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빵이 있는 아침

오슬로 <오펜트 바케리>

by 베링




간절하게 빵을 원해, Need More Gluten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빵이 먹고 싶다. 오슬로에 머무는 동안 한 번은 들르기로 했던 베이커리에 가기로 한다. 커튼을 싸악 걷어 내고, 최소한의 차림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글루텐이 대단히 당기는 아침이로다. 곡물빵을 힘주어 반으로 찢어서 버터와 과일잼을 두껍게 바르고 가득 씹는 상상을 한다. 어제 맥주를 먹고 잤는데 허기가 너무 금방 찾아온 감이 있네.


오늘 아침도 럭키한 하늘 빛깔. 편의점 <델리드루카>의 유혹을 떨치고 빵집으로.
왕궁을 감싼 공원을 가로질러서 가는 길. 구름, 호수, 나무에 평화로다.
골목에 진입하고 5분쯤 지나면 먼저 자리를 찾고 빵을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주말이라 가족들끼리 아침상을 꾸린 모습이 많이 보인다.





굽는 것 중의 제일은 빵이라


입구에 들어서니 이미 신나게 메뉴를 고르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들어서자마자 끼쳐오는 빵 굽는 향기에 이미 성공적인 아침을 예감한다. 오펜트 바케리(Åpent Barkeri)는 노르웨이 전통방식과 프랑스 방식을 혼합한 빵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시내 7개 정도의 지점을 가지고 있고, 로컬과 여행자 모두에게 그 맛을 인정받아 인기가 좋은 빵집이다. 씨앗와 곡물을 담고 있는 호밀빵이 가장 인기있는 메뉴인 듯 했으며, 빵 외에도 맛있는 커피와 차도 곁들일 수 있다.


허기가 진 탓에 2-3인분의 빵으로 넉넉히 주문한다. 곡물빵, 샌드위치, 크로아상을 쏙쏙 골라내고, 뜨거운 드립커피 한 잔을 결합한다. 오늘 하루 이걸로 다했다. 여기서 토요일 아침에 빵 먹는 내 인생, 성공적이랄까. 오슬로 공항에서부터 보아온, 프루티거체로 쓰인 모습만 보았던 어휘가 메뉴판에 손글씨로 휘적여진 아기자기함을 만끽하며. 그것이 빵의 이름인지, 매장 사용 유의사항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기분좋게 입으로도 그 어휘를 발음해보면서. 오늘의 빵을 기다린다.



주말 아침 여기 빵사는 사람이 된 내 인생, 성공적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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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과한 친절을 베푸는 축은 아니었고, 명료한 설명과 빠른 메뉴 준비에 힘쓴다.
빵을 집어 올리고, 커피를 내리는 분업은 완벽하게 진행 중.





딸기 잼 한 스푼으로, 오늘의 빵차림 완성


사이드 테이블에는 차가운 물과, 버터와, 간단한 집기류가 비치되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곳에서 직접 만든 홈메이드 딸기잼. 기성품의 맛을 크게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잼을 먹은 지도 꽤 오래되었다. 어릴 적에 엄마가 종종 직접 딸기와 설탕물을 졸여 만들어주던 딸기잼의 비주얼과 비슷했다. 기대감에 두 주걱을 덜어 자리로 온다.


반신반의하며 한 스푼 찍고 입에 들여본다. 아. 이게 완성이구나. 오펜트 바케리 홈메이드 딸기잼의 맛은 실로 경이롭다. 일단 딸기의 빛깔이 예쁘게 드러는 탓에 눈으로도 만족감을 주는 것이 크다. 더불어,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몽글하게 살아있는 과육의 질감과 인공미가 적은 향이 매력적이다. 크로아상에 한 스푼 더하다보니, 어느새 몇 주걱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나 기다리던 오늘의 아침, 빵 향기 폴폴-
거기에 낯선 언어의 속삭임들과 웃음소리가 섞여들면 로컬라이프 감성에 도취된다.



곡물빵 한 입에, 버터 한 조각, 딸기잼 몇 스푼. 거기에 뜨거운 커피를 끼얹기. 그 빵차림을 앞에 두고, 어제의 내가 기록한 오슬로와 오늘의 오슬로를 비교할 수 있다는 것. 여전히 익숙해지진 못했지만 조용하게 속삭거리는 노르웨이어를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쪽으로 흘리고 있다는 것. 어느 것하나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로 채워진 여행자로서의 하루가 만족스럽고, 아직 그 중 하루의 어느 아침이 채 지나가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이래서 이 곳에 왔구나"



글루텐의 매력이 이렇게나 위대한 것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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