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가장 보통의 커피

오슬로 <Fuglen(푸글렌)>

by 베링



서울, 도쿄, 그리고 오슬로


푸글렌은 커피 헤비드링커인 노르웨이의 국가대표 카페 브랜드이다. 그렇지만 빨간 동그라미에 날아오르는 새 모습이 담긴 로고는 낯설지가 않다. 시부야 요요기 공원 옆에서 푸글렌을 이미 만난 적이 있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여행자들이 '오슬로까지는 못 가겠지'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아쉬운 발걸음을 도쿄로 옮긴다.

(검색창에 푸글렌을 검색하면 오슬로보다 도쿄의 풍경이 더 많이 쏟아진다!)


당시의 기록 (본인의 브런치 - 도쿄, 일본과 북유럽의 연결고리) 에도 "노르웨이 푸글렌의 유일한 해외 매장을 도쿄에서 만날 수 있다!" 라는 영광으로 감상을 묘사했었다. 마치 성수동의 블루보틀이 들어서기 전에 그렇게도 도쿄에서 블루보틀을 예찬했던 것처럼. 샌프란시스코에 가야 하는 것인데 갈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제 나는 푸글렌 본점을 찾아 10분만 걸으면 되는 오슬로에 센트럴에 서있다. 도쿄에서 오슬로까지 결국 왔네, 왔어.



P20170625_114040030_6B9C23A0-EE30-4449-8BF0-609C4864D699.JPG
P20170625_124958041_494FB646-B927-4290-AC65-1FCF1FB91630.JPG
도쿄의 푸글렌. 도쿄만의 바이브로 품어낸 곳이다.



바삐 푸글렌을 찾는 길. 오슬로의 부띠끄 커페들이 나의 발길을 붙잡기도 했다.





로컬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꽤 허탈한 여유


푸글렌의 명성도 명성이지만, 시부야에서도 이른 시간부터 발길이 이어진 탓에 빨리 자리를 잡고 여유를 부리고 싶었다. <뉴욕타임즈>가 극찬한 커피라구! 그래서 발걸음을 꽤 서둘렀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내가 오늘의 1호 방문자일지도 모를 것 같은 적막이 푸글렌 오슬로점을 감싸고 있었다.


핸드폰을 보고 있던 카페 직원이 나를 맞아준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나만이 푸글렌에 앉아있었다. 모순적이게도, 오슬로의 푸글렌은 이렇게나 한산했다. 뭐야. 난 이렇게나 애틋했는데. 흔템 취급 받는 모습이 낮설었달까. 그저, 보통의 커피를 즐기는 곳일뿐이었어. 허탈함에 웃음마저 난다. (결국 심야에 밤마실을 나온 로컬들로 북적이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후문)



툭-하고 떨어진 느낌의 입간판.


적막하고, 여유롭다. 여기 푸글렌 맞죠?


노란 조명과 나무, 빨간 로고. 생각보다는 차가운 금속도 깃들어 있는 곳.


20190811_101812.jpg
20190811_101816.jpg
로컬들이 마음껏 널부러질 넉넉한 공간들





오슬로에서도 하루를 데울 커피는 간절해


전날 심야에 몸집만한 캐리어를 끌고 숙소에 바로 쓰러져 버렸었고, 부은 얼굴로 오슬로와의 첫만남을 시작했던 아침이다. 그 첫방문이 나만이 존재하는 푸글렌이라니 꽤 과분한 선물이기도 하다. 부대끼지 않고 보통의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한 하루. 그 피로와 긴장을 녹이고 새로운 일정을 시작하기에 커피만한 것도 없다. 찐하고 뜨거운 것을 부어주니 뜬금없이 엔돌핀이 돌기 시작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메모 패드에 꼼지락대며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슬슬 로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슬리퍼를 신고, 경량 패딩과 후드를 간단히 두르고 커피를 쓱쓱 주문하고 널부러지는 모습. 그들의 아침을 시작하는 가장 보통의 방법, 푸글렌이었다. 도쿄에서부터 푸글렌을 쫓아온 여행자도 대단히 익숙한 척하면서 그 안에 잠깐이나마 녹아드는 시간이다.


구름이 드리워져 어두운 실내에서 푸글렌을 마신다.




매거진의 이전글노르웨이, 부르다가 죽을 연어