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라군
케플라비크 공항에 닿자마자 향하게 된 첫 목적지, 블루라군. 녹색창에 블루라군을 검색하면 "라오스 블루라군"보다 조금 인지도가 덜한 곳이지만, 아이슬란드 여정에서는 필수로 처음이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좋은 스팟이라고 알려져있다. 공항에서 출발하는 픽업버스가 바로 눈에 띄어서 공항의 자동문을 통과한 순간, 너무나 차가운 공기에 몸을 한껏 웅크렸다. 와, 이런 온도차였다니.. 캐리어에서 경량 패딩과 니트 한 겹을 꺼내 덧입었다. 당장 따뜻한 물로 잠수하고 싶은 마음뿐. 다리를 달달 떨며 버스에서 40여분을 보냈다.
이끼로드를 쭉 통과하고 나니, 저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소가 보였다. 드디어 왔구나. 약간의 유황냄새가 느껴지고, 짙은 회색의 돌들이 쌓여서 지대를 만들었다. 단번에 인상을 압도하는 것은 그 사이에서 엿보이는 쨍한 하늘색의 물색이다. 놀랍게도 풀장의 인위적인 색이 아닌, 물이 자연스레 내뿜는 빛깔이라 대단히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하긴, 우리가 그리곤 하는 그림에서도 물은 항상 하늘색이 아니었던가. 블루라군을 찾는 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색깔도 그림 속의 그 물이 형성하는 공간의 아우라다.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야외로 나선다. 대단히 낯선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는데, 계속해서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이 '현재'라는 것이 잘 믿기지 않았다. 비현실적인 비주얼에 여기고 어디고, 나는 누구인지 다시금 되뇌여야 할 판이었다. 아이슬란드의 놀랍도록 차가운 8월 공기에 얼어 붙은 몸을 스르륵 파아란 온탕에 재우니 멍한 기분은 계속되었다.
단일 노천탕을 중심으로 간단한 사우나, 폭포수가 설치되어 있다. 구석 즈음에는 효능이 각기 다른 머드팩을 나누어주는 요원들이 있다. 이들에게 한 주걱(?)의 머드팩을 받아서 얼굴에 듬뿍 끼얹고 물장구를 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와글와글한 분위기라기 보다는, 바람소리나 물소리가 더 주를 이루던 시간이었다.
역시 곳곳에 설치된 바에서 음료를 겟하는 것은 역시 필수다. 이럴때, 맥주를 잃을 수는 없다. 아이슬란드 gull 맥주를 들고, 풍덩이며 노천탕을 돌았다. 이게 신선놀음이고, 내가 상상했던 무릉도원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파아란 온천수에 푸욱 담겨졌다. 어느새 몸은 녹고, 노곤해지는 기분. 성공적으로 아이슬란드에 입성했다는 생각에 스르륵 졸아버린다.
이 풍경을 두고 나올 타이밍을 잡는 것에는 꽤 고민스러운 결단이 필요했다. 조금만 더 머물 수 있다면, 아니, 사실 얼마든 더 머물 수 있는데 여행자에 불과한 순간이었음에 애꿎은 카메라 셔터만 누르게 되는 시간이 이어진다. 물은 계속 끓고, 사람들은 평화롭다. 나만 추운 공기 속으로 쏙 이탈하는구나.
여행에서 항상 "언제 이 곳에 다시 오게될까?"를 생각하는데, 아이슬란드에서는 유난히 자주 떠올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아쉬움을 머금은 곳이 여기, 블루라군. 그리고, 나만 누리기 너무 미안한 기분마저 들었달까. 다음에는 "누구와" 함께 올 지를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