. 당시 도종환 장관은 취임식에서 ‘팔길이 원칙’(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대해 강조하며 “다시는 이 나라에 블랙리스트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고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팔길이 원칙을 언급하며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성, 자율성 보장을 문화예술정책의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 원칙의 중요성은 2021년인 지금까지도 계속 유효하다.

작금은 ‘문화의 세기’ ‘창의적 감성의 시대‘ 라는 문화와 관련한 수사가 당연시 되는 21세기다. 또한 초연결, 초지능을 말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왜 다시금 20세기 ‘영국예술위원회’(1946)에서 천명한 이 오래된 원칙을 다시금 화두로 꺼내고 있는 것일까? 공공 예술지원시스템 정상화의 해결책으로 공공은 지원하되 실질적으로는 예술이 정치로부터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은 오래됐지만 인식적으로 선진화된 문화예술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국가가 왜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해봐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공적 예술지원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 역시 일찍이 영국을 비롯한 서구국가에서 있어왔다. 1988년 존 마이어스코프는 ‘영국에서의 예술의 경제적 중요성’이라는 책을 통해 예술의 경제적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예술은 고용효과를 증진한다. 통계적으로 예술은 전체인구의 2.1%의 직접고용 창출효과가 있다. 둘째 예술은 지역개발을 촉진한다. 예술기관이 해당 지역에 들어옴으로써 지역의 이미지가 향상되고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뀐다. 셋째, 예술은 관광진흥 등 기타 부대효과를 가져온다. 예술기간이 생기면 공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음식점, 쇼핑, 교통, 숙박 등의 연관 산업도 발달한다. 이 외에도 예술은 창조와 아이디어의 원천으로써 응용예술분야 즉, 패션, 건축, 디자인, 사진 등의 발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당시 도종환 장관이 얘기한 예술이 자동차를 팔게하고, 화장품을 팔게 만든다는 예술의 경제적 가치와 맥락이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이 지닌 내재적 가치를 도외시 하고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봄으로써 예술을 일종의 산업으로 간주하였다는 문제와 논박들도 다수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예술의 가치를 통계적, 수치적으로 계산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예술의 경제적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는 예술이 지닌 내재적 가치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 20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문화는 그 자체의 분석을 시작하기 이전에 만개한다.”고 말하며 문화의 내재적 힘에 대해 이야기 한 바 있다. 또 유네스코는 “문화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동력이자 조력자 역할을 하여야 한다” 며 지속성, 포용성, 형평성, 다양성을 키워드로 하여 문화와 발전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가가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경제적인 중요성만을 중심으로는 풀 수 없다. 아름다운 음악에 포근해지는 마음과, 서정시 한편에 뭉근해지는 가슴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겠는가. 예술이 얼마나 많은 자동차를 팔게 하는지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예술은 개인의 삶을 변화 시키는 것만은 자명하다. 예술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다양한 관념들로 풍부해지는 경험을 하게 한다. 그것은 곧 삶의 질(행복감)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전문이다. 국민이 행복한 일에 국가가 지원해야 이유, 즉 국가가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대답을 이로써 대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