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캬비크에 대한 다섯가지 기록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는 회색빛깔로 예상되던 도시이다. 단순히 날씨 탓에 우중중한 회색이라기 보다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어서 모호한 영역으로서의 회색. 오로라 불빛이 잠잠해지고 나면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 반, 걱정 반으로 들어섰던 미지의 세계랄까. 그치만, 레이캬비크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여행자를 감동시키고, 만족시킨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리된 레이캬비크의 매력을 소개해볼까 한다.
레이캬비크 최고의 명물이자 맛메뉴는 다름 아닌 핫도그다. 로컬과 여행자 모두가 사랑한다는 핫도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베이야린스 베스투 필수르(Bæjarins Beztu Pylsur)라고 하는 오랜 전통의 핫도그 집에서 그 대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그렇게 줄이 길게 들어선 상태는 아니었다. 글로벌하게는 빌 클린턴이 예찬한 곳이고, 국내에서는 한 여행 예능을 통해 알려진 곳.
마른 느낌의 빵에 소시지를 끼우고, 셀프로 소스를 뿌려 한 입을 베어문다. 핫도그가 명물이라는 것에 대해 은연중에 기대감을 접어서일까. 한 끼로 충분히 먹기 좋은 소중한 양식이었다. 레이캬비크에서 핫도그를 모르고 간다면 분명 손해이다.
끊임없이 입이 심심한 편이기도 하고, 아이슬란드 여행 특성상 이동시간이 길어서 언제나 간식을 배낭에 채워두고 했다. 레이캬비크에서 항상 즐거움을 주던 달다구리들 몇 가지를 뽑아봤다.
- Hnappar 라고 하는 초콜릿 제품을 쉽게 구매하게 되는데, 초콜릿에 다양한 재료를 박아넣은(?) 종류다. 내가 일정동안 가장 사랑한 것은 소금과 카라멜을 배치한 솔티드 카라멜맛. 피곤할 때 틱 하고 넣어 입에 굴려주면 원기가 샘솟는 강력한 단 맛을 전해준다.유난히 굵직하게 박힌 소금이 은근 매력적이다.
- 아이슬란드에서는 육포보다는 생선을 말린 생선포가 더 유명하다. 비리지 않고 식감도 좋다. 로컬 맥주인 Gull 맥주와 곁들이면 정말 꿀맛 되시겠다.
- 아이슬란드어로 "오렌지"를 뜻하는 Appelsin. 단 맛이 약해서 부담스럽지 않게 즐기고, 마른 빵과 함께 먹을때 특효를 발휘한다.
- 아이슬란드의 간식 중 단연 탑에 랭크되는 스키르(Skyr).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요거트보다 훨씬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이 인상적이다. 거의 치즈에 가까운 꾸덕함에 당황할 정도. 매일 아침 조식을 먹기에는 부담스러울때 하나씩 챙겨서 먹었다. 다양한 과일로 조합되어서 원하는 맛으로 즐기기에도 좋다. 매우 꾸덕한 요거트의 맛을 보면, 밍밍하고 묽은 요거트를 다시 입에 대기는 곤란해진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자연의 스케일에 입을 떡벌리는 순간들이 주를 이룬다. 시각적인 규모와, 이를 배가시키는 청각적인 이펙트도 남다른 클라스를 자랑한다. 링로드를 쭉 돌며 굴포스 폭포, 요쿨살론 핑하, 게이시르(간헐천) 을 감사하다 보면 경외로운 마음이 들어 생각도 무거워지곤 한다.
그 대자연 앞에서 예상치 못했던 반전 매력이 발견되는데, 폭포를 도는 코스 말미에 있는 공용화장실에서 현실 웃음을 선사해준 기억을 떠올린다(사진 2). 적나라하면서도 정확한 메시지에 픽 하고 웃어버렸다. "농담도 할 줄 아는 분이셨네요?" 뭐 이런 대사가 떠오르던 순간이랄까.
레이캬비크에서는 거리를 걷다가 시간을 망각하는 때가 있곤 했다. 그래서, 문득 허기가 지거나 졸음이 찾아올때가 되어서야 시간을 느꼈다. 밤 11시가 되어도 초겨울 서울의 5시보다 밝다. 내가 가진 시간이 더 늘어난 것 같은 마음에 괜시리 뿌듯한 마음. 오밤중에 산책을 해도 곧 저녁을 먹을것만 같은 묘한 기분들. 어떤 날에는 잠이 들기 전 커텐을 치지 않으면 남은 빛이 아쉬워 뒤숭숭했다. 자기 전과 일어난 후의 밝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리나 관광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아이슬란드의 마스코트, 퍼핀.
그리고, 그 옆옆 블럭쯤 어딘가에서 만나게되는 토르.
다양한 굿즈와 변주된 비주얼로 아이콘의 노릇을 톡톡해내고 있다. 주머니에 하나쯤은 넣어주고,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즈음 한가득 챙겨와 떠날 준비를 돕기도 하는 귀여운 것들. 다음에는 퍼핀의 군락지에 가서 직접 만나보고 싶다.
떠나는 비행기에서 아이슬란드의 "스윗츠"들을 뽀시락거리며 이 매력적인 도시를 추억했다. 분명 다 알기에 짧았던 시간이지만,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으면 좋겠구나.
색다른 자극이나 매력에 목마른 그 어떤 여행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도시, 잘 있다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